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6. 슈타인 기사단의 전지훈련
Chapter 5
기록에 등재되는 훈련인 만큼, 샤크론은 빠르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사실대로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았다. 특히 흑마법과 관련 된 이야기는 모두 빼내버렸다.
샤크론은 자신이 5서클의 마나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어린나이에 고서클의 위치에 있을 수 있는 건, 가문의 조상들 덕분이라고 했다.
동료들이 기사들인 만큼 역시 깊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다만 조상들의 무엇 덕분에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샤크론은 기사들에게 가전검법이 있듯이, 마법사 가문에도 마나를 통제할 수 있는 내법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샤크론은 가문의 내법인 마나 주입을 통해, 5서클의 마나까지만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한마디로 강제 주입에 의해서 한계치가 설정되었다는 표현이었다.
이 말에 동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면 어느정도 설명이 가능했다. 5서클에 제한 된 마나, 꾸준히 키워 온 검술실력. 그리고 아직 전무하다 시피한 마법의 지식. 모든 것을 종합하니, 지금의 샤크론과 같은 듯 했다.
“5서클이면 수도에서 마법사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데, 왜 기사의 길을 택한 거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듯이 표정을 짓는 아리온의 모습을 보니, 샤크론의 말을 확실하게 이해한 듯 했다.
‘결국 거짓말을 했어….’
샤크론은 끝끝내 자신의 모든 것을 거짓으로 바꾸어버린 입을 탓했지만,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도 비밀을 말해서는 안 되었다. 과잉 반응이라고 말해도 그가 할 말은 없었다.
“기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 마법사 가문의 자손이긴 했지만, 처음부터 한계치를 가지고 살아가는 마법사가 되는 건 좀 그렇잖아. 5서클 이후를 기대할 수 없는 마법사의 삶은 내가 바라는 게 아니었지.”
“음….”
“물론 집안에서 반발이 거세긴 했지만, 나의 뜻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분은 없으셨어.”
“그랬구나.”
“후우.”
모두가 수긍하는 눈치였다.
그제야 샤크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스스로 ‘지금은 때가 아니라 말을 못하는 거다. 그러니까 동료들에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비로소 언젠가 그 날이 오면 그 때 말하자!’고 최면을 걸었다.
테스타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할 수 있는 날, 바로 그 때가 ‘그 날’이었다. 그 전까지 샤크론은 모든 것을 숨길 생각이었다.
“그래! 이제야 모든 정황이 이해가 가는 것 같아. 5서클의 마나가 있었으니 안토니오에게 당하지 않은 것도 성립이 되고. 더불어 오러를 쓸 수 있는 조건도 성립이 되지. 다만, 너무 깨달음이 빨랐다는 건 조금 이해하기 힘들지만.”
“오러는 나도 당황스러웠어. 아무래도 마법 쪽의 지식과 검술이 섞이다보니 지름길이 되지 않았나 하는 게 내 추측이야.”
완벽하다 못해 치밀한 자신의 거짓말에 샤크론도 놀랐다. 뭐 크게 틀린 설명은 아니었다. 마법이나 마왕이나 같은 개념이 아닌가? 아닌가.
“그래. 자세한 이야기는 훈련이 끝나고 하는 게 현명할 것 같아. 어쨌든 그러면 이번 훈련 1위는 따놓은 당상이겠군!”
아리온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샤크론의 등을 탁 쳤다. 오러를 쓸 줄 아니, 문제없다는 이야기였다. 소드 마스터가 오우거 하나 못 잡을 리 있겠는가?
“자, 출발!”
“헤이, 소드 마스터! 앞장 서시겠습니까?”
“뭐?”
그렇게 본격적인 사냥은 시작되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예정 된 36시간을 30분 정도 남겨두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해. 왜 잡는 오우거마다….”
오우거를 잡는 과정에서 샤크론 일행은 희귀한 일을 겪고 있었다. 오우거를 잡을 때마다 종속충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욱, 샤크론. 종속충 활용이 흑마법 계열의 사술이라고 했지?”
“맞아.”
아리온이 찐득한 액체로 얼룩진 철갑주를 바라보며 역겨운 표정으로 물었다. 계속되는 종속충의 등장에 가슴까지 타고 오르는 것을 허용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가슴을 내리 쳐, 벌레를 때려잡는 일도 나왔다.
“설마 게르하르트의 계곡까지 테스타노의 손길이 닿은 것일까?”
