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28화 (28/166)

# 004. 갑작스런 의뢰

“그, 그렇지! 기사는 실력으로 말하는 법이지! 그, 그런데 왜 에르치오님의 십계명에 매번 토를 다는 거야!”

“에르치오가 밥 먹여줘? 검술 실력 늘려줘? 자신의 길은 자신이 결정하는 거야. 그런 십계명 따위는 죽음 앞에서 아무런 소용도 없어.”

순간 카트라가 멈춰 섰다. 방금 전까지의 표정과 다르게 얼굴이 갑작스레 경직 된 모습이었다.

카트라의 정지에 나머지 셋도 모두 달리던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카트라에게 다가갔다.

“카트라. 갑자기 왜 그래? 내가 말한 것 때문에 그러는 거야?”

샤크론이 카트라의 어깨를 흔들며 물었다.

하긴 카트라에게 에르치오의 십계명은 세상의 전부와도 같았다. 그 십계명에 부합되지 않는 일이라면 죽어도 하지 않는 게 카트라다.

그렇게 신봉하는 십계명의 원작자 에르치오를 샤크론이 욕보였으니 화가 난 것도 당연할 터였다.

“…….”

대답 대신 카트라의 멍한 표정만이 보여졌다. 크게 충격 받은 모습에 샤크론은 어쩔 줄 몰라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동료들 사이의 내분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샤크론….”

“미, 미안해. 카트라. 내가 말을 잘못….”

[뿌우웅]

잠시 동안의 적막. 그리고 이어져 들려온 의문의 소리.

“… 이런 젠장!”

소리가 들리자마자 아리온이 코를 부여잡으며 옆으로 벗어났다. 이어서 패커스가 헛구역질을 하며 재빨리 움직였다.

카트라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만 가스를 분출했던 것이다. 이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행의 돌발상황이었다. 카트라의 가스가 내뿜는 악취는 기사단 내에서도 꽤 유명할 만큼 강력했다.

“크헉!”

뒤 이어, 카트라의 어깨를 흔들던 샤크론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강력한 냄새의 압박! 그것은 가히 환상적인 수준이었다.

“미안. 갑자기 열이 받은 나머지 그만….”

[뿌웅]

또 한번의 소리가 이어졌다. 그러자 아리온이 코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며 소리쳤다.

“카트라!”

“아니야! 이번에는 아니야! 방금 전에는 내가 열받아서 그런 것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라구!”

“뭐?”

분명 들린 것은 그 소리였다. 그런데 카트라가 한 것이 아니라니? 아리온이 고개를 돌려 샤크론과 패커스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도 당연히 아니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바스락]

샤크론의 뒤에서 낙엽이 밟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낙엽이 밟힌다… 그렇다면 넷을 제외하고도 무엇이 있다는 이야기다.

“하압!”

뒤를 돌아볼 필요도 없었다. 샤크론은 반사적으로 몸을 회전시키면서 발뒤꿈치에 체중을 가득 실었다. 회전과 함께 상대의 모습이 확인되면, 재빨리 뒤로 도약할 생각에서였다.

“꾸우우!”

트롤이었다. 군데군데 오물이 묻은 보랏빛 피부, 연녹색의 역겨운 침을 뚝뚝 흘리고 있는 괴물.

“샤크론,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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