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106화 (106/166)

# 009. 탈출

“아버님. 베토스 출신의 흑마법사를 찾았습니다. 패론 쪽으로 도망치고 있습니다.”

그 시각, 아시스는 테스타노가 있는 별장으로 들어와 태연하게 거짓을 보고하고 있었다. 타이밍이 절묘하게 들어맞은 덕분에 별장 안에는 테스타노만이 있는 상황이었다.

“뭐라고? 흑마법사를 찾아? 어떻게, 어디서?”

“금지구역에서 훈련을 하고 있던 기사였습니다. 저희들을 보자마자 기습을 가하고는 패론 방면을 향해 전속력으로 도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테스타노가 믿는 것은 세 가지였다. 자신의 힘, 라칸, 그리고 어둠의 아들들이었다.

그것도 자기가 가장 애지중지 하는 여섯 번째 아들 아시스의 말이었다. 테스타노는 라칸이 자리를 비우고 없었지만, 자신의 힘으로 충분히 샤크론의 뒤를 추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패론 쪽으로는 좌표가 그다지 많지 않아, 녀석을 잡는 게 곤란할 것 같구나. 그런데 오늘 금지구역에서 수련을 한 기사라면….”

테스타노는 아침 일찍 제로스가 들고 온 허가증에 서명을 해 준 기억이 났다. 그 때, 허가증에 샤크론 케네스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던 것 같았다.

“…….”

“샤크론? 설마 그 녀석이 메르헨의 아들이었나?”

테스타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샤크론. 베토스 출신의 기사. 젠카를 호위했던 기사!

그렇다면 샤크론의 본명은 샤크론 오르네스. 자신의 눈 앞에서 버젓이 존재를 숨겼던 것이다.

티르를 흘렸던 것도 그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샤크론은 알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그와 가까운 곳에서 힘을 길러 오면서, 테스타노의 경계를 받지 않고 지내온 샤크론. 테스타노는 바로 눈앞에 두고도, 알아채지 못한 메르헨의 후계자를 떠올렸다. 분했다.

[쾅!]

“제기랄! 아시스, 앞장서라! 아들들에게 알려서 패론 방면으로 모든 마물들을 투입하라고 일러라! 어둠이 깔린 만큼, 산을 통해서 이동하면 어느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서두르자!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잘했다, 아시스!”

테스타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메르헨과 카렌에 이어 그 아들의 목숨까지 끊는다면, 그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이 될 것인가!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흑마법사 연합의 대가 확실하게 끊기는 것이다!

[위이이]

소환음과 함께 테스타노가 텔레포트를 시작했다.

이어 아시스는 별장 밖으로 나와 어디론가 향했다. 테스타노의 말대로 어둠의 아들들을 부르러 가는 것인 듯 했지만 아니었다.

샤크론의 명령, 라칸을 죽이기 위함이었다.

“텔레포트.”

어떤 방식으로든 죽여야만 하는 명령.

아시스는 나름대로의 방식을 이용해 라칸을 추격하기로 했다. 그가 내뿜는 마기는 일반적인 흑마법과 이질적인 마법 실험물의 냄새였다. 추격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위이이]

이어서 아시스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Chapter 2

“샤크론, 말해봐. 왜 우리가 도망가야 하는 지!”

“아직 안전한 곳이 아니야. 더 빨리,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해.”

아리온이 대답을 재촉했지만 샤크론은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답을 거절했다. 당연히 알려줘야 할 이유이지만, 아직까지 샤크론은 안심할 수 없었다.

마치 뒤에서 무엇인가 쫓아오는 느낌이다.

“아리온, 침착해라. 난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교관님, 그게 무슨….”

제로스의 담담한 표정. 아리온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이것은 뭔가 잘못되었을 때 벌어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저렇게 태연할 수가 있을까?

“샤크론, 네가 어렸을 적 책을 주고 갔던 기사를 기억하니?”

“책을 주고 간… 아, 알아요. 그런데 왜?”

“그 사람이 바로 나다.”

“지, 진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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