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2. 메가론테스 신전의 생존자들
Chapter 2
메가론테스 신전에서 계속 머물기로 결정하면서, 샤크론은 아크론으로부터 수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북대륙이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왜 그렇게 되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크론이 말한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우선 북대륙에 대한 첫 번 째 의문은 천년 전의 멸망에서 시작된다. 적어도 수 천만의 인구가 살았을 북대륙이 현 생존자 25만명의 죽음의 대륙으로 변한 건,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의문에 대한 아크론의 대답은 이러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북대륙의 멸망설은 모두 조작된 것이었다.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류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멸망설을 신봉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는 것이다.
확인할 길은 없고, 단지 서대륙의 고문서 몇몇 개에 적혀 있는 것이 고작인데 그 문서를 진실로 믿어버리니 이런 오류가 생긴다는 게 아크론의 말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북대륙의 인구가 급감하기 시작한 건 50 년 전이라고 한다.
북대륙은 비교적 영토 분쟁이 적어, 메르시아 제국이라는 거대한 대국과 사클라스 왕국, 피닉스 왕국을 제외하고는 세 국가와 종속관계에 있는 몇몇 공국이 고작이었다.
게다가 세 국가가 평화협정을 맺어 전쟁의 위험은 줄어들고, 대륙 전체가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를 유지했다. 이 때,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벌어졌는데, 바로 메르시아 제국의 재상이었던 테스타노 미라보 백작이 당시 제국의 황제였던 산체스 4세를 살한 것이다.
이 사건의 발단을 짚어보자면 조금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대륙은 유난히 흑마법사가 적은 대륙이었다. 대륙 전체의 분위기가 흑마법을 꺼리는 풍조가 만연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메르시아 제국의 재상 가문인 미라보 가문이 흑마법사들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만 해도 북대륙의 흑마법사들은 서대륙과 달리 악질적인 놈들이 많았다. 제국 전체의 실종신고 중에 70%이상이 흑마법사들에 의한 실험 강제 납치였고, 실종자들은 전원 사망처리 됐다. 어느 누구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랬기 때문에 재상이자, 제국을 총괄하는 미라보 가문이 흑마법사 척결을 외친 건 당연했다.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악에 해당하는 흑마법사들을 몰아내는 것은 당연했다.
때 마침, 사교 신전을 세워 활동을 벌였던 악질 흑마법사들은 쉽게 제국군의 표적이 될 수 있었고, 당시 재상이었던 시모스 미라보 공작은 일망타진의 계획으로 그들을 급습했다.
지하는 물론이고 지상까지 덮친 제국군의 급습은 성공적이었고, 이 과정에서 실험실은 물론이고 흑마법사들의 악행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이에 미라보 공작은 주저 없이 그들의 처형을 명령했고, 다음 날 체포 된 흑마법사 모두가 화형으로 죽었다.
이렇게 메르시아 제국에는 평화가 찾아온 것처럼 보였다. 실종신고도 눈에 띄게 줄었고, 흑마법사들로 인해 출입이 통제되었던 몇몇 산맥과 도로도 통행이 가능해졌다.
사람들은 미라보 가문의 덕행을 칭송했고, 시모스는 더더욱 제국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모스가 흑마법사들이 살던 옛 땅의 상황을 점검해보겠다며 홀로 나선 일이 있었다. 워낙에 호위를 싫어했던데다, 어느 정도 검술 실력을 갖춘 그였기에 주변 사람들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시모스가 흑마법사들의 옛 땅을 둘러보고 온 날 이후로 미라보 가문에 세상이 뒤집힐 만한 소식이 찾아들었다. 다음 날 새벽에 시모스가 피를 토한 채, 침실에서 급사한 것이다.
무척이나 건강했고, 황실 의원들도 잔병 하나 없다고 해서 여간 자랑을 했던게 아니었다. 그런 그가 피를 토하고, 그것도 바닥을 흥건히 적실만큼 매우 많은 양을 토하고 죽었다. 그가 덮던 이불 위에 ‘…주가 시작됐다.’라는 알지 못할 다잉 메시지(Dying Message)를 남긴 채.
이것은 피바람의 서곡이었다. 북대륙은 물론이고, 서대륙의 운명까지 뒤바꾸게 될 엄청난 피바람이었던 것이다.
그 날 이후로 재상에는 테오도르 미라보 공작이 발탁되었고, 메르시아 제국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제국의 흑마법사 중 선행과 덕망으로 인기가 높았던 미드란 후작이 자신의 집에서 온 몸의 피는 물론이고 백골이 된 채로 하인들에게 발견된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또 다른 흑마법사 관리였던 샤키엘 후작이 그렇게 죽은 채로 발견 되었다. 이어서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궁정 흑마법사였던 스캇 역시 처참한 몰골이 된 채로 죽어 발견 됐다.
잇따른 흑마법사의 죽음. 이 일의 공통점은 세 사람 모두가 테오도르를 한번 씩 만났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런 일을 벌이기 위해서는 고도의 흑마법적 지식과 마나가 필요했다. 그러나 미라보 가문은 마법사와는 거리가 먼 기사 가문이라, 용의선상에서 제외되었다. 다잉 메시지는 가족들 내에게만 알려진 것이었던 만큼, 이것이 어떠한 저주에 의한 것임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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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현재는 고무판 죽음의 질주 때문에 www.gomufan.com 정규연재 란의 마지막 흑마법사가
2회 정도 연재가 더 빠릅니다.
너무 급하신 분(있으시면 영광입니다 ㅠ_ㅠ)은 그 곳으로 가서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추천고기는 아낌없이 주세요, 백호는 아직도 배고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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