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115화 (115/166)

# 010. 카다르 제국을 떠나다.

“각각의 책에 마나를 부여해서 필요할 때 흘러나오게 하는 방법이군요. 맹주님께서 즐겨 쓰셨던 마법이죠. 하하하.”

제로스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즐겨 쓰다니? 샤크론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부모님이 저 마법을 즐겨 쓰셨다고요?”

“예. 주변의 모든 사물에 마나를 조금씩 저장해 두셨지요. 극한상황에 치닫게 되면 그것들에게서 마나를 뽑아 쓴다는 생각으로요. 악마상의 구슬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군요.”

“그런 마법은 들어본 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는데….”

“두 분 만의 창조 마법이었을 겁니다. 테스타노가 클린을 만들어냈듯이 맹주님께서는 그것을 만들어내셨겠지요. 기사 출신이라 이름은 모르겠군요. 죄송합니다.”

제로스가 머리를 긁으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한참 설명을 해주고 나니 마법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던 것이다.

“괜찮아요. 어떻게든 알 기회가 생기겠지요. 자, 포탈로 들어갈까요? 마치 우리가 올 것을 알기라도 한것처럼, 딱 세 명이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네요.”

“이것도 운명일까요?”

제로스가 물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것도 운명, 다 운명이겠죠. 운명은 순간순간 바뀌는 거에요.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운명인가?”

“복잡하군요.”

“그냥 들어가요.”

머리가 복잡해지자, 샤크론은 인상을 찌푸리며 두 사람을 이끌고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Chapter 2

“이런 등신 같은 놈. 놈들을 추격했으면 잡아야지 왜 놓친 것이냐! 너에게 그렇게 많은 힘을 부여한 것은 이런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 아니었느냐?”

우람한 체격에 울퉁불퉁한 근육을 가진 한 사내가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작은 체구의 마법사에게 혼이 나고 있었다. 바로 라칸과 테스타노의 대화였다.

패론 일대를 마물들과 교단의 힘을 동원에 비밀리에 뒤진 테스타노는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텔레포트를 쓰지 않았을 경우를 모두 가정해서 뒤진 반경이었지만,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더군다나 패론 일대에는 마을이 없고 죄다 산이나 고원이라 마을로 숨어들었을 가능성도 전혀 없었다. 보고 된 바로는 패론이라고 하고, 찾아보니 없고.

그렇다면 이것은 테스타노가 뒷통수를 얻어 맞은 꼴이라는 공식밖에 성립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테스타노는 자신에게 거짓을 보고한 아시스를 불러들였다. 그러나 아시스는 그 답에 응하지 않았고, 테스타노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라칸을 불러들이도록 마법을 시전 했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 라칸의 온 몸이 불에 지져지고 녹아버려 흉물스럽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일부 마법진은 아시스에 의해 파손되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변해버리기도 했다.

“방법이 없었습니다. 아시스 작은 주인님께서 절 공격하셔서… 명령에 따르면 저는 그들을 추격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멍청한 놈. 네 놈이 융통성을 발휘해서 그 놈들을 추격하면 되지 않았느냐!”

“죄, 죄송하지만 저는 주인님의 종속 된 병기일 뿐입니다. 명령을 거부할 권리가 없습니다.”

“이런 제기랄!”

테스타노는 자신이 라칸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버린 종속의 고리가 이렇게 비수처럼 되돌아 온 것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라칸 정도라면 샤크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흑마법사 토벌 당시 수 백의 흑마법사들을 맨주먹으로 때려잡았던 라칸이다. 그 가공할 위력이라면 샤크론 쯤이야 간단히 목을 비틀어버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나저나 테스타노는 아시스의 행동이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아시스는 정신 금제가 풀릴 듯 말 듯 해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으으으….”

“아시스! 왜 나에게 거짓을 고한 것이냐? 그리고 메콘은 어떻게 되었느냐!”

어둠의 아들들까지 말썽을 피운 사실에 테스타노는 분노의 연속이었다. 아직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지만, 메콘에게 분명 무슨 일이 생긴 듯 했다. 게다가 아시스는 마인드 컨트롤을 당한 후유증을 보이고 있다.

테스타노의 두 눈에서 다시금 광기가 어렸다.

“아… 아버지. 아… 아아아.”

“메콘은 어찌 되었느냐고 묻지 않느냐!”

“혀… 형은 죽었습니다. 끄으으으….”

“뭐라고? 죽어?”

“그 기사가 단칼에 베어버렸습니다….”

청천벽력. 이런 상황을 두고 쓰기에 딱 알맞은 말일 것이다. 어둠의 아들들이 누구였던가, 테스타노의 분신이자 자신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권리를 가진 10명의 영웅들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메콘이 죽었다. 서열 6위의 메콘이, 그것도 단칼에 죽었다고 한다. 테스타노의 속이 심하게 뒤틀렸다.

“아시스, 넌 뭘 했느냐?”

“모르겠습니다….”

아시스의 대답에는 힘이 없었다. 아직도 후유증이 여전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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