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2. 나이블로의 소드
# 002. 나이블로의 소드
Chapter 1
“이상합니다. 왜 아무리 길을 바꾸어 가도 똑같은 곳이 나오는 걸까요?”
짙은 어둠을 등지며 남하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흑마법사 연합의 마지막 생존자들이었다. 지하도를 전전하며 목숨을 연명해왔던 그들은, 얼마 전 원로회의 대신들의 은밀한 연락을 받게 되었다.
황제와 테스타노 제거에 동참해준다면, 자신들의 안전은 물론이고 평생 걱정 없이 살게 해주겠다고 보장을 해 주었던 것이다. 물론 구두가 아닌 실제의 계약서로 작성을 했다.
이에 흑마법사 연합의 생존자들은 이번 반란에 참가하게 되었고, 그 목적을 수행하고자 황궁이 위치한 남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가도 가도 똑같은 길만 연속되고 있었다. 사막도 아닌데 신기루일 리는 없는 법. 상황이 이쯤 되자, 흑마군(흑마법사 연합군의 준칭)의 유일한 흑검사 발데스의 표정도 점점 일그러졌다.
그는 현재 흑마법사 연합의 2대 맹주이자, 에르난데스 나이블로의 23대손이었다. 더불어 소드 오러의 경지를 넘어선 흑검사 초절정의 경지, 다크 오러를 쓸 줄 알았다.
다크 오러는 보이지 않는 오러로 겉보기에는 단순한 검술로 보이지만, 무형의 오러가 발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오러의 색이 없어, 방심하고 있다가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참모이자 6서클의 흑마법사 트루카스의 말에 발데스는 차분하게 답했다.
“이것은 백마법사가 벌일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알 수 없는 외력에 의하여 공간에 갇혀버린 것 같은데…. 고도의 집중을 필요로 하는 흑마법이 분명해.”
“저도 흑마법사로서 흑마법에 많은 지식이 있긴 합니다만, 공간의 왜곡과 관련 한 마법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마나가 필요하지만, 우리 전부의 눈을 속이는 건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마나석이 있다면 가능하겠지.”
트루카스의 말에 발데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마나석을 수도가 아닌 이런 외진 곳까지 가져와서 활용하는 건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일인 것 같습니다.”
트루카스의 말도 맞았다.
마나석은 구하기가 힘든 광물인 만큼, 어떻게든 효율을 극대화해서 사용하는 게 정상이었다. 이렇게 외진 곳에 대단위 마법을 구현할 마나석을 심는 건, 매우 지나친 낭비였다.
“음… 마나석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면.”
“마나석의 역할을 대신 한다고요?”
“테스타노 정도라면 그 정도의 응용력은 있겠지. 예를 들면 인간을 매개체로 한 마법진의 구현이라던가… 놈은 정신계 마법에 능통하니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정말 그러고 보니! 놈은 암흑 교단의 교주가 아닙니까?”
트루카스가 무엇인가 깨달은 표정으로 외쳤다. 발데스의 말대로라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암흑 교단의 교주 테스타노의 명령이라면, 어디서든 목숨을 바칠 흑마법사나 신도가 수두룩하게 나타날 터였다.
그들의 죽음으로 마법진을 완성시킨다면, 이 정도 마법진의 구현은 식은 죽 먹기였다. 굳이 마나석을 설치 할 필요도 전혀 없었다.
“탈출하기 위해선 이 마법진을 형성하고 있는 숙주들을 찾아야 하는데….”
발데스는 그것이 걱정이었다. 게다가 설사 숙주들을 찾는다손 쳐도, 그 이후가 문제였다. 마법진이 풀림과 동시에 테스타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들을 덮칠 터였다. 어쩌면 지금, 놈은 마법진 안에서 우왕좌왕하는 흑마군들을 보며, 실소를 터뜨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마법진이라면 일정한 마나의 흐름이 있을 것입니다. 그 흐름을 읽어낸다면, 숙주들의 위치도 추정해 볼 수 있겠지요.”
“천 명이 넘는 흑마군이 이런 것으로 발길이 묶이게 될 줄이야. 전 맹주님께서 이런 사실을 보신다면… 그나저나 아까부터 왜 이렇게 검이 빛을 발하는 건지 모르겠군.”
발데스가 조상 대대로 내려져 오는 가보인 검을 만지작거렸다.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정확하지 않은 가문의 검. 아무리 닳고 닳아도, 달빛만 받으면 금세 날카로운 검날을 가지는 전설의 마검이었다.
23대 975년에 걸쳐서 전해 내려온 검이니, 가히 명검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자체적으로 마나를 가지고 있어 오러가 발출 될 때, 타격력을 배가시키는 오러 보조 검으로 유명했다.
