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104화 (104/166)

# 009. 탈출

테스타노가 입가에 가득 미소를 띠고, 또 다른 별실에서 피리언을 맞았다. 깨끗하게 정돈 된 별실의 모습은 테스타노의 청결함과 딱 들어맞는 곳이었다.

“대공작 각하께서 저를 무슨 일로….”

피리언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근위검사에 불과한 자신을 테스타노 같은 고위 관리가 찾았으니, 얼마나 영광스럽겠는가?

“베토스 출신 맞나?”

“그렇습니다.”

“흑마법사 토벌 당시, 베토스에 살았었나?”

“예, 그 당시 제가 한 살이었습니다. 기억은 나지 않으나, 어머님께 들었습니다.”

“카렌에게?”

“예?”

테스타노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매우 살벌했다. 벌써 열 일곱 번째 반복하는 질문이었다.

“네 놈이 흑마법사의 후계자가 아니냐?”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 이름은 피리온 아서. 흑마법사 가문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해라. 만약 후계자임을 시인한다면, 죽이지는 않고 영원히 감옥에만 가두어 둘 것이다.”

“절대 아닙니다. 대공작 각하, 오해하지 마십시오. 아서 가문이 대대로 근위검사 가문이었다는 것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피리온이 질겁을 한 표정으로 테스타노에게 말했다. 갑작스런 질문도 질문이었지만, 흑마법사로 오해를 받다니! 그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가명을 쓰는지 누가 알아. 다 아니라고 하는 군! 역시 확인을 위해서는 죽일 수밖에.”

“대공작 각하! 절대로 아닙니다! 전 아서 가문의 외아들로서, 가문을 이어나가야 할 책임이 있습… 크큭! 큭!”

피리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테스타노의 오른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자 오른손에서 검은 마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피리온의 목을 감싸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네 놈이 아니란 말이냐? 아니냔 말이다!”

“크큭… 아, 아닙….”

“사실을 인정하란 말이다!”

테스타노의 두 눈이 광기로 물들어갔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집착. 광적일 정도의 집착은 쉬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피리언의 얼굴은 점점 빨개져 갔고, 숨이 가빠왔다.

“제발 살려주십….”

“이런 제기랄!”

“크아아악!”

테스타노가 오른손에 힘을 주는 순간, 피리언의 몸에서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오른손으로 산화 마법을 시전 한 것이다.

“라칸! 어서 나머지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데려 와! 카렌과 메르헨이 2년이나 베토스에 있었던 만큼, 분명 후계자는 그 곳에서 태어났을 것이다. 모두 죽여버리겠어!”

테스타노의 광기 어린 행동에 애꿎은 피리언도 그렇게 죽음을 맞고야 말았다. 이대로라면 샤크론의 차례도 얼마 남지 않은 셈이었다.

한편, 그 시간 샤크론은 수련장에 도착해서 아리온과 제로스를 만나고 있었다.

Chapter 2

“아리온, 그게 아니지. 검을 쥐는 법에 따라서 검술의 전개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법이다. 넌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이런 검술의 전개는 빈틈을 찔러달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제로스는 아리온을 상대로 검술 훈련을 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평상시라면 샤크론도 함께 훈련을 받았겠지만, 외출하고 없었기 때문이다.

“헉헉헉… 아리온, 제로스 교관님! 어서 여길 떠나야 해요! 어서!”

갑자기 수련장으로 뛰어 들어온 샤크론.

샤크론은 다급한 마음에 아리온과 제로스에게 외쳤다.

“샤크론, 그게 무슨 소리야. 떠나야 한다니, 큰일이라도 난거야?”

“그래. 큰일이 났어!”

샤크론이 다급한 마음에 말했지만, 아리온과 제로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샤크론의 과거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샤크론이 테스타노에게 쫓기고 있는, 아니 영원한 적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렇게까지 모르고 있지는 않으리라.

“샤크론, 무슨 일이냐? 평소의 너 같지가 않구나.”

“교, 교관님. 교관님도 어서 저랑 피하셔야 합니다. 죄송합니다.”

“샤크론! 대체 무슨 일이냐니까!”

“얘기는 나중에 해 줄게. 어서 카다르를 탈출해야 해. 어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죽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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