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70화 (70/166)

# 004. 젠카의 두 번째 방문

종속충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 아리온이었다. 아직 복수도 하지 못했는데 허무하게 모든 것을 잃고 싶지 않았다.

“두 눈을 감아. 생각을 비우고, 내가 흘리는 마나를 거부 없이 받아들여. 답답한 느낌이 들면 언제든지 이야기 하고.”

샤크론이 결심을 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종속충에 의해 친구를 잃을 걱정을 하느냐, 흑마나 동화 현상을 걱정하느냐 중에 전자를 택했다. 어떻게 해서든 동료를 적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하는 일은 없어야 했다.

“크흐흠….”

아리온의 왼손을 통해 마나가 흘러들어갔다. 최대치인 5배까지 마나의 강도를 높인 샤크론은 종속충의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방금 전보다 전달속도가 느려지는 것으로 보니, 점점 위로 파고드는 모양이었다.

‘마나를 빨아들이고 있어. 매우 자연스럽게….’

예상대로 종속충이었다. 마나가 계속해서 순환하지 못하고, 종속충에 의해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아리온의 목덜미 부분이 조금씩 부어올랐다.

왕성하게 마나를 빨아들이는 종속충의 힘에 샤크론은 오기 비슷한 것을 느꼈다. 놈은 과다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마나를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속도로 마나를 빨아들였다.

목덜미는 혹이 달린 것처럼 불어났고, 조금이라도 더 들어가면 아리온의 목 자체가 날아갈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두 사람의 얼굴 양 옆에서 한 줄기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가운데,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더더욱 혹은 부풀었고, 샤크론의 마나 역시 과도한 방사에 압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리온의 몸이 심하게 떨리기까지 했다.

“크, 크윽! 우욱!”

아리온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종속충의 성장으로 머리로 통하는 혈관이 막히면서, 산소공급이 절반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던 것이다.

이 상태로 계속 진행하게 되면 아리온은 산소공급의 중단으로 뇌가 파손되어 죽게 될 터였다. 그렇다고 진행하지 않는다면, 종속충은 샤크론의 마나를 이용한 성장을 마치고 아리온의 몸을 지배하게 된다!

샤크론은 고민했다. 어떤 것이 현명한 것일까? 눈썹을 타고 고민이 가득 섞인 한 줄기의 땀방울이 또 한번 흘러내렸다.

“좋아. 마지막 이판사판이다. 아리온, 네 몸을 믿는다!”

샤크론은 허용치를 넘어선 마나를 힘껏 뿜어냈다. 충격을 이용해서 종속충을 해치우자는 생각에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허용치를 넘어선 마나가 흐르자 아리온은 극통을 느끼며 몸을 심하게 비틀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마나는 이런 아리온의 고통을 무시한 채, 정해진 길을 따라 종속충이 있는 곳으로 밀려들었다. 만약 종속충이 이것마저 막아낸다면, 놈은 확실하게 아리온을 장악하게 된다.

‘아리온!’

마나의 파도가 느껴졌다. 샤크론의 마지막 희망이 실린 마나가 어깨 부근을 거쳐, 목덜미를 향해 솟구쳤다. 이윽고 종속충과 샤크론의 마나가 충돌을 시작했다.

“크으으으… 으으으으!”

‘반응을 시작했어!’

종속충과 마나의 기운이 힘싸움을 시작했다. 종속충은 어떻게서든 마나의 충격을 흡수시키려 애썼고, 마나는 장애물을 뚫기 위해 필사적으로 폭발을 일으켰다.

그 결과, 아리온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머리에서 느껴야만 했다.

“와아아아악! 크아악! 아악!”

“조금만 참아!”

“크으윽! 쿠, 쿨럭! 우웩!”

“좋았어!”

아리온이 고통스런 표정으로 경련을 일으키더니, 힘껏 기침을 하며 붉은 핏덩이를 뱉어냈다.

[철푸덕]

입을 통해 튀어나온 핏덩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핏물이 흘러내리고, 검은 색 윤곽이 드러났다. 샤크론은 반사적으로 발을 들어, 온 힘을 다해 종속충의 껍질을 짓밟았다.

[쁘드득]

샤크론의 군화를 통해 둔탁한 느낌이 전해졌다. 종속충의 외골격이 으스러지면서, 놈의 전신은 짓밟힌 쓰레기가 되어버렸다.

“허억… 헉헉….”

아리온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목덜미는 예전처럼 돌아와 있었고, 더 이상의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오른팔을 들어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냈다.

“아리온! 다행이야. 놈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어.”

“헉… 샤, 샤크론… 나야 말로 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겠어. 고, 고마워… 크헉.”

아리온이 그 자리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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