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6. 슈타인 기사단의 전지훈련
Chapter 4
한편, 그 시간 수도 카다르의 황궁에서는 제 12차 원로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폐하. 신, 로슈 아뢸 것이 있사옵니다.”
고풍스런 분위기의 벽돌과 보석들로 외관을 장식하고, 수십 장의 비단을 엮은 다음 금실로 용을 수놓은 카페트. 또 그 위에 붉은 카펫이 한 번 더 깔려있는 어전회의실의 안에서 제 12차 원로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원로회의란 마법사단과 기사단의 핵심인물 총 10명, 그리고 조정의 신하들 중에 대공작의 이상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만이 참여하는 회의였다.
대부분의 구성원이 적어도 60대 이상이라 원로회의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그 중에 나이는 비슷하지만 유일하게 젊어보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바로 테스타노였다.
테스타노는 황제의 옆에 서서, 조용히 회의를 지켜보았다.
“말해보시오, 로슈 대공작. 짐은 원로회의에서 나오는 모든 의견을 경청할 것이오.”
한 없이 은혜롭고 인자해보이는 황제의 모습에 로슈는 고개를 조아렸다.
그는 최근 통과한 금지구역 제도 법에 의해, 자신 소유의 산까지 금지구역이 되고 있는 것을 항의 할 생각이었다. 1000골드의 거금을 들여서 통째로 구입한 산인데, 중앙에 경계선을 그은 것처럼 허리부분이 한데 묶여, 금지구역이 되었던 것이다.
“신은 폐하의 성덕에 힘입어 가문의 명예를 드높이고, 황실에 바칠 수 있는 모든 충성을 바치고 있사옵니다. 하오나 신이 폐하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는 것이 있어, 이렇게 여쭙고자 하옵니다.”
로슈 가문은 네오시오 1세의 즉위 이후 황실에 재정적인 지원은 물론이고, 전쟁 시에는 먼저 달려 나가 싸웠던 명망 있는 기사단 가문이었다.
제국에 대한 끝없는 충성. 이것이 높이 평가되어 네오시오 1세부터 3세까지 3대에 걸쳐 총애를 받아왔다. 덕분에 황제가 직접 하사한 엄청난 규모의 산과 농토를 보유하고 있었다.
“말해보시오.”
황제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슈의 예상대로 황제는 별 문제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어떤 가문인데 소홀히 대하겠느냔 말이다.
“신의 가문이 보유한 산이 다섯 곳이 있사옵니다. 그 중에 미르넨 산에 대한 문제를 말씀드릴까 하옵니다.”
“미르넨 산이라면 카다르를 둘러싸고 있는 다섯 개의 산 중에 하나가 아니오?”
“그렇사옵니다, 폐하. 신이 조사해 본 결과, 미르넨 산은 일부 트롤과 별장 다섯 채가 있는 게 전부였사옵니다. 그런데 왜 폐하께옵서 미르넨 산의 중앙부를 금지구역으로 선포하셨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사옵니다.”
로슈가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내자, 원로회의 참석자들의 표정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황제를 상대로 자신들의 권리를 다시 한번 주장하는 행위. 이것은 원로회의의 구성원으로서 갖는 자부심과 힘을 자랑하는 행동이었다. 원로회의의 구성원이 될 정도로 제국에 충성을 바쳤는데, 왜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돌아오는 결정을 내렸냐고 묻는 것이다.
미르넨 산은 얼마 전 금광이 발견되어서 로슈 가문이 쾌재를 불렀던 산이었다. 특히 중앙지대에 마나석이 묻혀있는 듯 하다 하여 곧 채굴작업에 착수할 생각이었었다.
그런데 그런 돈방석을 황제가 떡 하니 금지구역으로 선포했으니, 로슈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테스타노 경이 대답해 줄 것이오.”
황제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옆에 있던 테스타노를 가리켰다.
‘역시 저 놈의 짓인가.’
로슈는 이것도 테스타노의 농간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요즘 들어 주변의 대신들이 자신의 사유지 내에 금지구역에 생겨나고 있다며, 불평을 터뜨린 적이 있었다. 그 때, 대신들이 테스타노를 언급하는 것을 보고 ‘설마 제일 마법사가 그럴 이유가 있겠느냐.’라고 했었는데, 정말 사실인 모양이었다.
