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122화 (122/166)

# 010. 카다르 제국을 떠나다.

“모르는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아직 너에게 우리의 힘을 부여해 줄 수가 없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네 번째 성물은 정말로 의외였다. 어디까지나 세 개인 줄만 알았지, 제 4의 무엇인가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언젠가 네 번째 성물이 무엇인지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다시 나를 찾아라.”

“하지만 기회는 단 한 번이라고….”

“허가는 내가 하는 것이다. 그 책에다가 똑같은 주문을 한 번 더 외울 수 있도록 해주겠다.”

“제게 그 성물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실 수 없으십니까? 제가 어떻게든 구해오겠습니다.”

“말해준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음은 조급하다만, 방법이 없구나. 자, 그것은 어쩔 수 없고… 네게 몇 가지 말해줄 것이 있다.”

네 번째 성물에 대한 아쉬움의 여운만 남긴 채, 마왕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미동이 일었지만, 별로 개의치는 않는 모습이었다.

“말씀하십시오.”

“인간계에 테스타노라는 놈이 있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 네 부모가 그 놈에게 시달렸다고 알고 있다.”

“그렇습니다.”

샤크론이 두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테스타노… 이젠 이름만 들어도 신물이 나는 원수였다.

“그 놈은 마왕 지카론의 힘을 부여받은 악의 화신이다. 놈은 인간의 피와 악을 바쳐 지카론의 신임을 얻고 있고, 지카론은 그에게 무한한 힘을 주려 한다. 다만 그 놈의 그릇이 충분하지 않아 지카론이 망설이고 있는 모양이다.”

“으음…….”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알다시피 놈은 인간의 생명력을 원천으로 자신의 힘을 불려나가는 전형적인 흑마법사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놈은 강해져 간다. 게다가 그 억지스러운 힘의 증식 방법이 몸에도 영향을 미쳐, 지카론의 힘을 수용할 그릇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그 이야기는 테스타노가 곧 마왕의 힘을 손에 넣게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지카론은 자신의 힘을 얻기 위해서 어떤 차원이든 가리지 않고 그의 힘을 나누어주려 한다. 자신의 힘을 주는 만큼, 그 곱절이 불어나서 다시 돌아올 것이니 말이다. 특히 테스타노는 그 정도가 심해, 지카론의 힘을 불리는 데 엄청난 공헌을 하고 있다.”

“마계의 일을 제게 말씀해주실 수는….”

“인간 따위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렇게 지카론의 힘을 불어가고 있는 한편,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네게 테스타노와 같은 방법을 요구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난 네게 한 가지를 말하려 한다.”

“테스타노를 제거하란 말씀이십니까?”

“그래. 네가 네 번째 성물까지 함께 얻어왔다면 좋으련만, 아직은 때가 아닌 듯 하구나. 대신 이것을 주겠다.”

“이것이라 하시면?”

“아래를 내려다 보아라. 검이 하나 있을 것이다.”

마왕의 말에 샤크론이 아래를 내려 보았다. 그러자 마왕의 말대로 검은 빛이 가득한 검 하나가 검집과 함께 나란히 놓여져 있었다.

“제게는 검이 있습니다.”

샤크론이 나이블로의 소드를 치켜들며 말했다. 쌍검술을 쓰는 게 아닌 이상, 검이 두 개일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네 놈에게 주려는 것이 아니다. 아까 소환의 주문을 외웠을 때, 곁에 있는 젊은 기사를 보았다.”

“아리온?”

“이름을 내가 어찌 알겠느냐. 젊은 기사 녀석을 보아하니 흑기사로서의 자격은 충분한 듯 한데, 힘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이 검을 주려는 것이다. 네 동료의 힘을 키워주겠다는 뜻으로 말이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마령의 검. 단, 주의할 것은 이 검을 쥐는 순간 검과 운명을 함께 하게 될 것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마령의 검에는 강한 어둠의 힘이 흐르고 있어, 만약 이 검을 가진다면 네 동료 역시 너와 같은 흑마법사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 검이 갖는 특징이라도 말씀해주십시오.”

“별 것 있겠느냐? 마왕이 주는 검이라면 굳이 물어볼 것도 없을 것이다. 내 힘으로 줄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다.”

샤크론이 신기한 표정으로 마령의 검을 보았다. 검과 운명을 함께 한다… 한마디로 검을 잡는 순간, 서로가 종속 관계가 되어 버릴 것이라는 의미도 되는 셈이었다. 게다가 흑마법사의 길을 걷게 된다 했으니, 어둠의 마나가 담겨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저는….”

“네 번째 성물을 얻는 즉시, 소환의 주문을 다시 외우도록 해라. 너무 많은 시간을 인간에게 할애한 것 같군.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라. 그리고 모든 것이 준비되었을 때, 날 찾도록. 그럼.”

“저, 잠시만!”

[슈르르륵]

샤크론의 외침이 무색하게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샤크론은 재빨리 몸을 숙여 마령의 검을 잡고는 두 눈을 감았다.

[지이이]

다시 공간이 펼쳐졌다. 제단으로 돌아온 것이다.

샤크론의 오른손에는 들어갈 때는 없었던 마령의 검이 그대로 들려져 있었다.

“샤크론! 갑자기 사라져서 걱정했잖아.”

역시나 먼저 달려온 건 아리온이었다. 제로스는 단번에 마왕에게 소환된 것을 알아차렸지만, 아리온으로서는 어디론가 빨려 들어간 줄 알았던 것이다.

“괜찮아. 잠시 마왕에게 소환되었을 뿐이니까.”

“마왕과의 대화라… 그것은 흑마법사들의 로망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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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판에 가보시면 연재한담란에 제 작품 이름이 걸려있습니다. 어제 23시 59분 59초 연재에 성공했거든요. 상품은 없지만 마냥 기분은 좋네요.

연참 준비 중입니다. 추천 고기 부탁드려요. 그러면 맛있게 구워서 연참 고기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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