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2. 메가론테스 신전의 생존자들
한참을 달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물들 치고는 워낙 걸친 것이 많아 움직임이 더디다는 것이다.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흑마법사에 의해 소환 된 기사들인 것 같았다.
따로 마법을 외울 수 없는 만큼, 접근만 허용하지 않으면 되었다.
숨이 조금씩 가빠올 무렵, 협곡이 눈 앞에 들어왔다. 지평선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협곡. 그것은 장관이었으며 절경이었다.
그러나 감상에 빠져있을 시간은 단 1초도 없었다.
“왼쪽으로 돌아서 신전이 나올 때 까지 달려야 해. 어서!”
“시, 신전?”
“기사가 그렇게 말했어. 정말 무슨 비밀이 숨겨진 대륙일까? 어느 것 하나 종잡을 수가 없어.”
복잡해져가는 생각에 샤크론은 인상을 찌푸렸다.
제국의 소드 마스터인 줄 알았던 제로스는 연합의 요원이었고, 아공간의 제단은 마왕과의 연결로였다. 게다가 부모는 샤크론을 위해 다섯 곳의 좌표가 담긴 책을 남겨 놓았고, 샤크론은 이 곳에 와서 도망만 다니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알아야 할 비밀들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답답했다. 속시원하게 왜 이 대륙이 중요한지 설명해주었으면 했다. 단순히 힘을 키우기에 좋다는 식의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핑…]
그 때, 활시위가 당겨지며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앞이 아닌 뒤에서 들려온 것으로 보아, 마물들에게서 날아온 것이 분명했다.
“신경 쓰지마. 내가 쳐 낼 게!”
아리온이 마령의 검을 가볍게 휘둘러 날아오던 화살을 반토막 냈다. 겉보기에 무거워 보이는 마령의 검은 실제로 매우 가벼웠기 때문에, 아리온은 한 손으로도 충분히 화살을 쳐 낼 수 있었다.
[피피핑… 피피핑…]
이어서 들려오는 소리. 이전보다 훨씬 늘어난 파공음이었다.
“뭐지? 데스 아처(Death archer)까지?”
데스 아처. 데스 나이트처럼 흑마법사의 사술에 의해 되살아난 망령의 궁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흑마법사들은 자신이 원거리 전투를 맡는 만큼, 데스 나이트를 소환해서 적을 제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데스 아처의 활용 빈도가 낮았다. 또한 궁수 출신 중에서 데스 아처가 되길 원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말이다.
그러나 충분히 데스 아처라는 존재로 망령을 되살릴 수 있었다. 게다가 데스 아처는 화살 없이도 자신에게 부여된 어둠의 마나로 화살을 만들어 적을 공격할 수 있었다.
그것을 마나 애로우(Mana Arrow)라고 하는데, 외상은 전혀 남지 않지만 상대의 힘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중요한 공격 수단이었다.
이번에 날아오는 것이 바로 마나 애로우였다. 형체는 희미하지만 명중당했을 때, 입는 타격은 분명 비슷했다.
“먼저 가! 이건 검 따위로 잘리는 그런 화살이 아냐.”
“샤크론, 샤크론.”
“리나, 너도 어서 가! 마나 실드!”
샤크론이 달리던 자세 그대로 번쩍 뛰어올라 마나 실드를 시전 했다. 가급적 반경을 넓게 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샤크론은 필요 이상의 마나를 쏟아부어 마나 애로우의 공격을 차단했다.
“젠장…! 크로스 파이어!”
마법의 생명은 빠른 캐스팅과 시전이다. 샤크론은 마나 실드를 시전 함과 동시에 재빨리 크로스 파이어를 검 끝에 캐스팅 한 후, 지면에 착지하자마자 볼 것도 없이 뒤를 향해 크로스 파이어를 시전 했다. 낭비하는 시간은 하나도 없는 성공적인 동작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그 때, 뒤가 아닌 앞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앞이라면 신전이 있다는 그 방향이다. 그 방향에서 오는 인기척인 모양이다.