그런 명검을 가진 발데스가 이렇게 마법진에 갇혀 꼼짝도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마나의 흐름이 잡힙니다… 땅 속에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 같은데… 아, 아니? 발데스, 아래를 찔러 보십시오.”
“아래?”
“예. 바로 아래 말입니다.”
그러자 발데스가 검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는 힘껏 아래를 향해 내리쳤다. 겉보기에는 흙만 수북이 쌓여있을 뿐이었지만, 투르카스는 무엇인가 이상한 기척을 느꼈다.
[푸우욱]
무언가 걸린 듯한 느낌과 함께, 발데스의 검이 흙을 뚫고 깊숙이 들어갔다. 이윽고 그 아래에서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기 시작했다.
[촤아아아]
“역시!”
검이 지나간 자리에 생긴 약간의 틈새를 타고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는 대상이 이전까지 살아있었음을 피로써 적나라하게 증명해주는 셈이었다.
“테스타노는 숙주들을 가사상태로 만든 다음, 땅 속에 묻어 마법진의 원동력으로 활용한 것 같습니다. 이들은 어둠의 마나는 물론이고, 생명력까지 동원해서 마법진을 운용하도록 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방법까지 생각해 낼 줄이야….”
투르카스는 인간을 이용한 고도의 마법진 응용에 혀를 내둘렀다. 예상했던 만큼이나 테스타노는 응용력이 뛰어났다.
인간을 본체로 한 마법진 활용은 몇 백 년 전 맥이 끊긴, 흑마법사들의 연구과제였다. 그러나 항상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 사용할 수 없었던 사술이었는데, 그것이 테스타노에 의해 사용되어지고 있었다.
“으음… 역시 만만하게 봐선 안 돼. 역시 점점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는 군. 전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저마다 마법을 캐스팅하라!”
“예!”
최고 사령관 발데스의 명령답게, 흑마군들은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살의 날을 넘기고 살아남은 끈질긴 생명력의 소유자들인 만큼, 그들의 얼굴에는 독기마저 서려 있었다.
[지이이이잉]
유리가 깨져나가듯, 공간의 장벽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퍼즐을 엎어버리는 것처럼, 주변은 순식간에 뒤섞였고, 다시 재조합되기 시작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마법진이 풀렸다. 교단의 이름으로 저주받은 자들을 살려주지 마라. 아버님께서 우리를 지켜보실 것이다.”
발데스가 소리치는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어둠의 아들들이 말하는 소리였다. 발데스는 직감적으로 오러를 뿜어내며 허공을 가르기 시작했다.
“마법 시전 후, 텔레포트를 이용해서 이 지역을 빠르게 벗어난다! 이 자리에서 싸우려 하다가는 이차적인 후속타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다!”
발데스는 공간이 깨지며 소환되는 자신들을 상대로 어둠의 아들들이 재차 공격을 퍼부을 것이라 예상했다. 어느 누가 자신의 눈앞에 놓여지는 먹이를 마다하겠는가. 그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라이트닝 볼트!”
“매직 미사일!”
“액시드 포그.”
마법사들이 제각각 마법을 시전 했다. 천 여 명을 웃도는 규모의 마법사인 만큼, 그 모습은 대단위 마법의 시전을 연상케했다.
원형으로 자신들을 둘러싼 어둠의 아들들과 교단의 신도들을 상대로 날린 전격마법은 포물선을 그리며, 여기저기로 파고들었다. 그와 동시에 마법사들이 일제히 텔레포트의 주문을 외웠고, 발데스는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었다.
[슈우우우]
몸의 형체가 일그러지더니 발데스를 비롯한 마법사들의 몸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처 주문을 외우지 못한 마법사들은 참혹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파파팍!]
[퍼퍼퍼퍼펑!]
“크으으윽!”
여기저기서 내질러오는 창과 검, 교단 마법사들의 공격에 노출 된 자들은 피를 뿌리며 속절없이 쓰러졌다.
창과 검에 사정없이 찔린 흑마법사들은 꼬치처럼 이곳저곳이 꿰어 공중에 들려졌고, 마법에 노출 된 흑마법사들은 온 몸이 불타오르며 고통의 소멸을 느껴야 했다.
몸 한가운데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불꽃, 그리고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는 듯한 야릇한 기분. 핏줄을 따라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
흑마법사들은 그렇게 교단의 마법사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 잡담 …………
오늘 연재한 것은 2권으로 리메하면서 1권 뒷부분이 2권으로 재편입, 보신 내용이 앞에 2회 정도 있을 겁니다. ^-^ 애교로 봐주세요.
추천은 옵션, 선작은 원 샷, 코멘트는 필수입니다. 백호에게 많은 먹이를 주세요 +_+ 연참과 성실연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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