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127화 (127/166)

# 001. 죽음의 땅, 메르시아

“자, 진정하자. 휴… 내가 진정해야지. 내가. 그나저나 앞으로 이 땅에서 잠도 자야하고, 먹을 것도 해결하야 하며, 나름대로 숨겨진 힘을 찾아볼 거야. 고문서에 의하면 메르시아에는 명검과 마법서들이 여기저기 숨겨있다고 하니까.”

“드래곤이 말하길 마물들이 있다 했는데, 그렇다면 메르시아는 마왕의 힘과 관련이 있을까요?”

“그럴 거에요. 하지만 마왕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은 듯 합니다. 다만 마기가 이렇게 충만하다는 것은 두 가지 경우로 볼 수 있어요.

원래부터 북대륙이 마기가 충만한 곳이었다던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이 곳이 마물들의 천국이 되고 있다던가. 어쩌면 천년전의 멸망은 마왕과 관련이 전혀 없을지도 몰라요.

서대륙 사람들이 메르시아로 가서 죽은 건, 불과 십 몇 년 전의 일이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여기서 테스타노의 이름이 또 한번 거론되어야 겠지?”

“응.”

아리온의 말에 샤크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자의 경우라면 볼 것도 없이 테스타노의 짓이다. 마왕의 현신을 준비할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넣는 다면, 북대륙이 이렇게 변해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다.

“골치 아프겠군요.”

“하지만 부모님께서 이 곳을 중요한 다섯 곳 중에 하나로 써 놓으신 것은 분명 무슨 이유가 있어서 일거야. 게다가 신탁은 서대륙에 없잖아. 부모님께서는 내 운명을 신탁을 통해 아셨다고 하셨어.”

“서대륙은 매드노스를 섬기되, 신탁이 없는 신전을 건설하지요. 신탁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북대륙에 맹주님께서 오셨던 적이 있다는 이야기군요.”

“그래서 이 곳을 중요한 곳으로 써 놓으셨을지도….”

“그렇다면 나머지 한 곳은?”

“의도적으로 지워지게 한 것인지 잘 보이지 않는데… 아무래도 메르시아와 이 곳이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주변을 돌아보면서 알아보는 게 나을 듯 합니다.”

황량하기 그지 없는 숲속. 그 안에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 넷. 샤크론 일행을 따르는 눈동자는 계속해서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물론 모습은 철저히 가린 채 말이다.

가급적 밝아 보이는 곳을 따라 샤크론 일행은 발걸음을 옮겼다. 해가 중천에 떠 있었지만, 크고 울창한 나무에 가려 햇빛이 잘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로스가 왼쪽을 아리온이 오른쪽을 맡았고, 샤크론이 전방을 예의주시하며 움직였다. 리나는 샤크론의 뒤를 졸졸 따르며 수상한 낌새가 보이지 않는 가 살폈다.

“샤크론, 샤크론.”

입을 꼭 다물고 숨소리까지 죽인 채 걸어가는 샤크론에게 리나가 말을 걸었다. 갑자기 친근해진 리나 때문에 샤크론은 어색함을 감출 수 없었다. 꼭 테스타노와 친구가 된 것 같다고나 할까?

“으응? 여긴 경계를 늦춰서는 안 돼. 미안하지만 안전한 곳으로 갈 때까지는 조용히 해 줘.”

“나 배고파. 보로미스가 준 라비트(토끼의 일종) 먹자. 내가 스크롤 가지고 있어. 먹자.”

“스크롤?”

“으응. 아공간 스크롤. 이거이거.”

대체 보로미스가 리나에게 무슨 말투를 가르친 것일까? 귀엽다 못해 어린 아이처럼 앙증맞은 목소리에 샤크론은 야릿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다크 엘프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과 말투였다.

“아리온, 제로스. 잠시만 멈춰 봐요. 보로미스가 뭘 준 것 같은데….”

샤크론의 말에 두 사람이 멈춰 서자 리나가 스크롤을 찢었다.

[찌익]

[촤아악]

찢기는 소리와 함께 가로 세로로 2m 정도 되는 공간이 눈 앞에 생겨났다. 조심스럽게 샤크론이 그 안을 쳐다보았다.

“머, 먹을 것들?”

“응, 보로미스가 굶지 말라고 넣어줬어. 두 달은 먹을 수 있다고 했어.”

“라비트만 몇 마리인가요…?”

셀 수 없이 널려 있는 라비트와 몇 십개의 물통, 그리고 신선한 야채들. 이것은 식품 저장 아공간(?)이었다.

“보로미스가 이런 구석이 있을 줄이야. 대단한데?”

인간을 챙겨주는 드래곤. 이색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돌연변이라고 해야 되는 걸까? 배려해주는 마음이 인간과 흡사했다. 왠만한 드래곤은 자신 이외에 누굴 챙겨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라비트 먹자.”

“조금 있다가. 아직 이 곳의 지형이 어떤지도 파악하지 못했어. 조금만 참아. 아이고… 괜한 짐이 늘어난 건가. 장난으로 여기 온 게 아닌데.”

샤크론이 리나의 앙탈에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지금의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마왕의 조건에 부합하지 못해 그의 힘을 얻지도 못했으며, 마법 클래스와 검술도 제자리 걸음에 그치고 있는 상태다. 1분 1초가 지날 때마다 힘이 불어나는 테스타노와 달리, 샤크론은 간신히 제 수준만 유지하는 정도였다.

서둘러야 했다. 어떻게든, 무엇이든 찾아 힘을 얻어야 했다. 부모가 중요하다고 말한 이 곳. 무엇인가가 이 곳에 분명히 있는 것이다.

[챕터 종료]

조판양식으로 딱딱 5장씩 올리는데 어째 유조아 용량은 이렇게 나오는 걸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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