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29화 (29/166)

# 004. 갑작스런 의뢰

아리온의 외침이 이어졌다. 트롤이 양손을 모아 바닥을 내려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 정도의 거구가 내려치는 힘이라면 두개골이고 뭐고 다 가루가 되어버릴 터였다.

“웃차!”

자신의 눈앞에서 덮쳐오는 트롤을 바라보며 샤크론은 힘껏 도약을 했다. 자나깨나 무조건 걷기만 하면서 길러 온 하체다. 그래서 그런지, 샤크론의 점프는 상당한 높이까지 이어졌다.

“으아! 크아!”

트롤의 양손이 허공을 가르며 바닥에 꽂혔다.

[푸욱]

흙으로 된 바닥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기며 여기저기로 흙이 튀었다. 그와 동시에 샤크론의 착지가 이뤄졌고, 아리온과 패커스, 카트라가 뒤에서 합세했다.

“소프트 트롤이야. 움직임이 빠르니까 빈틈을 보일 때 잡는 게 좋아!”

아리온이 검을 X자로 모양으로 휘저으며 트롤에게 달려들었다.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트롤답게 녀석은 지면 깊숙한 곳 까지 팔이 끼어, 이리저리 바둥거리고 있었다.

“끄아왁!”

트롤이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어떻게든 빼내려 애를 썼다. 하지만 무식하게 힘을 쓴 탓에 어이없게도 팔이 부러져 힘을 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빼내기 위해 힘을 쓸수록 고통만 가중됐다.

“아무리 야성의 본능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너무 물러 터졌어.”

아리온이 검이 가차없이 트롤의 목을 갈랐다.

[써겅]

고기가 썰리는 듯한 둔탁한 소리.

[툭]

아리온이 지나간 자리에 트롤의 머리가 떨어졌다.

카트라의 가스 사건에 이은 트롤의 등장으로 샤크론과 일행의 감각이 곤두섰다. 혼자 움직인 것으로 보아 납치사건의 주범은 아닌 듯싶었지만, 이제부턴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물론 금지구역이라는 팻말이 나오기 까지는 좀 더 걸어야했다. 단, 유비무환.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는 것이다.

“생각보다 야성이 많이 둔해졌어. 트롤이란 종족의 분리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건가?”

샤크론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보통 트롤이라 하면 재생력이 뛰어나고, 무식하게 힘만 강한 몬스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방금 전에 일전을 벌였던 트롤은 단번에 목이 잘렸을 뿐만 아니라, 지면을 내려 친 팔이 부러지는 등 어이없는 현상을 보여주었다.

문헌상으로 나오는 트롤의 야성을 대부분 보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프트 트롤이 다른 곳에만 있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소프트 트롤은 오로지 카다르에 있는 마시드 산에만 존재하는 개체다.

다른 곳에는 오히려 매드 트롤이라고 해서 일반적인 트롤보다 극도로 강한 몬스터가 존재했다.

“종족의 분리현상이라기 보다는 그냥 힘이 없는 트롤 같아 보였어. 어떤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이래.”

“뭔데?”

일행의 관심이 샤크론에게 집중됐다. 저마다 피가 잔뜩 묻은 검을 들고 있는 상태라서 언뜻 보면, 말하지 않으면 죽일 것 같은 모습이었다.

순간적으로 위협을 느낀 샤크론이 손으로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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