“로슈 대공작 각하. 그것은 제가 건의한 것으로 위험지역으로 규정하여 금지구역화 했습니다. 사전 통보가 없었던 것은 죄송스럽지만, 빠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테스타노가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를 만났던 대신들의 말이 테스타노를 보면 기가 죽어 말도 잘 안나온다는데, 지금의 로슈에게 비친 테스타노의 모습은 여느 마법사와 다를 바가 없었다.
로슈는 이럴 때에 강하게 밀어붙여야겠다 싶어, 목소리를 높여 테스타노에게 말했다. 엄연히 황제와 생사고락을 함께 해왔던 자신이니, 테스타노 따위가 자신을 막 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위험지역으로 규정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이오. 트롤 몇 마리가 살고 있고, 별장 다섯 채가 있는 게 고작이오. 위험지역으로 규정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건의를 올린 제일 마법사의 의도가 궁금하오.”
마나석은 제쳐두고라도 자신의 영역에 손을 댄 것, 로슈는 이것이 기분 나빴다. 제 아무리 제일 마법사라고는 하지만, 서열로 따지면 그는 원로회의 구성원들보다 두 단계 낮은 직위에 있다.
그런데 주제넘게 자신들의 세력권에 제재를 가하고, 더불어 최소한의 예의라고 할 수 있는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얼마 전, 관리자를 파견했다가 퇴짜를 맞고 돌아온 일이 있었다.
“폐하께서는 제게 금지구역 인가(認可)에 대한 전권을 넘겨주셨고, 저는 나름대로의 기준에 의거하여 금지구역으로 설정했을 뿐입니다. 대공작 각하, 위험지역이라는 것이 몬스터가 존재한다고 해서 규정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테스타노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계속해나갔다. 마치 당연한 일을 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표정에 로슈는 배알이 뒤틀렸다.
전권을 주고 말고는 알바 아니었다. 중요한 건, 마나석이 묻혀 있는 광산이란 것이다. 몇 천 골드를 호가하는 마나석 말이다!
로슈는 포기할 수 없었다. 마나석은 그 희소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하나만 채취해도 엄청난 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아무리 질이 떨어지는 하급 마나석이라고 해도, 1천 골드 이상의 이익은 반드시 보장되었다.
그런 중요한 곳을 순순히 넘겨줄 수는 없었다. 마나석도 마나석이거니와, 로슈 가문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다. 구스타프 같은 하류 귀족 가문에 당할 바가 아니었다.
“조사한 바가 그것 밖에 없으십니까? 혹시나 제국의 규정에 반(反) 할 수 있는 사항이 없었습니까?”
“그럴 리가 없지 않소? 주변의 금광이 있긴 하지만, 금광은 법적으로도 개인소유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는데.”
로슈는 극비리에 마나석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만큼, 테스타노는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고는 자신에게 마나석이 묻힌 위치를 알려주고, 지반을 탐색했던 학자 밖에 없었다. 그 사람의 입은 100골드를 뿌려 미리 틀어막았으니,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렇습니까? 좋습니다. 여봐라!”
테스타노가 문 옆에 정렬해 있는 병사를 불렀다.
“예, 부르셨습니까?”
“증인을 데려와라. 아직도 대공작 각하께서 이해를 하지 못하시는 것 같구나.”
“증인?”
로슈는 증인이란 말에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보았다.
[끼이이]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의 사내가 들어왔다. 바로 그 학자였다.
‘아, 아니 어떻게 저 놈이?’
로슈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100 골드면 일반인들은 평생 만지기도 힘든 엄청난 액수의 거금이다. 굳이 아쉬울 것이 없었을 텐데, 왜 이곳에 나타난 것일까. 게다가 그는 6촌관계에 있는 먼 친척뻘의 사람이기도 했었다.
“폐하, 신의 결정에 대한 정당성은 저 사람이 말해줄 것이옵니다. 그와 동시에 폐하께 로슈 대공작 각하의 죄를 물으실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옵니다.”
“뭐라고!”
테스타노의 말에 로슈는 물론이고 원로회의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표정이 일제히 뒤바뀌었다. 로슈 대공작의 죄를 묻는다! 순간 로슈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했다.
