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68화 (68/166)

# 003. 근위기사가 되다.

“블랙 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파괴의 스켈레톤? 설마… 젠카와 가던 길에 보았던 그 사람?”

샤크론의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자신을 블랙 드래곤이라 자칭하며 흑마법사의 후손을 찾는다고 말했던 그 사람. 그가 블랙 드래곤이 확실하다면 그 모습은 폴리모프 후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가 또 다른 신성물을 가진 주인이었다니! 눈앞의 큰 인연을 보고도 놓쳐버린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마지막 말에서도 그러하지 않았는가. 지체해서도 안 된다고, 테스타노의 힘은 이미 우릴 능가했다고 말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테스타노는 흑마법사 수 백 명을 버서커 웜 몇 마리와 자신만으로 모두 처리했다.

“테스타노가 계약한 마왕과 나와 계약을 맺은 두 마왕이 전쟁 중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테스타노와 내가 싸우게 될 운명적인 고리를 만들어 냈다… 이건가? 그렇다면 지카론은 테스타노를 통해 힘을 공급받고, 또 그의 힘을 테스타노에게 나누어주고 있는 거야.”

이제야 일련의 과정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테스타노의 교단은 마왕에게 끊임없는 생명력을 제공하기 위한 제물이었고, 테스타노는 그것을 빌미로 마왕에게 더 많은 능력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테스타노 자체가 마왕의 정신을 가지게 될 지도 몰랐다.

흑마법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서 빨리 블랙 드래곤을 찾아야 했다. 더불어 아직 미숙한 마법에 대한 개념도 쌓아야 했다. 그릇이 크다고 해도, 담긴 물이 부족하면 그것은 낭비나 다름 없었다.

“안에 샤크론 있어?”

“으응?”

아리온의 목소리에 샤크론은 재빨리 책을 덮어 주머니에 넣고는, 자신이 사용하는 목조 사물함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문을 열어, 아리온을 맞이했다.

“뭐 하고 있었어?”

“음… 그냥 앉아서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

“기쁜 소식과 슬픈 소식이 하나씩 있어. 어떤 것부터 들을래?”

아리온의 표정은 기쁨과 슬픔이 뒤섞여 있는 듯한 어색한 표정이었다. 한편으로는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슬퍼 보이는 어정쩡한 모습이었다.

“슬픈 소식.”

“슬픈 소식은… 패커스와 카트라가 얼마 전, 카다르 기사단이 재정비 차원에서 참가한 전지훈련에서 큰 부상을 입었다는 거야. 오우거와의 전투에서 뼈를 크게 다쳤다는데, 적어도 두 달 정도는 치료를 받아야 하나봐.”

“저, 정말?”

“그래.”

갑작스런 소식에 샤크론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패커스와 카트라 정도면 오우거에게 쉽게 당할 실력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몸을 지켜낼 정도는 될 텐데, 두 달의 치료를 받아야 할 중상이라니.

“그래도 꼭 슬프지만은 않은 것이 치료만 하면 싹 낫는다니까 괜찮아.”

“언제 한 번 문병을 가봐야겠네….”

“그래야지.”

“그럼 기쁜 소식은 뭐지?”

안타까운 소식만큼 기대되는 것은 당연히 기쁜 소식의 정체였다. 과연 어떤 사실을 두고, 아리온이 기쁜 소식이라고 한 걸까?

“오늘부터 공식적으로 새로 승격 된 근위기사들의 마법학교 입학이 가능해졌어. 게다가 오늘부터 5일 동안 마법 학교의 신학기 입학생 접수 기간이기도 해.”

“오늘부터?”

“응. 이번 반란의 여파로 조건이 매우 느슨해졌어. 근위기사의 경우, 2서클 이상의 마나를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더라. 넌 오러도 쓸 줄 아는데다가 5서클 마나까지 있으니 단번에 붙을 거야!”

“아리온, 너는?”

“조건 제대로 안 들었냐. 난 마나가 뭔지도 모르는 인간이야. 오늘부터 수련에 들어갈 거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기쁜 소식이 맞긴 맞구나.”

“그래. 너 마법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고 그랬잖아. 기사 수련 틈틈이 하면서, 강의도 듣고 그래봐. 무식한 게 힘만 세다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잖아?” “그렇지!”

세달 뒤로 예정되었던 마법학교 입학 일정이 정원 미달로 당겨지면서, 샤크론에게는 뜻밖의 행운이 되었다.

어차피 제국의 규정 상, 근위기사 승격 후 2개월 동안은 수도 밖 외출이 금지되기 때문이었다. 수도 밖 외출을 금지하는 것은 근위기사로서 여러 가지 검술을 익히고 배우는 데 걸리는 기간 동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벌일지 모르는 일탈 행위를 막기 위함이었다.

이 기간 동안에는 하고 싶어도, 블랙 드래곤을 찾으러 가는 일을 할 수 없을 터였다.

샤크론의 입가에 모처럼 미소가 감돌았다. 아직까지 테스타노는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있다. 그것을 이용해야 했다.

그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깨닫기 전, 그를 능가할 수 있는 힘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샤크론은 주저하지 않고 마법학교 등록을 위해 먼저 제로스를 찾았다.

마법학교 정식 등록 신청을 위해서는 근위사령부를 나가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담당 교관의 승인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제로스는 잘 해보라는 격려의 말과 함께, 승인의 도장을 찍어주었다. 그리고 쏜살같이 카다르 마법학교의 등록 원서 접수실로 달려간 샤크론은 양식대로 내용을 작성하고, 반배치가 나오길 기다렸다.

마법학교에서 반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원하는 수업을 자신이 골라 드는 것이기 때문에, 반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일정 인원만큼 사람을 분류하는 기능 정도였다.

자율적인 수업을 강조하는 학교인 만큼 절차나 배치도 단순했고, 샤크론은 다음 날 1학년 9반에 배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정식 자격을 부여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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