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4. 젠카의 두 번째 방문
[다그닥 다그닥]
샤크론이 전용 휴게실에서 마법 수업을 청강하며 필기한 노트를 다시 보고 있는데, 주의를 어지럽히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어지간해서는 말발굽 소리가 들릴 일이 없는데,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아, 왜 이렇게 시끄러워… 수식 까먹겠다. 젠장….”
[덜컹]
그 때 휴게실 문이 열리더니 푸른 깃발을 등에 꽂은 병사가 달려 들어왔다. 푸른 깃발은 황제의 전령임을 뜻하는 표식이었다.
“근위기사 샤크론 님 맞으십니까?”
병사의 등에 꽂힌 깃발을 보고 샤크론은 재빨리 무릎을 꿇었다. 깃발 앞에서는 황제를 대하는 예를 올려야 했다.
“예, 제가 샤크론 입니다만?”
“황제 폐하의 명이십니다. 타란트 부족의 외교관 젠카 공을 호위하는 한편, 제국군의 전투에 앞서 달란도르 군의 동태를 파악하라는 말씀이 계셨습니다.”
“예? 젠카를요?”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 젠카 공을 호위하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오!”
샤크론이 환호성을 질렀다. 블랙 드래곤 문제 때문에라도 어떻게든 만나고 싶었던 젠카였다. 게다가 요즘 들어 몇안되는 그리운 사람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자신을 잊지 않고, 또 한번 호위를 부탁한 것이다. 이번에는 타란트 부족의 영토 내까지 호위를 맡게 된 모양이었다. 그런데 뒤에 덧붙여진 말이 좀 이상했다.
샤크론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제국군의 전투에 앞서라고 한 것은 무엇입니까? 전쟁이 일어났습니까? 소식을 들은 적이 전혀 없습니다만….”
“타란트 부족이 달란도르 왕국과 전쟁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황제 폐하께선 동맹국의 의리로 지원할 것을 약속하셨고, 보름 후 병력이 출병합니다. 그 전에 근위기사님께서 호위는 물론이고, 사전 탐색까지 마치라는 분부가 있으셨습니다.”
“그렇습니까….”
황제의 명령은 분명 아니다. 황제의 이름을 빌어 내리는 테스타노의 명령일 것이다.
테스타노는 이유 없이 움직이는 일이 절대 없고, 반드시 목표가 있어야만 움직인다. 그렇다면 이번 지원군의 파견은 무슨 의도가 숨어있는 것일까? 그러나 뚜렷하게 짚히는 것은 없었다.
“곧 젠카 공께서 떠나실 예정이니 어서 출발하십시오. 담당 교관인 제로스 교관님께는 이미 얘기가 끝났습니다.”
“알겠습니다. 1분의 여유만 주십시오.”
샤크론의 말에 병사는 알았다는 듯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에 샤크론은 책상 위에 놓여있던 펜을 들어, 종이에 글씨를 써 내려갔다.
아리온, 젠카의 호위를 맡게 되서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됐어. 그 동안 몸 관리 잘해!
아 참, 가급적이면 티르는 마시지 않도록 해. 이곳에 보급되는 티르가 황궁에서 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믿음이 가질 않아.
호위는 아마 한 달 하고 보름은 더 걸릴 거야. 그 때 보자. 시간이 없어 쪽지만 남기고 간다!
샤키(샤크론의 애칭)가.
간단하게 쪽지를 남긴 샤크론은 착용이 간편하도록 개량 된 풀 플레이트 메일을 걸치고는 나이블로의 소드를 검집에 넣은 채, 밖으로 나섰다. 밖에는 병사의 말과 함께, 자신이 탈 백마가 놓여 있었다.
“타십시오. 황제 폐하께서 북문에 갈 때까지 일시적으로 승마를 허용하셨습니다.”
근위기사가 이동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 사항. 그러나 황제는 융통성을 발휘해서, 빠른 이동을 위해 일시적으로 승마를 허용했다.
샤크론도 이 무거운 갑주를 걸치고 뛸 생각에 아찔했는데, 다행히도 허용을 했다 하니 거절할 것이 전혀 없었다.
[철컹. 철컹]
“웃차!”
“히히히힝.”
샤크론이 병사의 도움을 받아 말 위에 올라타자, 상당히 무거운 압박(?)을 느낀 말이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나 준마는 달라도 다른 법. 안정을 되찾은 녀석은 샤크론의 외침에 튼튼한 네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랴! 가자.”
“이랴앗! 야앗!”
말발굽이 포장되지 않은 모래 길을 밀쳐내고, 모래바람을 일으켰다. 이윽고 두 사람의 인형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젠카와의 두 번 째 만남, 샤크론은 설레임을 감출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