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2. 메가론테스 신전의 생존자들
# 002. 메가론테스 신전의 생존자들
Chapter 1
샤크론 일행은 빛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계속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보로미스의 배려 덕분에 식량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이곳에는 동물들의 씨가 말랐는지, 서대륙에는 흔하게 널려있는 라비트가 도통 한 마리도 보이질 않았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해. 생기가 전혀 없이, 모든 게 침묵으로 둘러싸인 것 같은 곳이야. 죽음의 땅이라는 말이 이것 때문에 생겨난 말이겠지.”
샤크론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아무리 봐도 인기척은 전혀 없었으며, 마물도 나타나지 않았다. 무인도에 온 것 마냥, 수풀들이 늘어서 있는 게 고작이었다.
“샤크론, 샤크론.”
“으응?”
“피 냄새가 나. 그것도 매우 신선한… 얼마 되지 않은….”
[타타탁]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던 리나가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냄새를 맡은 모양이었다.
“리나! 어서 따라가자! 여긴 위험한 곳이야.”
“알았어!”
자칫 잘못해서 리나가 죽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살려주었고, 이렇게 재회했는데 여기서 죽어버리면 모든 게 헛수고가 된다.
“여기야, 여기!”
어느 새, 멀찌감치 나아간 리나가 손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세 사람의 눈에는 잡초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 검은 빛깔이 번쩍이는 것은 확실했다.
“끄으으으….”
샤크론이 가장 먼저 달려가 상황을 살폈다. 리나가 가리키는 그 곳에는 온통 검은 갑주와 무기, 투구로 무장한 기사 하나가 사지가 절단 된 채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이, 이봐요! 괘, 괜찮나요? 피가 너무 많이 흐르는데… 힐링!”
재빨리 샤크론이 힐링을 시전 했다. 그러자 샤크론의 오른손에서 백색 섬광이 일며, 쓰러진 기사의 온 몸을 감쌌다.
“다, 당신들은 누구….”
“서대륙 사람입니다.”
괜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샤크론은 사실대로 그에게 털어놓았다. 어차피 서대륙과 북대륙이 서로 전쟁을 하던 것도 아니었으니, 말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메가론테스 신전을 아, 아시오…? 크윽!”
“모릅니다.”
“으윽… 여긴 당신들이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오. 열 명도 안 되는 일행이 다니다가는 모두 죽을 수 있어… 안전한 곳을 가르쳐줄테니, 그곳으로 가서 이 서신을 전해주시오. 크으으윽!”
사지가 잘려 손발을 움직일 수 없는 기사는 눈짓으로 잘린 손을 가리켰다. 선혈이 낭자한 오른손에는 피로 물들여진 두루마리가 쥐어져 있었다.
“정신 차리십시오!”
“도저히 데스 나이트를 당해 낼 방법이 없어… 당신들도 그들이 오기 전에 어서 피해야 할 것이오. 으윽! 여기서 무작정 북쪽으로 달리다가, 협곡이 나오면 왼쪽으로 돌아 신전이 나올 때 까지 달려가시오. 그 신전에 생존자들의 본거지가 있소… 그리고 이 서신을… 으윽!”
[툭]
힘없이 기사의 목이 꺾였다. 과도한 출혈을 견뎌내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그를 증명이라도 하듯, 샤크론의 발 아래까지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데스 나이트(Death Knight)?"
데스 나이트. 흑마법사에 의해 되살려진 망령의 기사를 일컫는 말이다. 살아생전 자신이 가졌던 실력을 90% 이상 부활시킬 수 있어, 영원을 갈망하는 흑기사들이 꿈꾸기도 한다는 데스 나이트.
기사의 입에서 나온 상대는 바로 그 데스 나이트였다. 실력을 가늠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이 이렇게 된 것만 봐도….”
“샤크론. 뒤에서 뭔가 쫓아와. 그것도 많이. 아주 많이.”
“뒤에서?”
샤크론이 반사적으로 뒤를 쳐다 보았다. 리나의 느낌이라면 틀림 없었다.
[화악]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강한 마기. 그것도 하나의 공통 된 마기가 아닌, 제각각의 엄청난 마기였다.
“정말 그런 건가? 아리온, 제로스, 리나. 협곡이 나올 때 까지 달려요! 어서!”
샤크론은 위험을 직감했다. 기사의 말대로 몇몇 사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그에게 느껴졌다. 마치 마기의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타타타타타]
수풀들을 헤치고 네 사람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저렇게 많은 마물들이 쏟아져 나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조용했던 숲 속이었다. 주변의 기운에 민감한 리나도 알아채지 못했었다.
“크흐흐흐흐흐….”
음산한 웃음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같은 흑마법 계열의 사람과 마물이었지만, 느껴지는 기분은 판이하게 달랐다. 말 그대로 마물, 마기의 덩어리이자 악의 결정체였다.
“젠장. 힘이고 뭐고 키우기 전에 여기서 죽어버리겠어. 왜 부모님께서는 이 곳으로 오라고 하신 걸까?”
달리는 와중에 샤크론은 계속 투덜거렸다. 힘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상대할 때, 향상시킬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도망만 다녀서는 근력만 좋아질 뿐, 도움 될 것이 하나도 없었다.
수난시대? 추천고기 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