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75화 (75/166)

# 005. 블랙 드래곤 보로미스

# 005. 블랙 드래곤 보로미스

“오랜만이군, 샤크론.”

“젠카! 카다르에 왔다는 얘기를 듣고, 만나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또 기회가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

“네 생각이 나서. 혼자 가기는 심심하고, 거창하게 수 십 명의 호위를 받는 것도 내 취향은 아니거든.”

“그나저나 말끝에 바람 빠지는 소리가 안 나오네요?”

오크의 수식어라고도 할 수 있는 ‘취익’을 말하는 것이다. 오크들은 발음을 하기 위한 인체 구조상 말끝이나, 혹은 말 앞에 바람소리가 곁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거의 고질적인 문제라 할 수 있어 대부분의 오크가 그러한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젠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네.”

병사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리고는 방향을 돌려 황궁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북문에는 문을 지키는 경비병 다섯과 젠카와 샤크론만이 남게 되었다.

“엄청나게 연습했지. 한 나라의 외교관이 타국의 언어 정도는 구사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나마 내가 머리가 좀 똑똑해서 달란도르 어, 카다르 어는 확실하게 구사할 수 있지.”

“대단하군요!”

“외교관으로서 그건 기본이야. 자, 어서 돌아가도록 하지. 부족은 전쟁 준비로 매우 바쁠테니까. 빨리 이 소식을 알려야겠어.”

젠카가 걸음을 재촉했다. 경비병들을 향해 황제가 내어준 금빛 통행증을 내보이자, 병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안녕히 가십시오!”

“수고들 하게.”

간단한 격려의 인사와 함께 샤크론과 젠카는 문을 나섰다.

수도의 북문부터는 계속해서 숲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주변은 녹색 빛의 나무들로 가득했다. 잎이 뾰족하기로 유명한 피타샤, 향긋한 티르향을 풍기기로 유명한 티르미르, 자연의 마나만을 먹고 자란다는 마시야 나무. 수 많은 나무들이 북문 밖의 자연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곳은 또 처음이군요. 북문이 얼마 전 생겼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일줄은….”

“우리 타란트의 영토 내로 들어서면 주거지를 제외하고는 전부 녹지대야. 우리만큼 태초의 자연을 가지고 있는 종족이 없지. 엘프는 사는 곳이 너무 협소해서 모든 걸 가지고 있다 할 수 없고,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는 종족이니까.”

[짝짝]

젠카가 숲을 향해 양손을 들고는 박수를 두 번 쳤다.

“취익….”

[덜컹덜컹]

숲을 메운 풀들이 어지러이 움직이더니 그 사이로 마차를 몰며, 오크 하나가 나왔다. 마차를 끌기 위해 움직이는 네 마리의 말과 맨 앞에 앉은 오크의 모습이 영락없는 마차와 마부의 모습이었다.

“갑자기 이게 웬…?”

“보름 뒤면 제국의 증원군이 출발할거야. 걸어가는 것으로 타란트 까지 가려면 한참 걸릴 텐데, 이동수단을 활용해야 하지 않겠나? 어차피 여기서는 지켜보는 사람도 없으니 마차를 타도록 해. 오크들도 마차 정도는 부릴 줄 아니까.”

“하지만 근위기사는 절박한 상황이 아닌 이상, 이동수단을 이용해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사도에 크게 집착하는 샤크론은 아니었지만, 이를 어길 시에는 큰 처벌이 있기 때문에 손을 내저어 거부의 의사를 비쳤다. 재수 없게 사람들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근위기사 직은 물론이고 죄인 취급까지 받을 것이다.

“알아서 하게. 그럼 타란트까지 죽어라 뛰어보던가. 얼마나 견디는지 보겠네. 하하하. 자, 가자.”

“취익.”

마차에 훌쩍 올라 탄 젠카가 말했다. 그러자 마부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말들을 향해 채찍질을 했다. 이윽고 말들이 하얀 콧김을 내뿜으며 출발했다.

“저, 저기. 젠카! 이렇게 가면…!”

“어디 타란트 까지 따라와 보라구. 뒤도 돌아보지 않을 테니까 따라오지 못하면, 못 오는 줄 알고 그냥 가겠어.”

“젠카!”

“출발!”

괜히 거절하는 바람에 샤크론은 무거운 플레이트 메일을 걸친 채, 마차의 뒤꽁무니를 쫓아야 했다. 끊임없는 훈련으로 단련되어 있는 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거리를 그 상태로 달릴 수는 없었다. 텔레포트나 있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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