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6. 깨달음?
“보로미스….”
보로미스의 말에 샤크론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드래곤이 화를 내다니… 인간의 감정 따위에는 초탈한 것이 드래곤 아니던가. 보로미스는 진정으로 자신과 부모를 생각해주고 있었다.
“드래곤 보로미스와 인간 샤크론.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관계가 맺어진 것도 다 네 부모덕이야. 카렌과 메르헨이 만들어 온 과거가 이어준 고리라고. 그런데 샤크론, 네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 과거들은 송두리째 무너져.
넌 너의 운명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했어. 단지 복수심 하나로, 또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안일하게 살았어. 테스타노의 눈을 피해, 힘을 키우겠다는 심산으로. 그 결과, 넌 본래의 뜻을 잃고 힘에만 집착하게 된 바보가 된 거야.”
“보로미스….”
“왜 인간이 화를 내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 샤크론, 카렌과 메르헨을 지켜주지 못한 이상 너를 잃고 싶지 않아. 인간 따위에게 집착하는 내 모습이 우스울지도 모르지만, 아무 상관없어. 은혜를 저버리는 드래곤이 되지 않을 거란 말이다!”
“…….”
그렇게 보로미스와 부모는 가까운 관계였을까.
헤츨링 시절 자신을 구해줬던 일에 대한 은혜를 아직도 갚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아직 자신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샤크론은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지만, 어느 것 하나 질문할 수는 없었다.
“내가 예전에 말했던 흑마법사의 광성, 기억나지?”
“음.”
샤크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너를 상징하는 별이야. 갈수록 찬란한 광채를 발하고 있는 별이지. 그런데 나는 얼마 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 광성의 곁에서 빛나기 시작한 붉은 별이, 네 별의 빛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게 무슨…?”
“세상의 하늘을 인간보다 먼저 본 것은 드래곤. 드래곤 만큼이나 점성술을 꿰고 있는 종족이 없지. 주성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별을 객성, 혹은 마성이라고 해. 주성과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지. 마성의 빛이 강해지기 시작하면, 그것은 세상의 이치가 뒤틀리고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을 암시하는 거야.”
“그렇다면 그 마성의 주인은 테스타….”
“그래.”
샤크론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예상했다는 듯이 보로미스가 말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시간이 없어. 곧 테스타노가 네 정체를 알아차리게 될 거야. 그 전에 넌 강해져야 해. 그래야만 미래를 기약하고, 빼앗길지도 모르는 운명을 되찾을 수 있는거야. 그래서 난 너에게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고.”
“보로미스. 정말 어쩔 수 없는 운명인건가요?”
“나도 잘 몰라. 다만 네 운명에는 적어도 카렌과 메르헨의 과거가, 그리고 마왕이라는 이계의 운명이 개입되어 있어. 그건 테스타노도 마찬가지야. 두 운명은 상극과도 같아서, 어느 한쪽이 소멸되지 않는 이상 세상은 영원한 카오스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거야.”
“아아….”
단지 강하다고만 생각했고, 강해지기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샤크론. 하지만 보로미스의 말은 이런 생각을 모두 뒤엎는 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