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7. 다크 엘프 리나
“리나…?”
샤크론은 그 와중에도 달려들던 병사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치며, 기절을 시켰다. 눈은 정면을 그리고 소드는 측면을 겨눈 채 말이다.
“인간. 우리의 적은 죽는다.”
“으응?”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쫑긋한 귀에 황갈색 피부. 겉보기에는 확실한 엘프인데, 피부 색깔이 좀 달랐다.
“다크 엘프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단박에 보내버리고 싶지만, 드래곤의 이 주체할 수 없는 힘은….”
“이 봐, 난 당신이랑 싸우고 싶은 생각… 으아아앗!”
샤크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리나의 단검과 갈고리가 어지러이 교차하며 샤크론의 목을 향해 파고 들었다. 뒤 이어 보조 마법사가 매직 미사일을 시전 하여, 샤크론의 다리를 노렸다.
매직 미사일은 치명상까지는 주지 못하지만, 관절이나 목 같은 연결부위에는 골절에 준하는 고통을 줄 수 있었다.
샤크론은 본능적으로 보로미스를 돌아 보았다. 보로미스가 취하는 행동에 따라 매직 미사일까지 같이 막아낼 것이냐를 정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보로미스가 막아주겠… 어, 없다?
“죽어라, 인간.”
“젠장! 마나 실드, 인챈트! 타앗!”
나름대로 지원을 예상했던 샤크론에게 보로미스의 잠적은 낭패였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보아, 상대가 나타났으니 실력을 발휘해보라는 배려(?)같았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보로미스의 행동은 절대 배려가 아니었다.
때 아닌 리나의 공격에 샤크론은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쳐야했다. 워낙 자세가 공세였기 때문에, 돌격에 가까운 수준으로 달려드는 리나를 반격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샤크론은 일부러 몸을 뒤로 이동시키며, 리나의 공격속도에 자신의 반응을 맞추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리나와 샤크론이 병사들로부터 떨어져 전장터를 이탈하게 되었고, 이에 안심한 병사들은 지원 병사들과 함께 전방의 오크 요격에 나섰다.
[깡깡! 깡!]
“이, 이봐. 왜 갑자기 날 공격하는 거야. 다크 엘프가 왜 나를….”
샤크론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 달란도르 군에 다크 엘프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은 그녀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지만, 갑작스런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는 우리 병사의 적이고, 적은 내가 죽인다. 그러니 너는 죽어야 해.”
리나의 표정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단검과 갈고리는 계속해서 샤크론의 검을 후려쳤다.
가죽으로 가릴 부분만 가린 복장에 매혹적인 까만 피부와 볼륨 있는 몸매. 그리고 초롱초롱한 그녀의 눈망울은 여자를 멀리했던 샤크론에게 있어 꽤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유모를 제외하고는 여자를 보지 않다 시피한 샤크론에게, 자신과 다른 여성의 몸과 얼굴은 이름 모를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난 병사들을 죽이러 온 게 아니야! 내 힘을 시험해보려….”
말도 안 되는 것. 누가 그 말을 믿을 것인가?
전쟁에 참여한 기사가 누구도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면, 십중팔구 욕만 들려올 것이었다.
그것은 리나도 마찬가지. 그녀 역시 샤크론의 해명 따위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휙휙! 휙!]
샤크론은 계속해서 리나의 공격을 막아내며 어떻게든 그녀를 쓰러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상태로 반격을 가하는 것은 매우 불안한 일이었다.
리나의 공격은 앞뒤 없이 무작정 이어지는 것이라 예측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자칫 잘못했다가는 빈틈을 내어주고, 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녀의 샤크론에게는 모두 눈에 보이는 공격들이었다. 그녀의 공격 한번 한번에는 힘이 실려 있었지만, 그 힘에 준하는 민첩함은 없었다.
그녀에게서 양손의 갈고리와 단검만 빼앗아 낸다면 이 상황도 잠재울 수 있을 터였다. 샤크론은 어떤 방식으로 그녀를 무력화 시킬 것인지 구상하기 시작했다.
‘마법을 쓸까? 아니야… 캐스팅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한 손에 그 힘을 집중할 시간이 없어. 그렇다고 역공을 하자니, 그 사이에 생기는 빈틈을 메꿀 시간이 부족해. 양손으로 공격을 들어오니, 마땅한 대비책도 없고….’
황당했다. 마법을 쓰기에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역으로 공격을 하자니 양손 공격이 무서워 그러지도 못할 판이다. 이대로라면 해가 질 때까지 막아내기만 하게 될 것 같은데, 그럴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