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1. 죽음의 땅, 메르시아
마지막 흑마법사 3권
# 001. 죽음의 땅, 메르시아
Chapter 1
“싸늘하군….”
샤크론이 온 몸을 죄어오는 추위에 몸을 부르르 떨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기를 잃은 나무, 여기저기 널려있는 동물들의 시체…. 죽음의 땅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메르시아. 1000년 전 까지만 해도 북대륙의 대제국으로서 대륙의 패자임을 자처하며, 북대륙 전체의 통합을 이루었던 유래 없는 통일 국가다.
지금의 서대륙이 카다르 제국을 비롯한 수 십 개의 크고 작은 나라로 분할되어 있는 것과 달리, 북대륙은 대륙 전체가 하나의 국가였던 것이다.
그래서 서대륙의 사람들은 북대륙 사람들을 매우 무서워했다. 그나마 서대륙과 북대륙 사이에 있는 바다인 흑해의 해류가 복잡해서, 쉽게 넘어올 수 없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알 수 없는 일에 의해 북대륙 전체의 사람이 몰살하고 죽음의 그림자만이 남게 되었다. 이유는 어느 누구도 몰랐다.
“메르시아, 하긴 아직 카다르 고문서에 남아있으니 잊혀진 곳은 아니지요. 다만 샤크론 님께서 이 곳을 첫 번째 목적지로 삼으신 것은…?”
“별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 이대로 맹주겠거니 하고 등장한다면, 과연 연합 사람들이 날 믿고 따를 수 있을까요? 그들을 이끌 힘이 없다면, 그건 맹주가 아니겠지요.”
“덕분에 저까지 따라오게 되었군요. 하하하.”
제로스가 웃음을 지었다. 메르시아는 제로스도 온 적이 없는 곳이라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디서도 느껴볼 수 없는 힘이야… 카다르에 있었을 때랑은 차원이 달라. 죽음의 공포라고 해야 되는 걸까?”
아리온도 한 몫 거들었다. 마령의 검을 두 손에 꼭 쥔 모습은 그가 얼마나 위압감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였다.
“우선 여기서 보로미스와 리나를 만나러 가야겠다. 별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것을 보면, 섣불리 움직이는 건 좋지 않겠어.”
“그래.”
샤크론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표시를 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검은 숲속에서 느껴지는 강한 살기는 이 곳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찌이익]
샤크롤은 먼저 제로스가 가지고 있던 좌표 인식 스크롤을 찢었다. 그래야 보로미스에게 텔레포트 된 후, 그의 힘을 빌어 다시 이곳으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좌표 마법진이 그려지는 군요.”
제로스의 말에 샤크론이 아래를 내려다보니 정말로 그러했다. 좌표를 상징하는 네 개의 소 마법진이 제각기 모양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위치 좌표를 설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 정도 유효한 좌표였다. 어차피 별다른 절차 없이 보로미스를 만나자 마자, 함께 이 곳으로 올 것이었으므로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찌익]
이번에는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었다. 생각보다 질긴 종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스크롤이 안 찢어지면 말이 되겠는가.
[슈르르르]
스크롤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기운이 세 사람을 감쌌고, 좌표 마법진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출발 전 좌표를 인식 한 텔레포트 스크롤이 반응을 마치기가 무섭게 그들을 어디론가 보내버렸다.
[위이이이]
“왔군.”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상.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 바로 보로미스의 목소리였다.
샤크론 일행이 올 것을 알고 미리 인간으로 폴리모프라도 해 두었으련만, 아리온과 제로스가 본 상대의 모습은 거대한 블랙 드래곤이었다.
“허헉! 드, 드래곤!”
“우왁!”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클 줄 예상하지 못했던 제로스와 아리온은 체면이고 뭐고 다 무시한 채, 그 자리에 쓰러졌다. 샤크론에게는 귀여운 드래곤(?) 이었지만, 두 사람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블랙 드래곤이란 말이다!
“샤크론, 네 동료들은 다 이런가?”
보로미스가 한심한 표정으로 쓰러져있는 제로스와 아리온을 바라보았다. 곁에 멀쩡하게 서 있는 샤크론과 리나의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인 광경이었다.
“일반인들이 드래곤을 보기 쉬운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지금 보로미스가 어느 정도 크기인지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죠.”
“그런가? dlsrks vhfflahvm.”
보로미스가 자신의 몸을 쓱 훑어보고는 용언을 외웠다. 그러자 한줄기 빛이 반짝 이더니, 보로미스의 몸이 금발의 미청년으로 탈바꿈했다.
“멋있다.”
옆에 있던 리나가 보로미스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예전에 그녀에게서 느껴졌던 살기는 많이 사라져 있었다. 다만 그에 비례해서 말 수도 줄은 모양이었다.
“아 참, 샤크론. 이 다크 엘프, 생각보다 착하더군. 과거의 안 좋은 기억들은 모두 지우고, 인간, 특히 네 녀석을 잘 따를 수 있게 가르쳤어. 드래곤으로서 이런 일에 개입하는 게 우습긴 하지만, 재미는 있더군.”
“나, 날 따른다고요?”
샤크론이 질겁을 했다. 따른다니…? 뭘, 어떻게 따른 단 말인가?
“블랙드래곤과 다크 엘프, 흑마법사와 흑기사라. 너무 어두운 조합 아닌가요? 하하하하. 반갑습니다. 제로스라고 합니다.”
“아리온입니다.”
“겁먹어 자빠지는 놈은 관심 없어. 저리 빠져 있어.”
“…….”
[추천고기]야, 내 입으로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