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2. 나이블로의 소드
[슈아아아]
블랙 매직 미사일의 파공음이 가까워져왔다.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그것들은 황토 빛의 땅을 수 놓고 있었다. 체스의 경계선을 그리는 것처럼.
“아버님의 권능은 하나의 힘으로 발현된다. 마나 토네이도(Mana Tonado)."
마나 토네이도.
동질의 마나를 끌어들이는 일종의 흡성을 부여하여 마법의 흐름을 변형시키는 8서클의 흑마법이다. 이것은 수식의 복잡함 보다는 대량의 마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8서클로 분류 된 마법이었다.
어둠의 아들들이라면 그 정도의 마나 소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테스타노의 분신이자, 교단의 힘이 집합 된 결정체였다.
[푸슈슈슈슈]
10명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10개의 검은 덩어리가 어지러히 교차와 분열을 반복하더니 한 줄기 검은 빛을 발하면서 하나로 뭉쳤다.
그와 동시에 폭발적으로 반응을 일으키며, 발데스가 있는 지점을 향해 날아갔다.
마나 토네이도의 덩어리가 블랙 매직 미사일을 가르며 날아가자, 흡성에 이끌린 마법들이 경로를 이탈해 뒤섞이기 시작했다. 부여 된 마나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강한 흡성을 자랑하는 만큼, 10명의 힘이 실린 토네이도는 엄청난 수준이었다.
흡성에 이끌린 매직 미사일은 180도 방향을 바꾸며 마나 토네이도의 흐름을 뒤따르는 변화를 보였다. 그것은 마치 도미노를 연상시키듯 근거리에서 원거리로 넓혀졌고, 이윽고 대부분의 매직 미사일이 방향을 선회했다.
“마나의 흐름을 저지해! 중간 중간 방해 마법진을 발동 시키고, 토네이도의 중심에 재차 매직 미사일을 퍼붓는다!”
트루카스가 침착하게 마법사들을 독려했다. 같은 흑마법 계열의 마법사인 만큼, 토네이도에 대한 대처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으음….”
발데스가 정지 된 자세로 마나 토네이도를 응시했다. 발데스 쪽 마법사들이 날린 매직 미사일이 토네이도를 밀어냈지만, 그것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단지 속도만 늦춰졌을 뿐, 거대한 토네이도 덩어리는 발데스를 덮칠 기세로 날아들었다.
발데스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검에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심검합일. 마음과 검을 하나로 만드는 고도의 정신수련이 있어야만 가능한 경지였다.
“발데스, 위험합니다! 피하십시오!”
트루카스가 예상보다 강력한 토네이도의 위험성을 깨닫고는 발데스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발데스는 여유 있는 자세로 가만히 서 있었다.
“흑마법은 지극히 단순하지. 단지 어둠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더 강한 힘에 끌려 다니게 돼. 지극히 단순하게 말이야… 하앗!”
발데스가 강하게 기합을 넣으며 검에 힘을 가득 실었다.
[파팟!]
오러의 분출. 다만 어둠의 힘의 영향을 받아 검붉은 빛이 감도는 흑기사만의 오러였다. 그가 오른 마스터의 경지를 증명하듯, 오러는 매우 짙은 빛을 발하며, 마나 토네이도와 반발작용을 일으킬 준비를 했다.
[빠지지직!]
3m는 족히 넘는 오러가 3m의 잔상(오러의 꼬리)을 만들어내며 활활 타올랐다. 이윽고 하늘을 찌를 듯 타오르는 오러의 기운에 마나 토네이도가 정면으로 부딪혔다.
“크흐흐흠….”
발데스가 얕은 신음을 흘리며 충격을 흡수해내기 시작했다. 마나 토네이도 자체가 위험하다기보다는 그 흐름에 유도되는 마법이 더 위험한 만큼, 그는 최대한 마나의 기운을 흘려버릴 생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어서 날아든 블랙 매직 미사일은 발데스의 노련한 동작에 이끌려, 폭발하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흩날려가며 허공에서 터졌다.
“오오!”
발데스의 노련한 솜씨에 흑마군 소속의 흑마법사들이 탄성을 질렀다. 엄청난 폭발력을 자랑하는 마법들을 상대로 요리조리 흘려내는 것은 보통의 검술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방심하지 말고 반격을 준비하라. 이렇게 된 이상, 계속해서 마법을 주고받는 식의 싸움만 전개 될 것이다. 선공을 하기 보다는 기회를 노린다. 마법을 캐스팅하고, 대기 하도록.”
여러 가지 전투에서 가장 고도의 심리전을 필요로 하며, 1분 1초를 다투는 것이 바로 마법사와 마법사간의 전투이다.
기사들의 경우, 전체적으로 응용되는 병법이나 진법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승패는 기사들의 능력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마법사와 기사가 섞인 혼성 사단의 경우에도 마법으로 선제공격을 가한 후, 기사들이 달려드는 형식이었다. 굳이 이 상황에서 중요로 하는 것을 꼽자면 힐링의 지원 여부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마법사와 마법사간의 전투는 달랐다. 접근해서 벌이는 육탄전이 없고, 마법 한두 번으로 목숨이 갈리는 만큼, 극도의 신중함을 필요로 했다.
수식 계산에 오류가 생기거나 또는 잠시 흐름을 놓친다거나, 또는 마나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고서클의 마법사라도 적들의 공격에 노출되어 죽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나 소비가 극심해질 수 있는 마법의 난무는 자주 일어나지 않았다. 마법에는 마법으로 대응하는 것이 정석인 만큼, 서로가 마법을 주고받는 것은 소모전이면서도 매우 조심스러운 양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원리를 반영 하듯이 양쪽은 침묵을 유지한 채 미묘한 대치를 유지했다. 그들은 각자의 손과 스태프에 저마다의 마법을 캐스팅한 수인을 쥐고서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척척척척]
그 때, 교단 측의 등 뒤에서 모래바람이 일고,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데스가 느끼기에 또 다른 교단의 신도들은 아닌 듯 했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기운… 근위대였다.
“흐흐흐흐… 이 정도면 우리가 할 일은 다 한 것 같군. 어차피 아버지의 지배 하에 놓인 기사들과 마법사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을 것이고… 문제될 것은 없겠지. 텔레포트.”
알페니스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텔레포트의 주문을 외웠다. 그 뒤를 따라, 신도들과 어둠의 아들들이 주문을 외우고 스크롤을 찢었다.
흑마군들의 진군을 지연시키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뒷 일은 근위대의 몫이다.
공간이 뒤틀리고, 언제 있었냐는 듯이 교단의 신도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아슬아슬한 차이로 근위대가 수풀을 헤집고 벌판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뒤 이어 후방에서 테스타노가 보낸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대열에 합류했고, 순식간에 근위대의 군세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결국 예상대로 되고 말았어. 투르카스, 근위대의 전력에 대해서 구체적인 정보가 있나?”
“애석하게도 없습니다. 지하에서 외부의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테스타노만 죽이면 되는데… 저들과의 충돌은 바라는 바가 아니야.”
“하지만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바꾸어 말하면, 저들만 쓰러뜨리면 황성은 눈앞입니다. 경비대 따위는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겁니다.”
“저들을 피해서 간다는 건 무리겠지?”
“불가능합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발데스는 근위대와의 혈전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테스타노라는 흑마법사에게 원한이 있는 것이지, 근위대에게 원한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애꿎은 피를 서로 흘리기 보다는 원만하게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그러나 흑마법사는 제국이 정한 공공의 적. 저들이 자신들을 내버려 둘 리 만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