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65화 (65/166)

# 002. 나이블로의 소드

“흐흐흐… 형편 없는 녀석들이군.”

“끄으아아악!”

테스타노가 오른손을 휘두르며 공간을 비틀어버리자, 그 사이에 갇힌 흑마법사 두 명이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자체적으로 실드를 형성시켜 공간의 왜곡을 견뎌내려 했지만, 테스타노의 힘을 상대로는 역부족이었다.

[찌이이익, 쫘악]

빨래를 짜듯이 뒤틀린 공간은 두 흑마법사의 몸을 완벽하게 절단했다. 그 자리엔 흉물스럽게 뼈가 드러난 인육의 덩어리가 떨어졌다.

“테스타노, 넌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는가? 왜… 같은 흑마법사끼리 갈라서는 상잔의 길을 선택한 것인가?”

트루카스가 절망에 가득 찬 표정으로 테스타노를 바라보았다. 그의 옆구리는 버서커 웜에게 찢겨 살이 한 뭉텅이나 떨어져나가 있었고, 잇따른 마법 공격으로 배와 가슴에서는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세상이란 흐르는 대로 흘러가면 무미건조한 법이지. 가끔은 이런 일도 있어야 재미도 있는 것 아니겠나?”

“미쳤구나.”

“가만히 몸이나 숨기고 있었으면 목숨은 보존했을 것을. 나는 이미 너희들의 상상을 초월해가고 있다. 전설의 그랜드 마스터나 마검사가 아닌 이상, 날 죽일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제국의 비극이로다….”

“대충 이 쪽은 상황이 다 정리 된 것 같군. 마무리를 끝내고, 놈을 잡으러 가야겠다.”

“발데스님을?”

테스타노는 대답 대신 트루카스를 향해 7서클의 마법, 라이트닝 스톰(Lightning Storm)을 시전 했다. 흡사 번개를 연상시키듯, 여러 갈래로 나뉘어 떨어진 전류의 줄기는 트루카스의 몸을 사정없이 휘갈겼다.

트루카스는 실드를 펼쳐 막아내려 했지만, 그의 미약한 힘으로는 테스타노의 마법을 감당할 수 없었다.

“끄으으으… 으으으! 우아아악!”

실드를 찢어발긴 라이트닝 스톰이 트루카스의 머리에 내리 꽂혔다. 처절한 감전의 고통. 트루카스는 자신의 속을 뒤집기 시작한 전류의 고통을 뼈저리게 체험하며 생명력을 잃어갔다.

“버서커 웜 따위에게 당하는 흑마법사들은 내가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 어리석은 것들… 이미 때는 늦었다. 텔레포트.”

테스타노는 라이트닝 스톰에 온 몸이 산산조각 나서 찢어지는 트루카스의 최후를 바라보며, 씨익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텔레포트의 주문을 외워, 발데스가 떨어졌음 직한 곳으로 이동했다.

[위이이]

공간이 재조합 되면서, 테스타노의 몸이 발데스의 시체 앞에 나타났다. 발데스는 두 손과 두 발을 쭉 뻗은 채, 그 자리에 쓰러져있었다.

“… 정신을 잃었나?”

테스타노는 발데스의 머리에 손을 얹고, 가볍게 마나를 흘려 넣었다. 마나의 반응을 이용해서 그의 생사를 구별할 생각에서였다.

“…….”

발데스는 답이 없었다. 죽은 사람이 말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예상은 했지만 목숨을 스스로 끊은 모양이군. 휴, 이 정도면 상황은 모두 정리된 것 같군. 남은 건, 남쪽의 대신들뿐인가? 그 놈들이야 어둠의 아들들이라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겠지.

후훗, 이제 기사단을 확 갈아 치우고, 재편성 하는 것이 좋겠다. 지금의 관리 체계는 너무 복잡하니 말이야. 소속도 황실 직속으로 바꿔야겠어.”

테스타노가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작전은 성공이었다. 예상대로 원로회의 놈들은 반란을 일으켰고, 흑마법사 연합까지 끌어들였다.

이에 테스타노는 전지훈련 또는 티르 와인등을 하사품으로 내리면서 슬쩍 흘린 종속충을 이용해, 많은 기사들을 감염시켰다. 그리고 반란이 일어남과 동시에 종속충의 힘을 활성화시켰고,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흑마법사들도 죽었고, 반란의 주모자 급이 되는 기사들도 처리됐다. 원로회의 군만 잡으면, 공식적인 주적들은 사라지는 것이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테스타노가 희열에 가득 찬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황궁좌표를 떠올리고는 텔레포트를 시전 했다.

그리고 그가 사라짐과 동시에 마지막으로 힘겹게 버티던 흑마법사가 열 조각으로 분해되며, 공중에서 찢어졌다. 마지막 생존자의 죽음이었다.

테스타노는 발데스의 오른손에 검이 없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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