아리온의 말에 샤크론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테스타노. 대체 어떤 놈이길래,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걸까. 만약 이 종속충이 오래 전부터 계곡에 있어왔다면, 분명 종속충에게 지배를 당한 기사들도 있을 터였다.
일반인들은 종속충에 대해 알지 못한다. 철저히 흑마법 계열에 입각한 곤충이기 때문에, 흑마법 관련 서적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알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렇다면 멋모르고 덤벼들었던 수많은 기사들이 종속충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그 종속충을 다루는 사람은 누구인 것일까.
“지금까지 잡은 오우거가 총 몇 마리지?”
“개개인으로 따지지 않고 총 합을 말하자면, 124마리야. 124마리 모두 종속충이 체내에 숨어 있었어. 최소 수 백 마리 이상.”
샤크론이 오른팔에 턱을 괴고 패커스에게 묻자, 패커스가 주머니에 담아, 펜으로 체크한 귀의 숫자를 세며 답했다. 오우거의 귀가 총 248개로 적혀 있으니, 틀림없을 것이었다.
“문제가 있어. 종속충은 주인이라 불리는 ‘시전자’ 없이는 절대 숙주를 선택하려 하지 않아. 분명 의도적으로 시전자가 풀어 낸 벌레들이 맞아. 이런 짓을 벌일만한 사람은….”
샤크론은 테스타노라고 확정지을 수는 없어도, 최소한 교단에 관련 된 인물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은 엄연히 기사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훈련지이다.
그렇다면 이 일을 벌인 사람은 기사들을 자신들의 통제 하에 넣기를 원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것도 남의 의심을 받지 않고, 떳떳하게 일련의 일들을 벌일 수 있는.
“그렇다면 이번 훈련에 참여한 우리 기사단의 사람들도…?”
패커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야.”
아리온이 날카롭게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물어보면 되잖아. 종속충을 본 적이 있냐고.”
“가능할까? 종속충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카트라의 질문이었다. 샤크론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것은….”
“종속충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할 리가 없지. 머리를 갈라 속을 헤집어보지 않는 이상, 그가 지배를 당하는지 않는지는 알 수 없어. 시전자가 개입하기 전까지, 피해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갈테니까.”
카트라는 순간 전율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일단 종속충에게 당하면 끝이다. 사실을 알아도 말할 수 없으며, 당했다손 쳐도 외부의 사람들은 지배를 당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미쳐버려 광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미 자신이 종속충의 지배를 받고 있을지도 몰랐다.
“샤크론. 일단 예정 된 훈련시간이 거의 끝났으니, 어서 돌아가도록 하자. 그나저나 이 정도의 성과면 꽤 괜찮은 듯 한데! 샤크론 덕분에 잡은 오우거만 90마리가 넘잖아?”
“맞아. 샤크론 덕분에 빛 좀 보겠는 걸? 어디까지나 이 실적은 팀.의.실.적 으로 기록되는 거잖아!”
패커스가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샤크론이 이마를 탁 치며,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뭐, 뭐야? 팀의 성적으로 기록되는 거라고?”
“그래. 팀의 성적으로 기록되어서 4명의 기사에게 동등한 권리가 부여되지. 왜, 설마 혼자서 성과를 독식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리온의 물음에 샤크론은 배를 문지르며, 배탈이 난 것처럼 아픈 척을 했다.
“아니, 그건 아니야. 단지 배가 좀 아플 뿐이야.”
“소드 마스터께서 그러시면 곤란하지요! 우리 같은 하급 기사들에게도 광명을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요?”
“하하하하하.”
동료들은 샤크론이 비정상적으로 강하다는 사실에 대해 그다지 의문을 가지지 않는 듯 했다. 반감도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그것을 두고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알았어. 알았어. 어쨌든 돌아가자. 이번 종속충에 관련한 일도 마시드 산과 연결지어 생각해봐야 할 거야. 분위기 깨서 미안하지만, 난 이번 훈련으로 인해 앞날이 더 어두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뭔가 심상치가 않아….”
샤크론은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계속해서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테스타노에 대해서 어떤 것도 종잡을 수가 없었다.
마치 그가 거대한 장벽인 것처럼 느껴졌다.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 그리고 시야를 가리는 장벽처럼 그 뒤를 예측할 수가 없는.
“그건 나도 동감이야. 어쨌든 샤크론의 말처럼 돌아가자. 이 기록들이 지각으로 무효화 되면 곤란하지. 자, 태양이 봉우리 근처에 접근하고 있어. 서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