# 004. 갑작스런 의뢰
수도 카다르의 서부에 위치한 마시드 산에 많은 종류의 몬스터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제국에서 내린 몬스터 경계령 때문에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산 정상이나 그 근방에서 살고 있었다. 자칫 잘못해서 산 아래로 내려왔다가는 사냥꾼이나 병사들에 의해 죽음을 맞기 때문이다.
아무리 하찮은 동물이라고 하지만 생존 의식까지 없을 리는 없었다.
특히 트롤의 경우에는 1년 전까지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사냥꾼들이 그 씨가 마를 정도로 사냥꾼들이 줄기차게 잡아들였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트롤이 나타나 사람을 잡아갔다니?
정상적인 트롤이라면 그 자리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끝을 냈을 터였다.
“정말이에요, 흐흑! 아버지를 제발 구해주세요… 제발….”
“경비대에는 신고하지 않았나요?”
이런 일을 굳이 따지자면 경비대의 소관이다. 아무리 슈타인 기사단이 치안 유지까지 담당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직접 나설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음지’에서 벌이는 슈타인 기사단의 ‘뒷일’일 뿐이다.
“경비대에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도와주지를 않아요! 잘못 들어갔다가는 경비대 전원이 몰살할 수 있다면서….”
여자의 얼굴에는 흙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음을 알려주는 증거였다.
트롤들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잡혀가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샤크론은 충분히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패커스, 어떻게 하지?”
아리온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기사단에서의 자유시간은 하루의 휴식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그래서 시간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글쎄… 그보다도 트롤의 규모가 중요해.”
“트롤은 다섯 마리 였어요. 다섯 마리가 나타나서 아버지를 휘감더니, 어깨에 매고 도망갔어요. 제발… 제발 구해주세요.”
패커스의 말에 여자가 재빨리 답했다.
트롤 다섯 마리. 기사 네 명을 상대로는 충분히 요리하기 쉬운 숫자였다. 게다가 수도 주변에 살고 있는 트롤은 다른 산간지대보다 야성이 많이 둔화 된, 소프트 트롤이었다.
트롤이라 하면 커다란 도깨비 방망이(?)에 울퉁불퉁한 몸과 늘어진 뱃살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소프트 트롤은 소프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매우 부드러운 살결(?)을 소유하고 있으며, 도구 보다는 주먹을 주로 쓰는 녀석들이었다.
“그럼 간만에 몸 좀 풀어볼까? 이런 부탁을 거절하는 건 기사도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 아니겠어?”
카트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불의에 맞서 당당하게 나설 줄 아는 기사도의 정신! 그는 철저한 기사도의 정신에 입각하여, 여자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다른 건 없었나요? 트롤이 아닌 다른 몬스터 같지는 않았나요?”
카트라의 말에 이어 샤크론의 질문이 이어졌다. 트롤은 무리지어 다니기 보다는 따로 생활하고, 사람들을 납치하기 보다는 죽이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트롤의 패턴으로 짐작해 볼 때, 지금의 상황은 여러 가지로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트롤이 확실해요! 그리고 놈들은 다섯이나 떼를 지어 몰려와 아버지를 잡아갔어요! 다른 건 없었구요! 제발, 제발 아버지를 구해주세요!”
여자의 처절한 절규에 샤크론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급해보이는 데, 아리온은 그녀의 말을 확실히 믿지 않는 듯 했다.
한 사람의 아버지이고, 그도 하나의 생명이다. 아무리 제 목숨이 중하다고 해도, 남의 목숨을 가볍다고는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은 백성들이 그토록 오르길 원하는 선망의 대상, 기사가 아니던가?
그 말이 거짓이어도 달려가 보는 게 옳다고 할 수 있을 터였다.
“아리온.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면, 트롤의 뒤를 쫓는 게 좋겠어. 어떤 목적으로 일을 벌였는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위험한 건, 이 분의 아버지니까.”
“좋아. 패커스, 카트라. 너희들도 동의하는 거지?”
대답 대신 두 사람은 가벼운 고갯짓으로 동의의 표시를 대신했다. 그렇다면 망설일 것이 없었다.
“위치가 어디죠?”
“제가 달려온 길 그대로에요. 저쪽 산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보면 ‘금지구역’이라는 팻말이 있어요. 바로 그 앞에서 나물을 캐다가 이런 봉변을….”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근처의 여관에서라도 기다리고 계세요. 길거리를 혼자 방황하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샤크론의 말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온, 가자!”
“오랜만에 실전 경험을 쌓아보는 군! 하앗!”
아리온이 일성을 내지르며 검을 꺼내 들었다. 이어서 카트라와 패커스, 샤크론도 검을 꺼내들었다. 햇빛에 반사되어 검이 반짝반짝 빛났다.
[탁탁탁탁]
네 사람의 인형이 산 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