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2. 나이블로의 소드
[위이이이]
텔레포트를 마치고 발데스와 마법사들이 도착한 지점은 전장에서 100m 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주문을 외울 시간이 부족해 생각보다 멀리갈 수 없었다.
“대열을 정비한다. 테스타노가 교단의 세력들을 이 곳에 숨겨놨었군…. 역시 만만하게 봐선 안 될 놈이야.”
발데스가 텔레포트 마법을 발동시키고 까맣게 타버린 스크롤을 내던지며 말했다.
선두에서 흑마법사들을 이끌고 싸우는 열 명의 마법사. 바로 어둠의 아들들로 테스타노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교단의 실력자들이었다.
어둠의 아들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테스타노를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저마다의 특화 된 흑마법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추정치이긴 하지만 모두가 6서클을 넘는 다고도 했다.
그런 만큼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자들이었다. 특히 특화 마법의 경우, 대단위 산화 마법이 많아 여차하면 함께 자멸할 수도 있었다.
그런 교단의 주축들이 이번 일에 투입되었다는 것은 어떻게든 흑마법사 연합의 잔당과 승부를 보겠다는 테스타노의 의지였다.
어둠의 아들들이 동원되었다는 것에서 그 점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척척척]
발데스를 기준으로 마법사들이 좌우로 일렬 정렬했다.
흑마법사 연합을 상징하는 흑장미가 새겨진 로브, 여기저기 타고 뚫린 흔적이 남은 스태프. 피를 뿌리며 죽어갔던 동료들이 남긴, 학살의 상징이었다.
동료의 피가 섞인 스태프를 그들은 마법 시전의 도구로 활용했다. 분노의 발현! 동료들의 피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발데스는 그 자리에서 어둠의 아들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어둠의 아들들은 저마다 50명의 신도들을 이끌고, 10줄로 늘어서 있었다. 창을 든 신도도 보였고, 검을 든 신도도 보였다. 또한 로브를 걸친 마법사들도 보였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차가운 냉소만이 흘렀다.
“교단의 신성함에 도전하는 존재, 아버지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는 죽는 것이 마땅하다. 이단자에게는 영원한 고통만이 있을 뿐이다!”
어둠의 아들들 중, 첫째인 알페니스가 양손을 비스듬히 사선으로 올리고는 외쳤다. 테스타노의 전지전능함을 상징하는 일종의 행위였다.
“교단을 운운하다니 어이가 없구나. 주신 매드노스를 제외한 신을 숭배하거나, 특정 개인을 숭배하는 것은 국법으로 금지 된 일이다. 물론 우리 흑마법사들도 국가가 법으로 못 박은 역적들 중 하나지만, 너희 교단의 신도들도 별반 다를 것은 없다. 게다가 네 놈들은 흑마법사이면서 역적이다.”
“매드노스는 인간의 상상이 빚어 낸 가상의 신이다. 매드노스가 추상의 존재라면, 아버지는 구체적 존재다. 아버님은 전능한 신이다.”
“별 같잖은 교리 늘어놓지 말고, 덤벼라. 어차피 네 놈들의 출현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이것으로 반동 흑마법사들은 모두 제거될 것이다.”
“목 간수나 잘하도록 해라.”
발데스가 실소를 흘리며 검을 세로로 들어 세웠다. 눈부신 햇빛을 정면으로 받은 검은 그것을 원동력 삼아, 살기를 가득 내뿜기 시작했다.
“가라. 교단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자는 영원을 부여받을 것이다.”
“아버지를 위하여.”
신도들이 오른팔을 들어 대답하고는 저마다의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창을 들고, 검을 움켜쥐었으며 스태프를 고쳐 잡았다. 그들은 각자에게 부여 된 일을 하게 될 터였다.
“우리도 물러설 수는 없지. 흑마법사 연합의 마지막 생존자로서, 그리고 정의를 실현하는 자로서! 테스타노의 개들을 하나라도 더 죽이고 가자. 저들을 살려두면, 흑마법사는 영원히 저주의 존재로 기록되게 될 것이다!”
“와아아!”
발데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학살의 날 이후,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을 해왔던가. 지하도를 파고, 죽은 동료들의 시체를 먹고, 심지어 벌레까지 잡아먹었다.
오로지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그들은 견디고 또 견뎠다. 그래서 잡은 기회가 바로 지금이었다. 발데스는 때가 좀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버리고 싶진 않았다.
“블랙 매직 미사일(Black Magic Missile).”
선공을 펼친 것은 발데스 쪽이었다.
블랙 매직 미사일은 흑마법 계열의 마법으로 목표에 명중할 시, 불덩어리가 되어 활활 타오르는 마법이었다. 블랙 매직 미사일의 마나가 상대의 마나와 결합해 산화 해 버리는 것이다.
평평한 벌판의 위로 일직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수 백 여 개의 매직 미사일은 장관 그 자체였다. 마치 거대한 화살이 지평면을 타고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듯 했다.
그러자 교단 측의 마법사들이 대응을 위해 마법을 캐스팅하려 했다.
이에 어둠의 아들들은 손을 들어 그들의 움직임을 제지하고는,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가 나설 필요도 없다. 우리면 충분하다.”
어둠의 아들들이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나가 짙은 검은색의 덩어리로 뭉치면서 구형의 덩어리를 만들어냈다. 손으로 충분히 쥘 수 있을 만큼의 작은 크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