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1. 철저한 패배, 무너지는 어둠의 꿈
마지막 흑마법사 2권
# 001. 철저한 패배, 무너지는 어둠의 꿈
Chapter 1
“역적을 몰아내고 황제 폐하의 충실한 종이 되자! 다른 것은 다 필요 없다! 테스타노를 찾아라!”
상황이 뒤바뀌는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황궁 밖에서 터지기 시작한 수 십 여발의 축포. 그것은 원로회의군의 대 반격을 의미하는 서곡이었다.
이렇게 되자, 발칵 뒤집힌 것은 카다르 기사단이었다.
카다르 기사단의 단장 메이어는 원로회의 소속의 기사들이 갑자기 몰려나가자, 매우 당황스러워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기사들의 폭동을 제지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
카다르 기사단의 대부분이 원로회의 소속이었고, 이들의 최종적인 명령 권한은 원로회의에게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신호가 터짐에 따라 그들은 썰물처럼 단청을 빠져나갔던 것이었다.
황궁과 단청은 그리 멀지 않은 만큼, 기사들은 주저하지 않고 황궁으로 향했다.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되었던 테스타노만 제거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법사들도 다를 바 없어, 반군에 가담한 마법사들은 테스타노를 찾아 나섰다. 그에 발을 맞추어, 마법사단은 대규모 몬스터 사냥을 핑계로 모든 마법사들을 이끌고 훈련에 나섰다.
“갈 수 없으십니다! 황궁에 기사들이 무단으로 침입하는 것은 국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황궁의 남문을 경비하는 경비대 병사들이 일제히 문 앞에 늘어서서 기사들을 향해 외쳤다. 황궁을 향해 몰려드는 기사들의 기세는 경비병들의 기를 죽이는 데 충분했지만, 경비병들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우린 역적 테스타노를 죽이기 위해 봉기한 기사들이다. 세상이 테스타노의 횡포를 알고, 무모한 사람을 죽인 다는 것은 잘 알 것이다. 길을 터주면 그 공을 인정받겠지만, 그래도 길을 막는다면 우리는 피를 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안 됩니다. 제국의 백성이라면 응당 그 법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잘 아시리라고 믿는 만큼, 더 이상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경비병이 물러서지 않고 대꾸했다. 평소에는 기사들 앞에서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경비병들이었지만, 지금은 매우 의연하면서도 자신감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시간이 없다. 비켜라!”
선두에 있던 기사들이 검을 치켜들며 외쳤다.
아직까지 살인은 없었던 모양인지, 칼은 햇빛에 눈부시게 반짝거릴 뿐, 핏물이 흐르지는 않고 있었다.
“과연 지엄하신 황제 폐하가 머물고 계시는 황궁에 무장한 기사들이 들이닥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잘 생각해보십시오. 돌아가십시오. 돌아가시란 말입니다!”
경비병들도 기사들처럼 검을 들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기사들은 오백을 웃도는 숫자였고, 경비병은 고작해야 오십 명 가량이었지만 그들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 뚫고 들어간다.”
선두의 기사가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며 말하자, 뒤에서 기사들이 일제히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지금이라도 길을 비켜라!”
“이러시면 실수하시는 겁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만 두십시오.”
“닥쳐!”
기사들은 경비병의 경고를 무시한 채, 성난 기세로 경비병들의 숨통을 끊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경비병들은 여전히 부동자세를 지키며, 굳은 표정으로 기사들을 지켜보았다.
“베어버려!”
“어리석은 것들….”
“테스타노?”
경비병들의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아니 경비병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 그것은 분명 테스타노의 목소리였다. 오십 명의 경비병들의 입에서 동시에 그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던 것이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무모할 줄은 몰랐다. 너희들은 몇 가지 크게 실수한 것이 있어. 눈앞의 적에 정신이 팔려, 자기 자신들을 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에드손, 뒤를 돌아봐라. 과연 동료들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뭐?”
에드손을 비롯한 삼십 명의 기사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들이 기사단 내부에서 가장 실력파였던 만큼, 선두에서 달려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흐흐흐흐….”
아니나 다를까, 후방에서 달려오던 사백여 명의 기사들이 걸음을 멈추고는 요상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한결같이 초점을 잃은 눈이었고, 독기를 가득 뿜어내는 것이 방금 전의 기세는 온데간데 없었다.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듯한 모습이었다.
“미카엘! 앞으로 나와라!”
“미카엘은 없다… 교단의 이름으로 네 놈을 징벌하겠다… 흐흐흐.”
“뭐, 뭐라고?”
“에드손. 후회는 없겠지. 나는 북쪽에서 내려 올 흑마법사놈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움직여야겠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지옥에서 정도는 만날 수 있겠지. 그럼.”
“테, 테스타노!”
상황은 급반전 되었다. 기세 좋게 황궁으로 달려가던 에드손과 그 동료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사들은 일제히 에드손 일행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난 전지훈련에서 종속충에 감염되어, 테스타노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 기사들이었다.
생각을 모두 읽히고, 정신을 통제당하는 그들이 태도를 바꾸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테스타노의 의지의 발현이 곧 그들의 변화로 이어졌던 것이다.
“교단의 적은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실수하셨습니다… 습니다….”
경비병들도 초점을 잃는 눈이었다. 그들은 모두 종속충에 감염 된 테스타노의 수하들이었다.
“젠장, 여길 뚫고 다시 나가자! 테, 테스타노가 설마 흑마법사였단 말인가? 저런 술법을 부릴 수 있는 백마법사는 이 세상에 없어!”
“에드손! 어떻게 할 셈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주변의 기사들도 크게 동요했다. 그들은 종속충에 감염 된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작스런 동료들의 배신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죽여 버려! 저 놈들은 무언가에 홀린 거야. 동료고 뭐고 없어!”
“이런 젠장!”
“하아아아아… 죽어라!”
경비병과 기사들이 일제히 에드손의 주변으로 몰려들더니,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비록 실력은 보잘 것 없는 그들이었지만, 워낙 수가 많다보니 에드손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테스타노의 의지가 강하게 발현되면서, 그들의 힘은 전보다 좀 더 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