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8. 진정한 깨달음이란…
“왜 이러지…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하네.”
뒤늦게 수업이 끝나, 수련장으로 온 샤크론은 혼자서 검술을 연습하고 있었다. 이미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둑어둑해져 있었지만 날씨가 좋아 수련하기에 딱 좋은 온도였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 몰려오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때를 맞춰 들려오는 발소리.
마침 이 시간은 수련 시간이 아니라 샤크론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수련장에 들어 와있지 않았다. 제로스도 아리온과 함께 검을 교체한답시고 대장간으로 갔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 보이지 않았지만, 샤크론은 순간적으로 느낀 이 기분이 어둠의 힘에 대한 반응임을 알아챘다.
설마 테스타노…? 아니면…?
샤크론은 숨을 죽이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고 양손으로 검을 꽉 쥐어, 언제든지 뒤에서 걸어오고 있는 적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느낌, 다만 느낌이었다.
샤크론은 온몸에 옅게 마나 실드를 펼쳐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저벅. 저벅. 덜그럭]
“웬 놈이냐… 아앗?”
뒤를 돌아 머리를 내려치려던 샤크론은 아무런 무장 없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을 보고, 내리치려던 자세를 멈추었다.
“라칸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조사할 게 있어서 말입니다. 수상한 일을 벌이려 온 것이 아니니, 소드는 좀 거둬주시겠습니까? 무섭군요, 하하하.”
라칸이었다.
테스타노의 오른팔이자 생체병기. 흑마법사 수 백의 살해했다는 미친 놈 말이다.
그런데 하는 말투나 표정을 보니 영락없는 호남(好男)의 모습이었다. 말 끝에 터진 웃음이 어색하지 않았던 것이다.
“무, 무슨 일입니까?”
“별다른 것은 아닙니다. 기사와 마법사들의 신원을 파악해서 지역별로 분류를 하고 있습니다. 추후 여러 비상사태가 일어날 시, 우선적으로 출신지역에 기사와 마법사들을 배치하기 위해서입니다.
샤크론 님의 출신 지역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그것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십시오. 하하하하.”
샤크론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라칸은 분명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느낌이 달랐다. 라칸은 테스타노의 충실한 심복.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수상하지만, 출신지를 물어보는 것은 더더욱 수상했다.
만약 여기서 베토스가 아닌 다른 도시를 댄다면?
하지만 테스타노의 힘이라면 자신의 출신지 정도를 파악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출신지를 묻는 것은? 만약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데 샤크론이 버젓이 거짓을 말한다면, 라칸은 모든 걸 알아차릴 것이다. 결백한 이상, 출신지를 바꾸어 말할 리는 없잖은가.
머리 싸움이다. 상대가 사실을 알고 있는지 아닌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그러나 샤크론은 어느 것 하나 예측할 수 없었다. 오로지 자신의 감을 믿고, 대답을 결정해야 했다. 만약 라칸의 의심을 살 대답이라면, 여지없이 여기서 결투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샤크론 님?”
라칸이 대답을 재촉했다. 망설일 필요도 없는 대답이 아니던가.
‘아니야. 말해서는 안 돼.’
베토스라고 말했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다. 샤크론의 나이를 거슬러 올라가게 되면 학살의 날에 샤크론이 베토스에 살았었다는 의미가 된다. 비록 케네스라는 성으로 등재가 되어 있지만, 나이까지는 바뀌어 있지 않았다.
샤크론의 뺨을 타고 땀이 흘러내렸다. 빗물이 섞여 라칸은 몰랐겠지만 그것은 분명 식은땀이었다.
고민. 또 고민. 세 번을 생각하고 나서야 샤크론은 자신이 할 말을 결정할 수 있었다.
“베토스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상했던 반응은 없었다. 라칸은 활짝 미소를 지어 감사의 표시를 하고는 수련장을 빠져나갔다. 의심을 받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도 라칸과 테스타노는 출신지 파악만 할 뿐, 실제의 기록과 대조하는 작업까지는 하지 않았던 듯 했다.
‘휴, 다행이다.’
샤크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 안도감에 사로잡혀, 정작 라칸이 웃으며 수련장을 나간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다.
…………………………………… 잡담 …………………………
100회입니다. 리메 후 숨 가쁘게 달려온 100회.
1.7권 분량의 연재가 끝나고 비축분은 슬슬 떨어져갈 조짐이군요.
그 동안 마지막 흑마법사를 읽으시면서 재미는 있으셨는지, 의심가는 점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통 코멘트가 없으니 알 수가 있어야죠)
그래도 여러분들의 많은 사랑이 있으리라 믿고 백호는 열심히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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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정말 단순합니다. 코멘트만 있어도 입이 벌어지는 게 작가죠. 작가를 아무리 놀려먹어도 기분은 좋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으나 ‘백묘’사건으로 인한 독자분들과 백호 저 사이의 갈등을 몇몇분은 아실 겁니다. (리스 150 - 170회분 사이 참조)
그렇습니다. 전 코멘트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매번 강조를 한답니다.
마지막 흑마법사. 다른 작품과 비슷한 아류작이다, 소재만 좋았다는 식의 혹평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부단히 노력합니다.
여러분, 마지막 흑마법사. 어떻게 읽으셨나요. 솔직한 기분을 코멘트로 적어주신다면 더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출간은 2월 초 예정으로 아직도 1달이나 시간이 있습니다. 그 기간동안 이벤트가 기습적으로 여러 번 진행될 것이고, 당근 연참도 있을 겁니다. 여러분의 사랑과 제 집필속도를 비례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백호는 이것으로 100회를 자축하며 물러나겠습니다.
선작/추천/코멘트 꼭 잊지 말아주세요. 오늘부터 학원 다녀야 하는데(저 예비고3 -_-), 힘이 될 수 있는 코멘이 절실합니다. 도와주세요!
2005.1.3 동물원 탈출을 꿈꾸는 백호가 수면제가 든 고기를 바라보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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