“자, 말해보아라. 황제폐하 앞에서 고해라. 로슈 대공작 각하께서 어떤 잘못을 저지르셨는지.”
경비병의 손에 이끌려 들어 온 사내는 고개를 바닥에 푹 숙인 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준비라도 해왔던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말이 흘러나왔다.
이런 상황이라면 겁에 질려서 몸을 떨어야 하는 게 정상인데도 말이다.
“로슈 대공작 께서 마나석이 묻혀있다는 것을 아시고 제게 지반 조사를 의뢰하셨습니다. 저는 몇 가지 조사를 거친 후에 마나석이 묻힌 것을 알게 되었고, 법적으로 개인 소유가 불가능한 만큼 신고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했지?”
“그러나 대공작 께서는 100골드와 함께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함구를 의뢰하셨습니다. 저는 거절할 수가 없어 일단 받았으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되었고 치안청에 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럴 수가. 너무 어이없게 자신의 행각이 모두 탄로가 나버렸다. 그것도 사실이 아닌 왜곡 된 진실이 까발려진 것이다. 분명히 그가 먼저 사실을 알려왔고, 100골드만 주면 입을 다물겠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지금 새롭게 밝혀진 진실은 로슈가 벌였던 일과 정반대가 되는, 다시 말해 로슈를 죄인으로 만드는 진술이었다.
로슈는 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외쳤다.
“거짓 진술입니다. 이 사람이 먼저 알아내고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곧 폐하께 보고를 올릴 생각이었습니다!”
“보고를 올릴 예정이셨다면, 사흘 전에 올린 토지조사서에 그 사항을 적으셨어야지요?”
테스타노가 비소를 흘리며 로슈를 쳐다보았다. 순간 로슈는 심장이 멎는 듯한 힘을 강하게 느꼈다. 오싹하다 못해 차가운 눈빛,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기운이었다.
“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토지조사서를 제출한 직후였습니다!”
무슨 말이라도 둘러대야 했다. 마나석의 존재를 알고도 황실에 보고를 올리지 않는 경우에는 국법에 의해 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
마나석은 골렘이나 수도를 방어하는 초대형 마법진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었다.
하지만 그 가치가 매우 높고 구하기가 힘들어, 제국의 법으로 ‘마나석이 묻힌 곳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되, 그 사실을 감추거나 개인의 용도로 사용하려 하면 가산 몰수 및 무기형에 처한다.’ 라고 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마나석 하나하나가 국가의 전력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개인이 사적인 용도로 외국에 팔아넘기거나 할 경우에 엄청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희귀성 물질의 유출을 막기 위해, 카다르 제국은 엄격한 법으로 마나석을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법을 로슈가 어긴 것처럼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이상하군요. 이 사람이 치안청에 신고를 한 건 나흘 전인데.”
“아아!”
로슈는 이게 단순한 거짓증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테스타노의 의도적인 계획이다! 자신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올가미를 만들어 놓고, 걸려들기를 기다렸던 게 분명했다.
“폐하. 혹시나 해서 황궁 소속의 학자를 보내 조사한 결과, 마나석이 묻힌 것을 확인했사옵니다. 그곳엔 제국의 법에 의거, 국유지로 전환하되 위험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신은 이러한 절차로 제재를 가한 것입니다.”
“로슈 대공작. 짐은 대공작을 믿었건만….”
네오시오 3세의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 어렸다. 믿었던 사람에게 큰 배신을 당했을 때의 그 멍한 표정. 로슈는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리쳤다.
“이건 테스타노의 올가미이옵니다, 폐하! 신은 절대로 개인을 위해 사용하려 한 것이 아니었사옵니다!”
“추하십니다, 대공작 각하. 대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원로회의에 오신 것을 참작하여, 1호(최고급)의 감옥에 모셔드리겠습니다. 대공작 각하의 죄는 국가의 재산을 빼돌리려 했던 대죄인 만큼, 극형을 면치 못하실 겁니다.”
“테스타노, 이 놈!”
