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2. 나이블로의 소드
발데스가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아직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
“두 번째로는 카다르 제국에 근접해 있는 왕국 중 하나인, 미노르카 왕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노르카 왕국에도 ‘베토스’라는 도시가 있는데, 이 곳은 상업도시로 유명한 곳입니다.
하지만 이 곳은 정말 중요하고 잊어서는 안 될 요지입니다.
그 도시의 아래에는 맹주님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지하도시가 있습니다. 크기는 10만이 넘는 사람을 수용할 만큼 크고, 인위적으로 햇빛을 통과시켜 농작물의 재배를 가능하게 하며, 당장 봉쇄되어도 2년은 버틸 수 있는 요새도시입니다.
제가 추측하건대, 베토스의 지하 통로를 통해서 이곳으로 갈 수 있는 마법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 역시 조건에 부합되는 자가 아니면 가지 못할 겁니다.
몸에 두 분의 마나가 흐르고 있는 샤크론님이라면 갈 수 있습니다.“
“으음….”
“그리고 두 분이 인비젼 마법을 걸어 남겨놓으신 책이 있을 것입니다. 모두 읽어보십시오.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 과거가 있을 줄이야….”
“크으윽… 핵심만 요약하고 나니 얼마 되지 않는 군요. 후우후우, 숨이 가빠오는 것이 답답한 것 같기도 하고. 아,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우우우욱!”
“괘, 괜찮습니까?”
발데스가 또 한번 피를 토해냈다. 이번에는 계속해서 피를 토해내는 것이 더더욱 상황이 심각해 진 듯 했다. 피는 점점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우욱… 괜찮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제가 죽거든 이 나이블로의 소드를 쓰십시오. 아실지 모르겠지만, 흑마법사의 3대 신성물이라는 이름은 괜히 붙여진 게 아닙니다.
이 세 가지 무기가 한 사람의 소유로 돌아가게 되면, 매우 가공할 만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어느 누구도 세 가지 무기를 모두 가진 적은 없었지만, 기록에 적혀있기를 ‘세 가지가 하나로 모이면 얼마든지 마왕을 능가하는 힘을 가질 수 있다.’ 하였습니다.
그 힘에 의해 정신을 빼앗기지만 않는다면, 샤크론 님은 테스타노와 비견조차 되지 않을 극강의 마법사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당신의 검이 아닙니까?”
“죽고 나서 주인이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게다가 샤크론 님은 마왕의 반지를 가지고 계십니다. 마왕의 반지와 나이블로의 소드가 만나게 되면, 또 다른 힘의 발현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아마도 반지는 마왕과의 계약을 대등적 계약으로 바꾸어놓았을 것입니다. 더불어 마왕의 수호를 받을 수도 있었구요.“
“흐음….”
“크으윽… 고통이 더 심해지는 것… 헉헉… 이렇게나마 우연스럽게… 헉헉… 우욱!”
“쓰러지면 안 됩니다! 정신을 차리십시오!”
“하아하아, 이렇게 샤크론 님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도, 도망 가십시오. 만약 샤크론 님과 제가 이야기를 나눈 사실을 알게 되면, 테스타노는 샤크론님을 죽일 겁니다.
그리고 기사가 됨으로써 테스타노의 감시를 피하고자 했던 것, 정말 현명한 선택이셨습니다. 크윽… 이제야 샤크론 님이 입은 갑주의 문양을 이해할 수가 있겠군요. 왜 그래야만 했는지. 헉헉.“
“…….”
“행복합니다.”
[툭]
말을 마친 발데스의 목이 꺾였다. 그리고 더 이상 가쁜 숨을 내쉬지 않았다. 혀를 깨물어 목숨을 끊은 것이다.
“저, 정신 차리… 크흐흑!”
샤크론이 분노에 가득 찬 울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부모의 뒤를 이어,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발데스도 죽음을 맞이했다.
어쩌면 테스타노의 처단이라는 불가능한 현실에 대해 소리라도 질러보고자, 죽음을 각오하고 나선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아직은 어린 샤크론에게 또 한 번의 죽음은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발데스는 그렇게 샤크론에게 두 가지 이야기를 남기고서는 세상과의 끈을 놓았다.
샤크론은 손을 뻗어 나이블로의 소드를 집어 들었다. 손을 통해 느껴지는 강력한 힘. 그것은 이질적이 아닌, 지극히 동질적인 힘이었다.
샤크론의 손을 통해 마나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게 느껴졌다. 검과 샤크론의 몸이 서로 간의 인식 절차를 거치고 있는 것이다.
뒤를 돌아보았다.
테스타노가 흑마법사들을 향해서 가차없이 마법을 퍼붓고 있었다. 화염의 비가 쏟아지고, 버서커 웜의 공격이 이어졌다. 일방적인 살육의 현장은 얼마 가지 않을 것 같았다.
샤크론은 근위사령부 건물이 있는 곳을 향해, 왔던 길을 되돌아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