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4. 젠카의 두 번째 방문
“시끄럽소! 결정은 황제 폐하께서 하는 것이오. 대신들의 의견을 잘 들었으니, 황제 폐하의 결정을 듣도록 합시다.”
“예, 대공작 각하.”
아니스와 피오스가 고개를 숙여 동의의 표시를 했다. 지금의 여론대로라면 황제는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편을 들어줄 터였다.
이런 중대한 자리에선 전체적인 분위기가 결정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그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대신들의 의견은 잘 들었소. 짐의 생각은 이러하오. 명분이 중요한 것이기는 하나, 제국의 앞날을 위해서는 실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소. 다시 말해서 우리 제국군의 피와 살이 어떻게 쓰여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오.”
“그렇사옵니다, 폐하. 제국의 정예들은 중요하옵니다.”
아니스가 맞장구를 쳤다.
“짐은 그래서 잠시나마 고민에 잠겼었소. 과연 타란트 부족을 도와 피를 흘리는 것이 이득이 될 것이냐, 아니면 방관자로서 있는 것이 나을 것인가 말이오. 그리고 결론이 이제야 섰소.”
“폐하. 말씀하시옵소서.”
“지원군을 파견하겠소. 규모는 2만 정도로 제한할 것이며 편성은 카다르를 비롯한 25개 도시에서 차출한 정예병 1만 5천과 기사 3천 8백, 그리고 마법사가 그 나머지가 될 것이오. 마법사들은 3서클 이상 5서클 이하의 중급 마법사들을 파견할 계획이오.”
“폐, 폐하! 지원군 요청을 받아들이시는 겁니까?”
“타란트 부족이 달란도르 왕국에게 혹여 밀리기라도 하면, 그들은 살 곳을 잃고 우리 제국을 침범해오기 시작할 것이오. 그러면 수 많은 민중들이 고통에 잠기게 될 것이므로 그리 결정하였소.”
황제의 말에 테스타노는 만족스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충분히 있는 말이었다.
살 곳을 잃은 오크들이 갈 곳은 가장 인접해있는 나라인 카다르 밖에 없었다. 게다가 국경지대는 주둔 경비병도 그다지 많지 않아, 전투가 벌어지면 삽시간에 점령당할 터였다.
“하지만 폐하! 차라리 그게 낫다고 신은 보옵니다. 달란도르 왕국은 제국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전력이 비슷하다면 전투를 꺼리는 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그들은 섣불리 우릴 공격하려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결정은 끝났소. 국방상의 의견도 일리가 있으나, 짐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는 법이오.”
“폐하께서 지원군 파견을 결의하셨습니다. 제국군은 타란트 부족을 도와 적을 몰아내는 데 동참할 것입니다. 대신 지원군의 식량 문제와 행군로 확보를 도와주셔야 겠습니다. 출병 날짜는 보름 뒤로 하지요.”
테스타노는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매듭짓는 한편, 출병날짜까지 마음대로 확정지었다. 국방상과의 논의하에 결정 될 문제였지만, 테스타노는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감사합니다. 카다르 제국을 동지로 둔 것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한시가 급하니 어서 돌아가셔서 이 소식을 전하십시오. 호위 기사가 필요하시다면 붙여드리겠습니다.”
테스타노의 말에 젠카는 문득 샤크론을 떠올렸다. 예전에 자신을 호위해 주었던 슈타인 기사단의 견습기사가 잊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젠카는 그 때의 추억이 생각나, 테스타노에게 말했다.
“예전에 저를 호위했던 적이 있는 그 청년 기사면 됩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붙는 것을 싫어해서….”
“이름을 알고 있습니까?”
“샤크론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아, 샤크론! 현재 황실 직속의 근위사령부 소속 근위기사를 말하는 것이군! 폐하, 젠카 공께서 근위기사의 호위를 원하시는 데 괜찮겠사옵니까?”
“문제 될 것이 어디 있겠소. 허락하오. 오히려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그 나이에 근위기사라니….”
인간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젠카도 근위기사가 쉽게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닌 것은 잘 알았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 샤크론이 올라 있다니, 젠카는 내심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능력 있는 자는 제국에서 대우를 해주기 마련입니다. 실력있는 기사이지요. 엄청난 재능을 소유한 자랑스런 청년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젠카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람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