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0. 카다르 제국을 떠나다.
“하앗!”
“웃차!”
“그, 그게 아니고!”
순간적으로 몸을 앞으로 날린 아리온, 그리고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몸을 돌려 조각상의 목을 후려 친 제로스.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다.
만약 이 행동을 점수로 매겨 줄 심판이 있었다면 만점을 주었을 정도의 행동이었다.
[퍼펑]
그와 동시에 들려온 것은 다름 아닌 폭발음. 마치 폭죽이 터지는 듯한 소리였다.
“샤크론, 네 눈빛을 읽었어! 좌우로 단숨에 갈라지면서 놈을 해치웠잖아!”
“으음, 그런데 조각상은 어디로 간 거지?”
“이건 환영이에요. 의도적으로 침입자를 견제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거짓이라는 거죠. 훗.”
샤크론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나름대로 멋지게 움직여 상대를 해치웠는데, 그게 환상이었으니 허무하기도 할 터였다.
“밑에 떨어진 이건… ‘수고했다. 안심하고 가거라, 샤크론?’.”
“부모님이 남기신 거겠지. 자, 이제 가자. 아마도 저 통로의 끝까지 가야 책과 여러 가지 자료들이 들어있을 거야. 아공간이라고 하셨으니까 주변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기도 할 것이고.”
“아, 아공간?”
아리온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아공간. 현실의 공간과 분리 된 타차원의 공간으로 현실의 공간 속에 숨어있는 수 많은 틈을 의미한다. 아공간은 드래곤들의 비밀 창고로 쓰이거나 대마법사들의 안식처로 쓰이기로 유명한 공간이었다.
아공간은 일종의 왜곡된 공간인데, 현실의 공간과 아주 미세하게 연결되어 있어 균형이 깨지면 여지없이 갇혀버리는, 그래서 그 안에서 영원히 있어야 하는 위험한 공간이기도 했다.
“그래. 아공간. 아공간에서는 텔레포트도 먹히지 않지. 아공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좌표 설정을 불가능하게 만드니까.”
“그렇다면… 그 드래곤은 어떻게 데려올 겁니까?”
“그거야 당연히 텔레포… 이런! 아, 아공간이기 때문에 스크롤이 먹히지 않나?”
단순히 포탈을 열고 들어가 그 안에서 보로미스와 리나를 데려오면 될 것이라 생각했던 샤크론. 그러나 이 곳은 아공간으로 텔레포트로는 절대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실수를 한 것이다.
“두 분을 만나는 것이 급한 일은 아니겠지요?”
제로스가 당황스런 표정을 짓는 샤크론을 붙잡으며 차분한 음성으로 물었다.
“급한 건 아니지만….”
“맹주님께서 주신 책에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몇몇 거점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글이 적혀있다 들었습니다. 그 거점들 중 두 곳은 개인 수련을 위한 공간일 겁니다. 물론 맹주님의 배려(?)가 듬뿍 담긴 마물들의 놀이터겠지만 말입니다. 그 곳에서 두 분을 부르시죠.”
“그럼 그렇게 해야 겠군요.”
당황했던 샤크론은 제로스의 말에 그제서야 안도를 했다. 제로스의 말대로라면 다른 곳에서 만나도 될 것이다.
[끼이이]
통로의 끝에는 하얀 빛을 발하는 문이 있었다. 통로에서 내내 보았던 불빛의 근원은 바로 이 문이었던 것 같았다.
샤크론은 조심스레 문을 열었고, 문은 기다렸다는 듯이 샤크론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아아아… 이런 곳이 있었다니.”
가장 처음 터져 나온 것은 아리온의 탄성이었다. 단순히 책이 놓인 책상 정도만 있을 거라 예상했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문이 열리고 펼쳐진 광경은 경악 그 자체였다.
하나의 신전.
문이 열리고 펼쳐진 모습을 보고 나서 세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바로 신전이라는 생각이었다.
세 사람의 양쪽에 늘어선 회벽에는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세밀한 손놀림으로 조각되어 은은한 마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천장에는 주신 매드노스를 그린 벽화가 신전 좌측에서 우측까지 거대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신전의 한가운데에는 14층의 제단이 있었는데, 어림잡아 60m는 되는 듯 했다.
“책은 제단에 있겠지요?”
“저기에 있어요. 제단 맨 윗 층에 보이는 저 책.”
아니나 다를까, 제단의 꼭대기에는 보란 듯이 책이 한 권 놓여져 있었다. 꼭대기 주변은 칠흑 같이 어둡고, 책 홀로 붉은 빛을 발하는 것이 더더욱 신비감을 부여해주었다.
“역시 맹주님이시군요… 아공간 내부에 만든 제단이라.”
“그런데 저 제단은 누굴 위한 제단이죠?”
제단이나 신전은 어떤 특정 신을 숭배하기 위한 우상 또는 매개체가 필요할 때 짓는 건축물이다. 그래서 테스타노의 경우에도 테스타노 중심의 교단 확립을 위해서, 각각의 분파 교단에 테스타노를 상징하는 붉은 피가 담긴 술잔을 놓도록 했다.
그렇다면 이 제단도 어딘가에 필요했기 때문에 만든 것일 터였다.
“주신 매드노스님에 대한 제단은 따로 있기 때문에 만드셨으리는 없고… 그렇다고 본 연합이 특정 우상을 숭배하는 그런 종교적인 연합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두 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듯 한데.”
“모르겠나요?”
“맹주님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던 저로서는 잘 모르겠군요.”
제로스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난색을 표했다.
테스타노의 교단을 누구보다도 싫어했던 맹주 부부다. 더불어 매드노스를 위한 제단 이외에는 어떤 것도 만들지 않았던 메르헨과 카렌.
그런데 여기에 만들어져 있는 제단은 분명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었다. 매드노스를 위한 제단이라면 제단 앞에 반드시 신을 조각한 동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제단은 그렇지가 않았다.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책에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아리온, 제로스 같이 올라가요. 사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무난하게 꼭대기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래.”
“그렇게 하지요.”
여러 가지로 미심쩍은 제단이었지만 샤크론은 우선은 별 생각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어떻게든 이 제단의 필요성에 대해 알 방도가 있을 터였다.
……………… 잡담 ……………
백호 삐졌습니다. 스타 하는데 두 분밖에 안 오셨더군요.
추천 신공은 추천 클릭 오류라는 걸 알지만, 스타 참여는 ㅠ_ㅠ
백호 삐졌으니 추천 고기 40개 이상 주실 때 까지는 연재 안하겠습니다. 삐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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