로슈가 분노로 가득 찬 고함을 질렀다. 테스타노가 마법사들 중에 명망있는 가문의 사람들을 죄로 엮어 처넣는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 목표 대상에 자신도 있었음은 눈치 채지 못했다. 설마 마법사 따위가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는 자신을 건드릴 거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부로 로슈의 모든 지위를 박탈한다. 그의 가산은 모두 몰수 할 것이며, 토지나 산은 모두 국유지로 전환한다. 더불어 로슈에 관련한 사안의 처리를 테스타노 경에게 모두 위임하는 바이다.”
“폐하! 어찌 3대를 이어 충성을 바쳐 온 신에게 이러실 수 있사옵니까!”
로슈가 허탈함으로 가득 차 소리를 질렀지만, 황제의 대답은 없었다.
오히려 테스타노의 눈빛만큼이나 황제의 눈빛도 차가웠다. 황제가 테스타노의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준다고는 했었지만, 이렇게 심각할 정도인 줄은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마치 테스타노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려는 것처럼, 황제는 거리낌 없이 로슈를 죄인으로 만들어버렸다. 3대에 걸쳐 충성을 바쳐 온 가문이 일순간에 역적의 가문이 된 것이다. 결정을 내리는 황제의 모습에서는 일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
원로회의에 참석한 참가자 모두가 할 말을 잃고 침묵에 잠겼다. 저마다의 요구사항을 들고 참석한 회의였는데, 로슈가 이렇게 되어버리자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건 누가 보아도 엄연한 테스타노의 공작이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로슈의 일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쾅!]
경비병들의 손에 로슈는 밖으로 끌려 나갔다. 회의실 안은 침울한 고요 속으로 잠겼고, 테스타노는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또 폐하께 드릴 말씀이 있으신 분 계십니까? 1년에 한 번 소집되는 회의인 만큼, 하실 말씀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래. 어서 말해들 보시오.”
황제 역시 예전의 인자하고 후덕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바뀌어 버리는 두 사람의 표정. 보이진 않지만 강하게 느껴지는 살기에 그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괜한 말을 꺼냈다가 로슈처럼 되고 싶지 않은 생각에서였다.
자기가 조금만 참으면 되는 것이다. 그까짓 금지구역으로 지정된 땅은 버린 셈 치면 되는 게 아닌가. 원로들은 그렇게 스스로를 자위(自慰)하며, 무언으로 일관했다.
“…….”
“더 이상 없으시다면 이것으로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테스타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합시다.”
“좋습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제국의 원로회의는 더 이상 없을 겁니다. 더불어 제국을 대표하는 원로회의의 구성원으로서 로슈 대공작의 위법 행위를 알아내지 못한 바, 황제 폐하를 대신해 사퇴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뭐라고요!”
테스타노의 입가에 냉소가 어렸다.
“원로회의의 구성원으로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것을 어떻게 감당하실 것입니까? 제국을 대표한다는 분들이 이런 일에 대한 책임은 신경 쓰지 않고, 자기들 이익을 지키는 데에만 급급하시군요?”
“테스타노 경, 당신은 그럴 권리가 없어. 폐하의 명이 아니면 받들 수 없소!”
“폐하, 직접 말씀해주시지요.”
원로들은 황제가 그런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엄연히 원로들은 회의의 구성원이 될 만큼의 실력을 가진 실력자이고, 공신들이다.
아무리 황제가 이상해졌다지만 제국의 공신이자 피로 물든 충성의 상징인 자신들을 내칠 리가 없었다.
“폐하, 말씀하시옵소서. 비록 이 일에 대한 책임은 감수할 것이오나, 원로회의를 폐지하고 사퇴를 요구하시는 건 부당한 일이옵니다. 그럼 그 자리는 누가 채우겠사옵니까?”
“짐은 오늘을 기해서 원로회의를 폐지하고, 원로들의 책임을 물어 개개인의 직위를 두 계단 강등시킬 것을 명하오. 더불어 새로운 원로회의는 테스타노 경을 포함한 10명의 새로운 대신들로 채워질 것이오.”
“!!”
청천벽력이어도 이럴 수는 없었다.
희망의 멘트를 기대했던 원로들의 얼굴이 한순간에 싹 굳어버렸다. 게다가 새로운 원로회의의 구성원에 테스타노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나라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원로회의에 저 사악한 마법사가 자리하게 되면, 얼마나 제국이 더더욱 휘청거릴 것인가! 원로들은 제각기 탄식을 흘렸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