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0. 카다르 제국을 떠나다.
“그렇다면 부모님은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해 놓고, 내가 그 길을 따라 가기를 기다리셨던 걸까?”
“그럴 거야. 그러니까 이건 샤크론이 짜증낼 필요가 전혀 없는 일이라는 거지. 예정 된 절차대로 널 위해 만들어진 길일 뿐이야.”
아리온의 침착한 대답에 샤크론은 잠시나마 짜증을 냈던 자신을 속으로 꾸짖었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해서 그것을 쓸모 없는 것으로 치부하다니… 명백한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렇다면 예정 된 절차대로 난 마왕을 만나야 해. 수정구슬에 대고 주문을 외워야 마왕과의 대화가 이루어진다고 쓰여 있어.”
샤크론은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살며시 책의 맨 뒷장을 펴 보았다. 맨 뒷장에는 벽에 새겨진 문자 같은 상형문자가 적혀 있었다. 단, 카다르 어로 해석이 달려 있는 것을 보아 그것을 외우라는 듯 했다.
“저희들은 뒤로 물러나 있겠습니다.”
제로스가 아리온의 허리를 잡고 뒤로 가자는 눈짓을 했다. 이에 아리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음음. 크흠.”
샤크론이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주문을 외우는 것에 목소리의 높낮이가 중요하겠냐마는 나름대로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였다.
“마계의 신성한 존재, 흑마법의 근원이자 원천인 존재이시여… 그대를 위한 제단에 이 주문을 외우노니, 부름에 응하시어 뵐 수 있는 기회를 주소서.”
주문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따로 취해야 하는 동작도 없었고, 수정구슬에 대고 이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츄르르륵]
수정구슬에서 검은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구슬이 숨을 쉬듯 움직였고, 그 안에서 샤크론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만나려고 하는 자인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었지만, 이것은 분명 마왕의 목소리였다. 예전에 정신을 잃었을 때 들었던 그 목소리가 분명했던 것이다.
“그렇습니다.”
“구슬에 손을 대고 눈을 감으라. 내가 그대를 잠시 이 곳으로 부를 것이다.”
‘이 곳?’
아공간 속의 또 다른 공간.
샤크론은 알지 못했지만 이 아공간은 마왕과의 연결 통로였다. 마계의 공간과 인간계의 공간 사이를 연결해주는 중간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사르르르륵]
이내 수정구슬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마기가 샤크론을 감쌌다. 몸을 휘감듯이 다리부터 올라온 검은 마기는 순식간에 시야를 가려버렸고, 샤크론이 다시 암흑에서 빠져나왔을 때에는 어디론가 이동되어 있었다.
“여, 여기는?”
뒤에 있어야 할 제로스와 아리온이 없었다. 다른 공간으로 소환 된 것이 분명했다.
“상대가 바뀌었군. 넌 우리가 처음 계약을 맺었던 마법사들이 아니다.”
“그렇습니다. 그 분들은 제 부모님이십니다.”
마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아무리 간 큰 샤크론이라고 해도 질겁을 하고 뒤로 물러섰을 것이다. 그러나 마왕의 모습은 없고, 어디가 끝이고 시작인지 짐작할 수 없는 허공에서 목소리만 들려왔다.
“왜 하나의 몸에 나와 오르하스의 힘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냐?”
“부모님께서 제 몸에 마법을 행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몸에는 두 분과의 계약이 공존합니다.”
“허허… 마왕 하나의 힘도 감당하기 어려운 게 흑마법사인데, 네 녀석은 우리 둘의 힘을 가지고도 끄덕 없구나. 전혀 이상을 못 느끼겠느냐?”
“못 느끼겠습니다.”
샤크론은 단 한번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마나 체인지는 시전 자의 마나를 95%이상 물려주는 마법이다. 이것은 손실이 거의 없이 넘어가기 때문에 한 사람의 힘을 모두 넘겨줄 수 있었다.
여기서 메르헨과 카렌이 착각한 것이 있는데, 마나 체인지를 두 사람이 한 사람에게 행하게 되면 마나의 고농축이 일어나, 도리어 몸에 해를 입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단지 마나의 양이 많아질 것을 예상하고 마법을 행한 것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큰 일이 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가 있다보니 두 마왕의 힘을 지니고 있는 샤크론이 카이세르크에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멀쩡한 샤크론의 몸은 두 마왕의 힘을 충분히 감당할 그릇이 된다는 반증인 셈이었다.
“대단하군. 긴 말 하지 않겠다. 인간계에 있다는 흑마법사의 성물은 모두 모았느냐?”
“모았습니다.”
“그럼 네 번째 성물도 얻었느냐?”
“예?”
느닷없이 마왕에게서 튀어나온 말. 네 번째 성물.
분명 흑마법사의 3대 신성물이라고 한다. 나이블로의 소드, 마왕의 반지, 파괴의 스켈레톤. 그런데 뜬금없이 네 번째 성물을 묻고 있는 마왕이었다.
…………… 잡담 ……………
오늘부터 연재분량을 1일 1회로 하고, 125회를 전후로 (오차범위 2회) 2권을 매듭 짓겠습니다. 연재분량과 횟수를 줄인 것은 연재 초기에 보였던 연참신공을 또 한번 발휘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동안 무작정 달려오느라 사실 글에 소홀해지면서 생각 없이 쓴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일 1회 혹은 연재가 없는 날도 있을지 모릅니다. 고무판 죽음의 질주 참가 관계로 하루에 적어도 15KB는 쓰니 토요일까지 한 편씩만 읽으면서 외로움을 달래주시면 최소 토요일에 50KB(책 50쪽)의 연참을 보실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해봅니다.
아, 그리고 토요일에 연참과 함께 북 이벤트를 또 진행할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1,2권 한 분, 1권 한 분, 2권 한 분을 드릴 겁니다. 야금야금 진행되는 북 이벤트에 짬짬이 많은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추후 연재분으로 공지를 계속 할테니 주의를 집중해주시구요, 아주 잠시, 잠시만 연참을 위해서 기다려주세요. 추천 고기 잊지 마시구요. 그럼 백호는 잠시 휴식, 준비에 들어갑니다.
그동안 여러분들의 외로움을 달랠 작품 추천! 죄송하지만 제 소설 중에 게임소설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ㅠ_ㅠ] 작뜰에 가보시면 [야야!] 리스라고…[-_-] 연참 고기 준비해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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