앞에서는 한 떼의 군마가 뒤에서는 한 떼의 마물들이… 그 사이에 갇힌 샤크론 일행. 덕분에 협곡 주변은 모래먼지로 잔뜩 뒤덮여 앞을 분간하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우선 마물들을 쫓아내라! 전격마법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1조가 전방의 마물들을 제거한다!”
“알겠습니다!”
한 남자의 우렁찬 목소리. 그리고 복창. 뒤 이어 날아오는 파이어, 라이트닝 계열의 마법. 이어지는 기사들의 돌격.
이 일련의 과정들이 샤크론에게는 잠깐의 시간 동안 재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뒤에서 달려드는 마물들을 상대하느라 그들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콰콰콰콰쾅! 빠지지직!]
검은 로브를 걸치고 얼굴을 가린 마법사들의 마법 시전이 이어지고, 검은색 복장으로 통일한 기사들의 난타전이 이어졌다. 달려들던 데스 아처들이 기사들의 매서운 칼날에 목이 베어졌고, 뒤에서 밀려오던 마물들도 라이트닝 스톰 같은 고서클의 마법에 하나 둘 소멸했다.
그 뒤를 이어, 쓰러진 마물들을 향해 마법사들이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웠고, 그러자 마물들이 희뿌연 연기를 내며 산화했다.
수 십, 아니 수 백에 가까운 사람들이 마물들을 상대하자 상황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더 이상 도망칠 필요 없이, 상황은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헉헉… 다행이다. 헉.”
“대체 당신들은 누구길래, 허가도 없이 위험지역을 다니는 것이오?”
숨이 차서 헉헉거리는 샤크론 일행을 향해 기사 하나가 다가와 물었다.
그는 짙은 흑갈색 갑주로 온 몸을 가린 채, 2m는 족히 되어보이는 롱 소드를 들고 있었다. 언뜻 보면 라칸을 연상케 하는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서, 서대륙에서 왔습니다. 오는 길에 어떤 기사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이 곳으로 오면 안전하다고 하여… 후우후우.”
샤크론이 숨을 고르게 내쉬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기사가 주었던 서신을 그에게 건네 주었다. 주변의 인물들과 상태로 보아, 이 사람이 전체를총 지휘하는 대장으로 보였다.
“서대륙에서 왔다고 했소?”
샤크론의 말에 기사가 질겁을 하며 되물었다. 서대륙에서 온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예. 그렇습니다만?”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서대륙 사람! 동지들, 서대륙에서 사람이 왔소! 그것도 산 채로 이 곳에!”
‘으응? 산 채로 라니?’
샤크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산 채로’라는 표현을 쓰기에 그다지 적합한 시점이 아닌 듯 했다.
“아아! 서대륙의 사람! 우리의 비밀을 풀어 줄 사람! 살아서 왔다!”
“샤, 샤크론.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 분위기는 대체….”
샤크론 일행의 공통 된 반응은 ‘당황’ 혹은 ‘황당’이었다. 갑작스런 환호성은 대륙 초입인 샤크론 일행을 얼떨떨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일단 신전으로 갑시다. 신전으로 가서 이야기를 합시다. 당신 테스타노라는 사람을 알고 있소?”
“테스타노!”
샤크론의 뇌리에서 잠시나마 잊혀졌었던 사람의 얼굴이 또 다시 떠올랐다.
……………………………… 잡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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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연참은 여기까지입니다. 금요일에 많이 쓸 계획이었는데, 학원 수어 4시간 듣고 뻗어버렸습니다. 미분과 적분, 수학 2! 으악, 날 죽여라 죽여!
백호를 위해서 추천고기 넣어주세요. 추천수 100이 넘으면 내일 5연참을 할 용의가 충분히 있습니다. 분량은 충분히 만들 수 있으니 명심해주시고, 추천고기 기대해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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