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81화 (81/166)

# 005. 블랙 드래곤 보로미스

자신만의 기분. 샤크론은 온 몸에서 크고 작은 진동이 일며 참을 수 없는 기운이 가슴팍으로 모여드는 것을 느꼈다. 마치 마나의 힘이 하나로 뭉치는 것처럼, 주체할 수 없는 기의 파도를 실감했다.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기운은 온 몸을 휩쓸었고, 가슴에 도달한 기운은 한데 뭉쳐 샤크론의 목을 향해 내달려오기 시작했다.

“으으윽…!”

커다란 쇠공이 밀치고 올라오는 것처럼, 온몸이 격하게 요동치며 기운을 밀어내라고 재촉했다. 샤크론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고, 전신의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폭주했다. 기도를 타고 올라온 기운! 샤크론은 거부할 새도 없이 온 입을 크게 벌렸다.

“크아아아악! 우욱!”

[주르르륵 주르륵]

샤크론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다름아닌 검은 빛깔의 물이었다. 그것도 명도 높은 검은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새까만 흑수(黑水)였다.

“우웁! 으윽!”

한 동안 토악질은 계속 되었다. 한 번의 고통으로도 부족한지 샤크론은 다섯 번 가까이 온 몸을 격하게 흔들면서, 검은 물을 쏟아내야 했다. 검은 물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치이이 하는 소리와 함께 산화를 일으켰다.

“파괴의 스켈레톤이라고 하면 저주스러움을 떠올리지만, 파괴라는 수식어는 나쁜 뜻으로 쓰인 게 아니야. 그것은 비정상적인 경로로 쌓인 어둠의 마나를 내버리고, 정말로 순수한 어둠의 마나만을 남긴다는 뜻에서 붙여진 거지.

샤크론의 몸에 마나가 쌓여있긴 했지만 오랜 기간 쓰지 않아, 변질 된 마나가 너무 많았어. 그랬기 때문에 모든 마나의 통로를 소통해주기 위해선 파괴의 스켈레톤이 필수라고 할 수 있지. 지금에서라도 만난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샤크론.”

“헉헉… 헉… 크윽….”

샤크론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온 몸은 식은땀이 흥건했고, 자신의 발 밑 에는 검은 물들이 가득했다. 샤크론의 몸에서 튀어나온 불순한 마나의 결집체였다.

“스켈레톤의 가루가 몸속에 파고든 이상,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건 이제 불가능해졌어. 메르헨과 카렌의 뜻대로 넌 이제 충분한 힘을 가지게 된 거다. 남들이 높은 경지에 오르지 못하는 건, 세월이 흐를수록 과도하게 쌓여가는 불순한 찌꺼기들 때문이야. 그런 찌꺼기가 너에게는 없어. 앞으로도 그 가루들은 너를 보호해주는 존재들이 될 것이고….”

“크윽… 고, 고마워요….”

“아직 끝난 건 아니야. 당분간 널 따라다니면서 흑마법에 대한 모든 걸 알려주도록 할 거니까. 백마법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마법 학교는 네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해.”

“예? 지금 같이 다닌다고 하셨습니까?”

젠카가 기겁을 하며 보로미스에게 물었다. 저런 거대한 블랙 드래곤과의 동행이라니! 아마 타란트 부족의 영토에 들어가기도 전에 거절을 당할 것이다.

“걱정 마. 항마력이 전혀 없는 오크들에게 정신마법을 거는 일은 식은죽 먹기보다도 쉬우니까.”

“후우후우….”

몇 번의 심호흡을 하고 난 뒤에야 샤크론은 제 기운을 되찾았다. 바닥에 널려져 있는 물을 보며, 자신이 저렇게나 많은 양을 토해냈나 싶었다. 구덩이까지 파 놓은 것이 산화력도 무지막지한 모양이었다.

“그럼 가던 길을 계속 가도록 하자고. 난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 하도록 하겠다. wngusdk akslaksl whgdkgo….”

[스팟!]

보로미스가 용언으로 주문을 외우자, 별도의 캐스팅 없이 폴리모프가 곧바로 시전 됐다. 이윽고 보로미스의 모습은 영락없는 인간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바뀌었다.

“영락없는 인간의 모습이군요… 후, 마차에서 좀 쉬어야 겠어요. 몸이 개운해진 것 같기는 한데, 너무 지친 것 같아서.”

“지칠 만도 하지. 자, 젠카라고 했던가? 출발하도록 하지.”

“예? 예에. 예.”

드래곤과 인간, 그리고 오크. 서로 다른 세 종족의 기묘한 동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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