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78화 (78/166)

# 005. 블랙 드래곤 보로미스

두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은 인정사정 보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메르헨과 카렌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큰 부상을 입지 않을 수 있는 매직 미사일을 캐스팅하여, 기사들에게 시전 했다. 더불어 뒤에 있는 두 명의 백마법사에게 일시적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시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런 것 따위로는 소용없다! 흑마법사는 살 가치가 없는 쓰레기들이야. 인간을 괴롭히고, 악을 퍼뜨리는 전염병 같은 존재들….”

“이이이….”

메르헨의 감정이 요동쳤다. 가장 듣기 싫은 말이었다. 왜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가는 흑마법사들이 ‘전염병’ 따위의 하찮은 존재로 취급받아야만 하는가?

“살려 둘 가치도 없어. 죽여!”

“결국 네 놈도 속물일 뿐이었더냐. 정말 그런 거냐!”

[쾅!]

메르헨이 분노에 찬 노기를 뿜어냈다.

기의 분출로만 바닥이 푹 패일 정도의 엄청난 힘이었다.

그 바람에 기사들이 바람에 휩쓸려 뒤로 네 걸음이나 물러서야 했다.

“에핀! 마법으로 죽여버려! 테스타노 님께서 알려주신 그 마법을 쓰라고!”

한 기사가 눈에 들어간 모래를 털어내며 외쳤다. 그 당시 테스타노가 발표한 마법 클린은 마법 학계의 관심을 받으며, 흑마법사 퇴치의 최고 마법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테스타노… 용서 못한다. 디멘션 브레이크!”

“여보! 그것만은 안 돼!”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어. 왜 흑마법사들이 이렇게까지 멸시받으며 살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그것도 같은 흑마법사에게 이렇게 참담하게 당하는 건,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야. 대체 이런 놈들을 어떻게 살려두라는 거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디멘션 브레이크가 캐스팅됐다. 보로미스는 숨을 죽인 채, 그 현장을 말 없이 지켜보았다.

전율이 느껴질 정도의 메르헨의 힘에 그는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크, 클린!”

에핀이라는 5서클의 마법사가 급하게 클린을 캐스팅했다. 그러나 시전은 디멘션 브레이크가 훨씬 빨랐다. 저주 계열의 마법은 메르헨의 전문 분야였다.

[찌지지지…]

차원의 왜곡, 공간의 뒤틀림. 그 거대한 흑색의 원 속에 기사 다섯과 마법사 둘이 동시에 갇혔다. 뒤틀리기 시작한 공간의 원은 점점 일곱 사람의 몸을 죄었다.

“크아아악!”

“사, 살려줘! 아아아악!”

[빠각]

[우드드득. 뻐걱]

“차라리 죽어라. 너희 같은 놈들이 살아있어 봤자, 괴로워지는 건 백성들 뿐이야. 네놈들이 사용하고 쓰는 무기와 물건들은 누가 만드는 줄 알아? 바로 백성들이다. 오로지 충성할 줄 밖에 모르는 백성들!”

“크아아악!”

[서겅서겅]

듣기에도 께름칙한 절단음이 들려왔다. 디멘션 브레이크가 마지막 섬광을 발하며 공간의 뒤틀림을 끝맺고 있었다. 마법의 시전이 끝난 것이다.

[툭]

시뻘건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덩어리들이 여기저기에 떨어졌다. 괴로운 죽음의 종결을 뜻하는.

메르헨은 떨리는 두 손을 주체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보로미스를 향해 소리쳤다.

“이런 곳은 드래곤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신성한 존재인 드래곤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싫습니다.”

“저, 저기….”

“저주받은 존재일 뿐입니다. 어서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돌아가십시오.”

“나, 나도 블랙 드래곤… 흑, 흑마법을 동경해….”

“예?”

메르헨이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에 되물었다. 흑마법을 동경하는 드래곤, 듣도보도 못한 드래곤이었다. 아니 블랙 드래곤이라는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었다. 레드 드래곤이나 화이트 드래곤은 그 악명만큼이나 유명하지만, 느닷없이 블랙 드래곤이라니?

“어둠의 마나를 느낄 줄 아는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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