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126화 (126/166)

# 001. 죽음의 땅, 메르시아

아리송한 답변. 마왕도 그랬고 보로미스도 그러했다. 대체 무엇이길래 쉽사리 말해주려 하지 않는 것일까. 입에 담기 힘든 무시무시한 그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직접 알아내야 하는 것인가요?”

“그래. 더 이상은 묻지 마라. 자, 이제 메르시아로 갈 때가 된 것 같군. 네 녀석의 힘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메르시아가 딱이다. 대신 죽을 지도 모른 다는 것을 명심해라.”

“알고 있어요.”

“어이, 거기 둘.”

보로미스가 손짓으로 제로스와 아리온을 가리켰다. 그러자 아리온이 덜컥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네. 부, 부르셨습니까?”

“메르시아는 마물들이 득실 거리는 곳이야. 그 정도 담력으로는 여기저기서 튀어나올 놈들을 상대하기 벅찰 것이다. 마음 단단히 먹지 못하면, 샤크론이 죽을 테니까 명심하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제로스와 아리온이 고개를 90도 가까이 숙이며 정중하다 못해 지나칠 정도로 인사를 건넸다. 보로미스를 상대로 고개 한번 숙이지 않는 샤크론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샤크론, 가자. 지체해서 좋을 것 없으니.”

“여기 스크롤이 있어요.”

“필요 없어. 용언을 외우는 게 차라리 낫겠다. 그런 건 나중에 쓸 일이 있을 거야. xpffpvhxm.”

“음.”

보로미스의 말을 끝으로 용언을 이용한 텔레포트 주문이 외워졌고,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늘 그랬듯이 텔레포트가 되기 직전에는 공간이 일그러지고, 주변이 어두워지며, 시야가 순간적으로 암흑으로 변했다. 용언 마법이라 해서 다른 것은 없는 모양이다.

“아리온, 제로스, 리나, 그리고 나… 이렇게 네 명인가? 그럼 출발… 아, 아니지. 보, 보로미스!”

인원을 세던 샤크론이 누군가 빠진 듯한 느낌에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보로미스가 텔레포트 공간 안이 아닌 밖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즐거웠다, 샤크론. 또 다시 볼 날이 있을 거다. 인간들의 일은 인간이 해결해야지, 나 같은 드래곤이 나설 일이 아니야. 때가 되면 널 찾아갈테니 그 전까지 힘을 키워놓도록 해라.”

“보, 보로미스!”

“그럼 나는 좀 쉬어 볼까나?”

당황하는 샤크론의 표정을 뒤로 한 채, 보로미스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원래의 본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당당한 드래곤의 모습으로.

“…….”

보로미스는 또 다시 뒤를 보지 않았다.

[파파팟]

백색 섬광과 함께 샤크론 일행의 형체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메르시아로 이동했다.

Chapter 2

[위이이]

소환음과 함께 도착한 곳은 좌표 마법진이 있던 그 자리였다. 샤크론은 보로미스가 의도적으로 벌인 이번 일에 대해서 나중에 꼭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자신을 위해 보여준 보로미스의 배려이겠지만 말이다.

“크, 또 왔군. 드래곤이 안 와서 다행이다. 보기만 해도 움직이지 못하겠어. 너무 무서워.”

“어지간해서는 저도 겁을 먹지 않는 편인데, 드래곤은 정말 대단하군요. 샤크론 님 덕분에 일생 최고의 경험을 했습니다.”

겁을 먹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하나의 큰 경험이라 생각하는 두 사람이었다. 드래곤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인간들에겐 하나의 영광이었기 때문이다.

“샤크론…?”

샤크론의 등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성(男聲)의 거칠음과는 다른 매우 부드러운 미음(微音)이었다.

“리나? 아, 이거 무지 어색하네. 예전에는 분명 나를 죽일 듯이 달려들었던 다크 엘프였는데….”

[스르릉 사악]

“이렇게?”

“헉!”

순간 일행이 모두 경악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샤크론이 방어 자세를 취하기도 전에 리나의 단검이 샤크론의 목 근처까지 도달해 있었던 것이다.

“리, 리나. 이게 무슨 짓이야! 어서 단검을 거둬!”

“알았어.”

[척]

언제 그랬냐는 듯이 리나는 자연스레 단검을 빼내어 허벅지에 달린 가죽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표정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 그대로였다.

“대체 보로미스가 뭘 어떻게 가르쳤길래… 다시는 내 목에 손 대지마, 알았어?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

명색이 8서클의 마법사이고, 오러를 자유자재로 쓰는 기사였다. 그런데 자칫 잘못하면 목이 날아갈 뻔 했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이며 또한 ‘황당’한 일인가.

“목에는 손대지 않는다. 알았어.”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리나에게 목숨을 잃을 뻔 했습니다.”

샤크론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단검의 차가운 감촉을 되새기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덕분에 곁에 있는 사람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좋은 경험을 한 셈이다.

고기가 부족해…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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