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0. 카다르 제국을 떠나다.
# 010. 카다르 제국을 떠나다.
Chapter 1
[다그닥 다그닥]
베토스를 향한 걸음은 끝나지 않았다. 세 사람은 지친 말을 어루만지고 달래면서, 베토스로 가는 속도를 더욱 높였다.
‘정말 전 맹주님을 쏙 빼닮았어. 테스타노가 메르헨 맹주님과 닮았다는 것을 알아챘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제로스가 앞을 보며 달리는 샤크론의 옆모습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이었다. 샤크론에게서 보이는 메르헨과 카렌의 그림자.
그것은 그들이 남긴 마나의 힘이자, 아직 끝나지 않는 복수의 힘이리라.
“아리온,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샤크론이 말없이 안장만 쳐다보고 있는 아리온에게 물었다.
기분이 나쁘다거나 상한 것 같지는 않다. 뭔가 골몰히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아리온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신경 쓰지 마. 기분 나쁘거나 그런 것 아니니까. 그냥 한 순간 바뀌어버린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 생각해봤어. 정말 갑작스럽다고 할 정도로 뒤바뀌어 버렸잖아?”
“그래. 수도의 근위기사에서 도망자 신세가 되었으니. 하지만 어차피 근위기사 따위의 자리는 나와는 관계없는 곳이었어. 아직 마법수업을 다 듣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어떻게든 또 배울 길이 있겠지.”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하 연합에도 많은 인재들이 있습니다. 맹주님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샤크론, 정말로 네가 이제 흑마법사 연합의 맹주야?”
아리온은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맹주라는 이름을 씌워 다시 본 샤크론은 아득히 멀리 있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교관… 아니 제로스. 맹주의 자리는 현재 공석으로 남겨져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북쪽 연합을 이끄셨던 발데스 님께서 얼마 전 테스타노의 일전에서 전사하셨지요. 이후로 연합의 맹주 자리가 비게 되었고, 남쪽 연합에서 샤크론 님을 모셔오라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메르헨 맹주님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습니다.”
“음…. 아리온 만큼이나 믿겨지지 않아요. 내가 모르는 수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며 살아왔다니. 제로스도 그렇고….”
“다 운명인 게지요.”
“운명… 운명….”
샤크론의 귀를 떠나지 않는 단어. 운명.
지금쯤 마계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수많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지카론이 누군지, 오르하스와 카이세르크가 누군지는 샤크론도 모른다.
그들과 자신은 흑마법을 매개체로 운명마저 연결되어 있는 존재들. 그들의 현실이 자신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지, 자신의 현실의 그들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테스타노와 자신은 굳이 마왕의 존재가 아니더라도 숙명적으로 맞붙을 수밖에 없는 상대. 그것을 알아 둘 필요가 있었다.
“샤크론, 그러고 보면 우리 가문은 네 가문과 대를 이어서 연결이 되는 구나.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말이야.”
“그래. 아리온과 내 부모님은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을 맞으셨지만, 우리 만큼은 승리라는 이름 아래 끝을 볼 수 있도록! 반드시 노력하자, 아리온.”
“물론이지. 그러고 보면 이것도 다 운명인가 봐. 나… 이젠 하나도 당황스럽지가 않아.”
“정말 이것도 운명이라는 고리와 연결된 것일까?”
“글쎄….”
“샤크론 님. 대화 중에 죄송합니다만….”
“무슨?”
“다 온 것 같습니다.”
제로스가 오른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아직까지는 숲 속이었지만 양쪽에 늘어서있는 나무들의 사이로 베토스 경비초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베토스는 많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관문이라기보다 경비초소로 분리되는 간단한 검문절차를 거쳐 사람들을 통과시키는 곳이었다. 워낙 유동인구가 적다보니, 경비병들도 그다지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흑마법사 토벌 당시, 맹주의 본거지로 여겨져 수 많은 경비병들이 쓸데없이 투입되었을 뿐이다.
“아아아….”
어찌 보면 긴 시간을 베토스에서 떨어져 지낸 것도 아니다. 이 많은 일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난 것 같지만, 단지 1년이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베토스가 멀리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유모도 잊고 지냈던 샤크론이다. 가슴 한켠, 자신을 떠나보낼 때 눈물짓던 유모의 모습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지금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
“아직 베토스 까지 수도의 소식이 전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수도 경비대장 때 쓰던 자유 통행증을 이용하면, 무난하게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경비대장 직은 반납하셨잖아요?”
“베토스 정도의 마을이 그것까지 알 리가 없지요. 이곳은 수도와의 교류가 거의 없는 곳이니까요. 괜찮을 겁니다.”
“그럼 가지요. 어서 어머님을 뵙고 싶습니다.”
“유모를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알겠습니다.”
샤크론의 재촉에 제로스가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낳은 정이든 기른 정이든 진하기는 진한 법이다. 샤크론에게 있어 유모는 부모 만큼이나 의지가 되는 존재였을 것이다.
제로스는 비록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샤크론을 이렇게 키워 준 유모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유모의 성격 상, 재물 같은 것은 거절하겠지만 말이다.
“어머니… 갈게요. 짧은 재회가 되겠지만.”
유모를 만날 생각에 샤크론은 마음이 설레였다. 바로 눈앞이다. 조금만 더 걸으면 된다.
……………………… 잡담 …………………
코멘천국 무플지옥.
코멘 없는 세상은 백호가 살 수 없는 세상입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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