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7. 다크 엘프 리나
Chapter 2
“대공작 각하. 전해드릴 말이 있습니다.”
타란트 지원을 위해 정규군이 출발하고 난 후, 테스타노는 잠시나마 찾아온 휴식을 즐기기 위해 별장에서 티르를 잔뜩 풀어 넣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은은한 티르의 향은 어떠한 차보다도 일품이었다.
“내 휴식을 방해할 만큼 심각한 일인가?”
어지간한 일이 아닌 이상, 라칸이 테스타노에게 오는 일은 드물었다. 누구보다도 테스타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데, 굳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대공작 각하께서 놀라실 수도….”
“어디 말해봐.”
라칸의 말에 테스타노는 귀가 솔깃했다. 왠만한 일은 이제 지루해진 테스타노였다.
대신들끼리 싸움이 벌어졌다느니, 테스타노를 없애기 위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느니… 이런 것들에 이젠 흥미가 없었다. 이미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는 그였다.
때가 되면 적들을 하나 둘, 여러 가지 누명을 씌워 죽여 버리면 되는 법이다. 로슈도 그렇게 처리 됐고 말이다.
“얼마 전, 경비대에서 수상하게 보이는 한 남자를 잡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극도로 사람을 경계하는 것이 심상치 않아 보였고, 그래서 경비대에서 잡은 것인데 그 사람에게서 수상한 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서신?”
“예. 흑마법사에 관련 한 서신이었습니다.”
“뭐?”
순간 테스타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흑마법사라고 하면 테스타노가 극도로 경멸하는 존재들이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흑마법사는 이단이다. 그리고 죽어 마땅한 존재들이다. 이게 테스타노의 광적인 집착이자,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던가.
“그 사람은 서신이 발각되자마자, 온 몸을 불살라 서신과 함께 분신하려고 했다 합니다. 그 사람은 죽었지만 경비대가 가까스로 서신만 일부 건져낸 모양입니다.”
“내용을 말해봐.” “‘베토스의 왕자이시여, 이렇게나마 연락할 길이 생겨 서신을 보냅니다. 왕자께서 하루빨리 돌아오셔야, 저희 흑마법사들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테스타노의 밑에서 계시는 것은 위험합니다. 전 맹주님께서 알려주신 그 곳으로 오십시오. 그러면 저희들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베토스의 왕자?”
테스타노는 결정적인 단서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테스타노의 밑이라고 했다는 것은 이 서신의 수신자가 어떻게든 테스타노와 관련이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는 마법사 혹은 기사일 것이다.
그리고 베토스의 왕자라고 했으니, 베토스 출신의 사람일 것이다. 또한 카렌과 메르헨의 아들이다.
“그럼 저는 이만….”
“수고했다. 허허, 저희 흑마법사들이 움직일 수 있다? 또 다른 흑마법사들이 내 목을 노리는 것인가? 일이 재미있게 흘러가는데.”
아직도 살아남은 흑마법사들이 꽤 되는 모양이다. 테스타노는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큰일을 계획하고 있는 상대가 매우 궁금해졌다. 대체 어떤 놈들일까.
“라칸! 다시 들어와라.”
“예, 대공작 각하. 무슨 일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