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91화 (91/166)

# 007. 다크 엘프 리나

[다그닥 다그닥]

“전투가 시작 된 모양이군. 샤크론, 이번 전투가 네 힘을 시험해 볼 좋은 기회야.”

보로미스가 잔뜩 흥분 된 얼굴로 샤크론에게 말했다. 그러나 샤크론의 표정은 떨떠름한 것이 영 아니었다.

“피를 보겠군요. 사람이 죽을 테니까.”

“이 녀석 봐라. 지금 전투를 앞두고 감상에 잠긴 거야?”

샤크론의 표정의 근원은 바로 그것이었다. 죽음. 피.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었다.

“누군가는 죽잖아요.”

“바보 같은 놈. 달란도르 군은 전원 모병제야. 자원해서 병사가 되지. 그들은 돈을 받고 싸우고, 전투에서 쌓아올린 실적만큼 인정을 받게 돼. 왜 그들이 타란트를 쳤을까? 실적을 인정받기 쉽기 때문이야. 물론 그 이면에는 몇몇 귀족들의 어두운 속셈도 있었겠지.”

“그들이 과연 원해서 병사가 되었을까요? 집안 형편이 안 좋아서 그랬을수도….”

“좋을대로 해라. 네가 달란도르 군을 죽이지 않으면 카다르 군이나 타란트 오크들이 죽을 테니까. 약한 매직 미사일 정도에 검날이 아닌 검면으로 치는 공격이라면 아무도 안 죽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샤, 샤크론님! 샤크론님 맞습니까?”

“맞습니다만?”

말을 탄 채로 다급하게 달려오던 병사가 샤크론을 보고는 외쳤다. 아직도 마법사라는 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니, 마법사는 적이 아닌 듯 했다.

“강요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군과 합류하라는 대장님의 부탁이십니다. 그리고 마법사님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 없으셨습니다. 그럼, 전 이만.”

“거 봐, 샤크론. 전투에 참여해달라고 부탁을 하잖아. 네 힘을 보여주라고.”

“이것 참….”

샤크론은 잠시 골몰히 생각을 했다. 테스타노와 관련 된 놈이라면 어떻게든 목을 따 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검을 겨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께름칙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적당히 마법으로 놈들을 힐링해 줄테니 싸워 봐. 어차피 난 몇 대 맞아도 자체적으로 몸이 치료를 하니까 말이야.”

“좋아요. 최대한 전투가 빨리 끝나게 해야 피를 흘리는 사람이 줄어들겠죠.”

“바로 그거야. 자, 출발!”

선발대의 기습을 시작으로 달란도르 군과 카다르 군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선발대의 존재는 일찌감치 파악했던 달란도르 군이었지만, 이동경로까지 완벽하게 예측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덕분에 후방을 내주게 되었고, 선발대의 제 1분대는 그 틈을 파고들어 여지없이 달란도르 군을 베었다.

“머저리 같은 놈들. 후방은 마법사들이 지원을 하는 곳이란 말이다. 멍청하게 두 눈 다 뜨고 뒤를 내주면 어떡하나!”

달란도르 군 총사령관 메트니가 피투성이가 되어 달려온 전령에게 버럭 화를 냈다. 마법사들이 있는 한, 병사 나부랭이 따위가 그들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두 눈 멀쩡히 뜨고 후방을 내어줬다는 것은 전략적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한마디로 메트니 얼굴에 침을 뱉게 되는 일이었다.

“예상을 하고 목책과 경비 초소를 세웠지만 그 쪽으로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 곳은 폭우로 인해서 물이 불어나 도저히 말이 건너올 수 없는 방향이었습니다. 설사 건넌다고 해도 갑주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 상대들은 중무장을 하고 왔더냐?”

“아닙니다. 경무장을 하거나 아예 무장을 하지 않은 병사도 보였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경계가 느슨해질 곳을 의도적으로 노린 거다. 생각지도 않은 길로 들어왔을 때의 혼란을 예상한 거겠지.”

[탁탁탁]

그 때, 병사 하나가 다급한 표정으로 메트니에게 다가와 보고했다.

“메트니 사령관님! 서쪽과 북쪽에서 공격이 개시됐습니다. 오크 놈들도 요새의 문을 열고 몰려나오기 시작합니다! 전방이 가장 위험합니다!”

“전방은 걱정 없어! 설치해 둔 함정만 수십 개야. 게다가 마법사들도 일부 배치되어 있다. 중앙의 병력을 전부 서쪽으로 집결시켜!”

“그게 아닙니다! 설치 되어 있던 함정이 전부 분쇄되고, 오크들이 난입하고 있습니다. 전방이 무너졌단 말입니다!”

“뭐라고, 전방이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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