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7. 다크 엘프 리나
# 007. 다크 엘프 리나
Chapter 1
“미첼 대장님. 타란트 국경 초입입니다. 부족 측으로부터 출입을 허가받았으며, 대로를 따라 북쪽으로 진격하라는 명령입니다.”
“누구의 명령이지?”
“테스타노 대공작께서 통신석을 이용해 명령을 전달하셨습니다. 대로를 따라서만 올라가면 된다고 하시니, 일체 일탈 행위는 자체적으로 단속하라고 하셨습니다.”
“알았다.”
미첼이 이끄는 선발 정규군은 어느새 타란트 영토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방금 전, 타란트 족으로부터 밀락 요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보고를 받아 더욱 속력을 높이고 있던 참이었다.
달란도르 왕국군의 동태로 미루어보아, 일전의 전투에서 잃었던 마법사들이 보충되는 대로 밀어닥칠 생각인 듯 했다. 그렇다면 길어야 이틀 정도의 여유가 있을 뿐이다.
“아 참, 그리고 한 가지 더 보고 드릴 게 있습니다.”
“뭐지?”
“미리 탐색 차 파견되었던 근위기사 샤크론으로부터도 연락이 왔습니다. 밀락 요새를 두고 2만의 달란도르 왕국군이 둘러싸고 있는데, 얼마 전 폭우가 내려 진격로가 막힌 모양입니다. 그래서 진군이 더욱 더뎌졌다고 합니다.”
“그래? 또 다른 보고는 없었나?”
“생각보다 이전의 전투에서 마법사들의 피해가 컸던 것 같습니다. 치료 마법사를 제외한 전투 마법사들이 그다지 많지 않으며, 조금 더 진격속도를 높여 요새 근처의 거점을 장악한다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흥, 주제넘게 근위기사가 전략까지 제안하다니. 좋아, 유용한 정보를 캐냈군. 다시 말해서 현재 상대는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중이고, 그 와중에 폭우가 내려 진격로 일부가 막혔다는 것. 맞나?”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지. …… 하도록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밀락 요새의 오크들에게도 이 사실을 전해서, 우리의 작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해.”
“예!”
샤크론은 보로미스와 함께 밀락 요새 근방에서 달란도르 군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밀락 요새에 도착한 샤크론은 보로미스를 통해 주변의 지형과 적군의 정보를 확실하게 탐색한 후, 선발대가 오기 전까지 동굴 속으로 들어가 마법을 연습할 생각이었다.
“인간이란 참 어리석은 족속들이야. 저렇게 피를 흘리면서까지 땅을 차지하면 남는 게 뭐지? 저건 또 다른 전쟁을 반드시 불러올 텐데.”
“끊임없는 소유욕. 버릴 수 없는 몇 가지 욕망들 중 하나죠.”
샤크론이 보로미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보로미스의 말대로 전쟁은 또 다른 전쟁을 낳고, 피는 피를 부를 뿐이다. 전쟁을 두고 유익하다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샤크론. 준비 됐지? 이 곳은 인기척도 드문데다가 내가 소음 차단 마법을 걸어놓았기 때문에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거야. 자, 나에게 배웠던 마법들을 차례차례 사용해보자. 네 실력이라면 조만간 8서클에 준하는 마법들을 모두 시전 할 수 있을 거다.”
“어? 지금 나한테 칭찬한거에요?”
정말 듣기 힘들었던 첫 칭찬이었다. 보로미스가 샤크론에게 마법 실력을 두고 칭찬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네 머리와 몸의 조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카렌과 메르헨 탓인지…. 아니면 네 마나의 원동력인 마왕의 힘인지 받아들이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더라. 넌 느끼지 못하겠지만, 현재의 샤크론은 다른 사람들이 몇 년을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을 단 하루만에 얻고 있어.”
“예? 정말요?”
“드래곤은 거짓말 안 한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와….”
“인간의 나이로 쳐서 절반에 절반도 살지 않은 녀석이 8서클이라니… 헤츨링이 드래곤처럼 행동하는 것과 다를 게 없어. 흐흐흐.”
보로미스는 흡족했다. 만약 샤크론이 2서클이나 3서클 따위의 허약한 마법사였다면, 가르치기는커녕 만나는 것조차 포기했을 것이다. 게다가 힘이 있었다 해도 자신이 가르치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면, 참고 기다려주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샤크론은 천재라는 말로 설명하기에도 모자랄 정도로 이해속도가 빨랐다. 그리고 응용능력도 좋아 기억에 담은 마법을 조합해서 사용하기도 했다.
“이 정도라면 마법학교를 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샤크론은 자신 있었다. 이 기억만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면 마법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텐데, 굳이 학교를 갈 필요까진 없을 것 같았다.
“자만하기는. 메모라이즈로 끌어내는 마법은 캐스팅이나 시전 모두 늦어. 메모라이즈 자체가 수식까지 함께 풀어내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생기지. 테스타노를 상대로 싸울 놈이 메모라이즈에 의존하려고?”
“흠….”
“메모라이즈도 일종의 마법이야. 디스펠에 걸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어. 테스타노가 메모라이즈에 대한 디스펠을 걸면 넌 금방 머리가 백지화 될 거다.”
“역시….”
마법 수식 공부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속성으로 더 빨리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을 뿐이었다.
“자, 불완전하긴 하지만 이번에는 디멘션 브레이크를 시전 해 보자. 디멘션 브레이크는 블랙 드래곤이 만들어 낸 몇 안 되는 흑마법들 중 하나지.”
차원 계열의 마법은 수식이 다소 복잡하게 엉켜있어, 인간들이 생각해낼 수 없었던 공식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드래곤이 만들어 낸 마법들이었기 때문이다.
디멘션 브레이크가 대표적인 경우였는데, 수식의 이해가 힘들어 흑마법사라고 해도 잘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간들은 이런 차원 계열의 마법을 두고 골치를 썩었지만, 만들어 낸 장본인인 드래곤의 입장에서는 꽤나 흐뭇한 일이 될 터였다.
“디멘션 브레이크… 공간을 비틀어 상대를 산산조각 내는 마법.”
“그렇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틀어진 공간에 존재했던 모든 물체를 다른 차원으로 보내버리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공간에 갇힌 상대는 죽게 되는 거지.” “디멘션 브레이크!”
메모라이즈 마법을 통해 수식을 끌어낸 샤크론이 양손에 마나를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전 편 이 벤 트 에 많 은 참 여 바 랍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