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9. 탈출
뒤를 보면서 공격을 하기에는 자세가 너무 불안정 했다. 그렇다고 말에서 내려 라칸을 상대하자니, 상황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테스타노의 추격군이, 아니 테스타노 본인이 이 곳으로 올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시스가 거짓말을 성공했다면 조금은 늦춰지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샤크론은 마나 쇼크를 생각해보았다. 마나 쇼크라면 라칸의 이동을 어느 정도 방해하거나 중지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시스, 메콘과의 전투로 인한 심각한 마나소모로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어쩔 때는 마왕으로부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마나를 공급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마나가 부족하게 공급되는 일도 있다. 하필이면 지금 이 상황이 후자에 해당하고 있다.
“어떻게 할까요… 작정하고 싸우면 이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제로스가 검을 들어 싸울 의지를 보였다. 라칸의 위험성을 샤크론 만큼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라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크흐흐흐… 덤벼라.”
[위이이]
그 때, 소환음이 들렸다. 아시스였다.
“좋아! 아시스, 이 놈을 죽여!”
“예.”
아시스는 샤크론에게 매우 충실했다. 마인드 컨트롤로 종속의 관계에 빠진 이상, 녀석은 죽을 때 까지 라칸을 괴롭힐 것이었다.
“아시스 님. 여기 어쩐 일로….”
“크로스 파이어.”
“아시스 님!”
라칸이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테스타노의 아들이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의 아들이라면, 역시 주인이었다.
괜한 공격을 했다가는 테스타노가 경을 칠 것은 물론이고, 영원한 소멸을 경험하게 될 터였다.
“지금입니다. 어서 가요!”
아시스의 등장을 확인한 샤크론이 더욱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역시 녀석도 어쩔 수 없는 종속물이었다. 주인의 아들이기 때문에 라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크로스 파이어를 정통으로 얻어맞아, 가슴에 차고 있던 갑주가 반으로 쪼개져 있었다.
그렇다고 라칸이 샤크론의 뒤를 쫓느냐? 그것도 불가능했다. 주인이나 다름없는 어둠의 아들들을 두고, 그 앞에서 단독행동을 하지 못하는 명령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테스타노의 실수였다.
“파이어 볼.”
라칸은 도망치는 샤크론 일행을 보며 애가 탔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자신이 개별적인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그저 아시스가 날려대는 마법을 얻어맞아야 했을 뿐이다.
“이런 제기랄!”
생체 병기의 한계였다. 라칸은 이를 갈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정신의 통제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 위로 아시스가 멍한 표정으로 계속 마법을 시전 했다. 라칸은 두드려 맞기만 했다.
Chapter 3
아직도 하늘은 어두웠지만, 조금씩 태양의 서광이 비추어 오고 있었다.
어둠이 깔린 시간 동안 얼마나 달렸을까. 세 사람의 말은 지치고 지쳐, 서 있을 기력조차 없었다. 샤크론 일행도 말들의 고생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개울가 근처에 말들을 풀어놓고 휴식을 취하게 했다.
“샤크론 님.”
제로스가 샤크론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을 건넸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반말을 서슴없이 하던 그다. 샤크론은 어색하기만 했다.
“교관님, 이러지 마세요. 제가 너무 어색합니다.”
“아닙니다. 새 맹주가 되실 분께 무례를 범할 수는 없지요. 이해해 주십시오.”
“으음….”
잠시의 휴식. 여전히 위험은 존재했지만 그 위험만큼이나 휴식은 달콤했다.
아리온도 간밤의 충격이 많이 가신 듯, 밝은 표정이었다.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자세한 이야기는 베토스에 가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확실한 것만 말씀드리자면, 저는 존재를 숨기고 수도로 올라온 몇 안 되는 연합 소속의 기사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물론 샤크론 님을 어떻게든 보호하라는 임무를 띠고 온 것입니다.”
“제가 수도로 갈 줄 알았나요? 왜 저를 보았을 때, 그 때 데려가지 않았죠? 그 때 데려갔다면 이렇게 위험해지지도 않았을 것 아니에요.”
“베토스 서재의 힘을 이용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메르헨 맹주님께서는 그것을 원치 않으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저희에게 말씀하시기를 ‘샤크론에게 복수를 강요하지는 마라. 샤크론이 모든 것을 깨닫고, 진정으로 마음이 우러나올 그 때를 기다려라. 샤크론의 곁을 지키다가, 때가 되면 운명을 맞아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제가 수도로 올라 올 것을 알았다는 겁니까?”
“그런 것도 있었고, 제 임무가 수도의 정보를 빼내서 아지트로 공급하는 것이었던 만큼, 당연히 가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경비로 서던 제게 한 청년이 나타난 것입니다.
처음에는 알아 보지 못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베토스에서 보았던 샤크론 님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그 이후로 계속해서 아지트에 정보를 공급하며, 샤크론 님의 행보를 지켜보았던 겁니다.“
“제로스 교관님….”
“교관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연합의 눈으로 보면 요원 17에 불과할 뿐입니다.”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