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9. 탈출
동문서답을 하듯, 아리온에게는 샤크론의 말이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였다.
대체 왜 카다르를 탈출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따라가야 하는 것이다. 어차피 혼자 살아왔던 샤크론이나 아리온, 제로스에게는 그다지 걸리는 일이 없었다.
제로스의 고향은 남쪽 먼 곳에 있는 마을이라고 했다. 집을 떠나온 지도 30년이 넘었다고 하니 상관 없었다. 아리온 역시 수도로 올라온 이후로는 가족들을 만나본 경험이 없었다.
“아리온, 가자꾸나. 샤크론, 베토스로 가려는 게냐?”
“아니, 교관님이 어떻게 그걸?”
“나중에 얘기해도 늦지 않다. 아리온, 샤크론. 수련장에 있는 말을 타거라. 수도의 경비대원들이 나를 잘 아는 만큼, 도중에 제지 당하는 일은 없을 거야.”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아리온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샤크론의 말이 허무맹랑한 거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샤크론의 갑주에는 피까지 묻어 있었다. 이것은 무슨 일인가 벌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히히히힝….”
근위기사는 승마가 허용되지 않지만, 지금은 그딴 규율 따위를 알 바 아니었다. 샤크론과 제로스, 아리온은 제각기 각자의 말에 올라타고는 발길질을 시작했다.
“이랴! 이랴!”
“무조건 남쪽으로 가야 합니다. 대로를 따라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알았다, 샤크론. 자, 가자!”
수련장을 떠나는 세 사람. 제로스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져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 일까. 샤크론은 다급한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제로스가 신기했다. 마치 기다렸던 일이라는 것처럼, 반가운 일인 것처럼 말이다.
[다그닥 다그닥]
[크르릉 크르릉]
점점 거칠어가는 말의 숨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카다르의 대로를 갈랐다.
바람에 머리를 흩날리며 달려가는 세 사람. 그들이었다.
“대장님, 아니 제로스 교관님! 멈추십시오!”
“나를 못 믿는 게냐? 훈련 차 성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굳이 내가 허가증을 꺼내는 수고를 해야하는 건 아니겠지?”
“아, 괜찮습니다! 지나가십시오!”
“고맙다.”
역시나 경비병은 그다지 크게 제지하지 않았다. 경비대에 몇 년을 있으며 쌓아왔던 병사들로부터의 신뢰와 명망 덕분이리라.
“제로스 교관님도 교관님이지만, 곁에 있는 두 기사가 참 대단하지 않아? 아직 삼십도 되지 않은 나이인데 둘 다 근위기사의 자리에 있잖아. 특히 저 샤크론이라는 청년은 스물도 되지 않았고 말이야.”
“대단한거지. 우리 같은 놈들이야 평생을 수련해도 근위검사가 될까말까 한데….”
“이봐, 방금 나간 게 누구지?”
그 때, 경비병의 어깨를 잡는 손이 있었다. 라칸이었다.
살살 누르는 것 같아 보였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무게로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제로스 교관님과 아리온 근위기사님, 그리고 샤크론 근위기사님 이십니다.”
“뭐라고? 샤크론?”
순간 라칸의 표정이 굳어졌다. 샤크론 역시 베토스 출신, 테스타노에게 불려가야 할 대상들 중 하나였다.
“예, 샤크론 근위기사님이셨습니다.”
“이런 머저리 같은 놈! 허가증 확인도 하지 않고 내보냈던 것이냐?”
“제로스 교관님이 계셔서….”
“등신 같은 놈!”
[퍽]
라칸이 주먹을 휘두르자,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당한 병사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병사 입장에서는 제로스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통과 절차를 간소화 한 것이지만, 라칸이 볼 때에는 직무를 제대로 다 하지 않은 것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넌 어서 대공작 각하의 별장으로 가서 상황을 이 사실을 그대로 보고해라. 더불어 나는 그들을 쫓을 것이니, 대공작께 그리 전하고!”
“아, 알겠습니다!”
“어서 가라! 가지 않았다가는 이 손에 네 목이 분질러질 것이다.”
굳이 따지면 자신이 아닌 주인의 일이다. 그러나 라칸은 테스타노 만큼이나 분한 감정이 느껴졌다. 테스타노의 광기가 라칸에게서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탁탁탁]
라칸은 말을 탈 것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근력 강화로 다져진 몸은 일주일을 달려도 지치지 않는 강철 같은 몸이었다. 라칸은 주저할 것 없이 옆에 있던 경비병의 검을 뺏어 들고는 전속력으로 세 사람의 뒤를 쫓았다.
확실했다. 무엇인가 꺼림칙 한 것이 있기 때문에 도망치는 것이다.
그것도 베토스 출신의 샤크론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