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3. 근위기사가 되다.
저자
메르헨 오르네스, 카렌 세이론
내용
흑마법 개론, 나의 아들 샤크론에게 남겨 줄 이야기들
순서
[1] 인비젼 마법으로 담아낸 우리의 과거 … 2p
[2] 흑마법을 응용한 정신계 마법의 예 … 78p
[3] 흑마법사들이 겪어 온 수난의 역사 … 163p
[4] 1서클에서 5서클에 이르는 흑마법의 수식과 유도과정 … 220p
[5] 암호문 … 301p
가장 눈에 띄는 건 암호문이었다.
부모의 과거에 대해서는 진정한 흑마법사가 되었다고 자부하기 전까지는 보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애초부터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
정신계 마법의 경우, 종속충이나 마인드 컨트롤 등의 자세한 설명이 들어있는 것으로 예전에 이미 읽기를 끝낸 부분이었다.
흑마법사들의 역사, 그리고 흑마법의 수식과 유도과정도 어제를 끝으로 완벽하게 이해했다. 다만 5서클의 흑마법의 경우, 몇 가지 이해가 안 되는 수식이 있어, 조만간 마법 학교에 입학하는 대로 틈틈이 공부 할 생각이었다.
[촤악]
샤크론은 빛이 바랜 나뭇잎이 책갈피로 꽂혀있는 301쪽을 한번에 폈다. 그러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하얀 백지가 드러났다. 혹시나 잘못 폈나 해서, 쪽수를 살펴보니 301쪽이라 적혀 있었다.
“차례가 잘못 적힌 건가?”
쪽수가 밀려서 적혔나 하여 앞장을 펴보았지만, 앞장까지는 전부 마법 유도 과정에 관한 내용만 적혀 있는 부분이었다. 암호문과 연관을 지을 만한 문자나 수식은 보이지 않았다.
암호문이라고 하면 해석을 요하는 어떠한 문양이 있는 것이 정상인데, 이것은 어찌 된 일인지 아무것도 없었다.
“두 쪽이 한 장으로 접혔나?”
[스륵스륵]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톱으로 백지로 인쇄 된 쪽을 반으로 나누어보려 했지만, 확실히 이것은 한 쪽으로 인쇄 된 것이 분명했다. 두께가 다른 쪽수와 똑같았다.
쓰여 있는 내용도 없고, 그렇다고 잘못 접힌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어떤 방식으로 암호문을 만들어야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자신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샤크론은 고민에 잠겼다.
“아! 바로 그거야.”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해보던 샤크론은 한 가지 가능성 있는 경우를 떠올렸다.
[스스스스 스스스스]
암호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샤크론. 그렇다면 그와 부모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으면 된다. 바로 샤크론의 마나였다.
샤크론이 백지를 문지르며 마나를 살짝 흘리자, 아니나 다를까 301쪽의 백지가 검은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검은빛이 흘러나오는 곳에 글씨가 새겨졌고, 마치 펜으로 따라 쓰는 것처럼 차례대로 종이에 글이 나타났다.
“역시!”
예상이 맞아 떨어지자, 샤크론이 환호성을 질렀다.
암호문은 그렇게 풀려갔다.
흰색 빛깔이 벗겨지고 검은빛이 덧칠되었다.
신탁은 두 가지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하나는 세상을 뒤바꿀 영웅의 탄생을, 그리고 하나는 세상을 파괴할 간웅의 탄생이었다.
우리는 얼마 전, 신탁에게 확정적인 대답을 들었다. 지금 내 품 안에 안겨 있는 샤크론은 영웅의 상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테스타노가 바로 간웅의 상을 타고 났다고 했다.
또 신탁은 예상외의 사실까지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우리와 계약 관계에 있는 마왕 ‘카이세르크’와 ‘오르하스’는 테스타노와 계약을 맺은 마왕 ‘지카론’과 전쟁 중에 있다는 것이다. 마계의 일을 인간이 우리가 알 수 없지만, 신탁은 그렇게 예상치 못했던 소식을 물어다 주었다.
그들의 힘이 우리와 테스타노에게 미치고 있는 이상, 한쪽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될 것이다. 이에 맞추어 테스타노는 광기에 사로잡힌 전횡을 저지르고 있다. 제국은 어지러워지고, 흑마법사를 제국의 주적으로 선포했다. 우린 점점 목숨을 위협받고 있으며, 생각건대 오래 살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죽기 전에 샤크론에게 우리 부부의 모든 것을 넘겨주려한다. 그리고 샤크론, 혹은 샤크론을 도울 수 있는 그 어느 누군가가 이 암호문을 보길 바라며 중요한 이야기를 적어둔다.
그 곳(베토스의 샤크론 집) 지하에는 서재가 있다. 그 서재의 왼쪽 줄 가장 위의 푸른색 책을 꺼내면, 일회성 포탈이 열리게 되어 있다. 그것은 아공간으로 이어지는 통로이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지금까지 준비해 온 투쟁의 모든 것을 기록한 책이 남겨져 있다.
책 속에는 5군데의 거점이 적혀 있다. 아마 우리가 죽더라도, 이곳에서는 자랑스런 연합 소속의 마법사들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해 갈 것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샤크론에게 다가 올, 복수의 굴레와 운명의 고리를 이겨낼 수 있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만약을 위해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이걸 보는 당신이 테스타노일 지도 모르니까.
어쨌든 책 속의 내용을 보고나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자면, 3대 신성물은 흩어져서는 위력이 반감된다.
내가 가진 마왕의 반지, 그리고 지금 발데스가 보관하고 있는 나이블로의 소드, 마지막으로 블랙 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파괴의 스켈레톤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블랙 드래곤은 우릴 찾고 있겠지… 하지만 우린 이미 갇혀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 샤크론이 그 일을 해내길 바랄뿐이다.
3대 신성물이 하나로 모이는 순간, 진정한 마왕의 힘이 발현된다. 하지만 그 힘의 발현에 앞서, 그에 맞는 능력과 힘을 가지지 못한다면 소멸에 준하는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지체해서도 안 된다. 테스타노의 힘은 이미 우릴 능가했고, 지금 이대로라면 제국 전체를 통째로 날려버릴 파괴의 신이 될 테니까.
더 이상 암호마법을 유지할 힘이 없는 것 같다. 테스타노의 야망을 샤크론이 저지해주길 바라며, 우린 최후를 위한 전투에 또 다시 나서야 겠다.
제국력 200년 메르헨 오르네스, 카렌 세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