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2. 메가론테스 신전의 생존자들
그렇게 몇 십 년이 흘렀다.
그 와중에도 수 많은 마법사들과 흑마법사들이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잃었다. 항상 이 일이 있을 때마다 테오도르의 이름이 거론 되었지만, 그에게는 범죄의 증거가 없었다.
만약을 대비해 그가 방문하는 곳마다 호위병을 수 십씩 딸려보냈으나 병사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차분한 테오도르 공작님’만 보았다는 것이다. 황제는 재상 가문으로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라며, 제국 총 원로회에 재상 해임건을 내놓았지만 만장일치로 거부됐다.
제국의 재상 임명 방식이 원로회 의결 방식이었기 때문에 황제로서도 테오도르를 어쩌지 못할 처지에 이른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테스타노 미라보가 재상의 지위를 승계했다.
제국의 국민들은 미라보 가문의 무난한 정치에 어떠한 반발도 보이지 않았고, 적어도 대외적으로 메르시아 제국은 평화로웠다.
평화로움은 혼란의 예고라 하던가? 기어코 일은 벌어졌다. 바로 산체스 황제의 암살이었다.
그와 동시에 메르시아 여기저기서 데스 나이트와 데스 아처, 리치들이 쏟아져 나왔다. 덩달아서 황궁의 마법사들과 기사들은 알 수 없는 힘에 지배 당해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고, 그 피바다에서 멀쩡했던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수두룩하게 목숨을 잃었다.
메르시아 제국은 순식간에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처음 보는 것이나 다름 없는 데스 나이트에게 엄청난 수의 민간인들이 죽었고, 몇몇 기사들이 용감하게 싸우다가 두 동강 난 몸이 되어 피를 뿌렸다.
황제는 죽고, 기사들의 씨가 말랐으며, 마법사들 역시 대다수가 죽었다. 그리고 전 국토의 민중들이 이유도 모른 채 대지에 피를 흩날렸다. 하나의 데스 나이트가 수 천, 수 만의 민간인을 살해했으며 성채는 파괴되고, 위험을 대비해 만들어진 지하 대피소는 모두 파괴됐다.
7천만의 인구를 자랑하던 메르시아 제국이 전멸 가까이 이르기 까지 걸린 시간은 3개월 남짓. 때 마침 돌기 시작한 전염병은 그야말로 치명타였다.
이 여파는 그대로 두 왕국과 공국에 미치기 시작했고, 데스 나이트를 위시한 마물들은 평화에 빠져 군사조차 관리하지 못했던 두 왕국을 삽시간에 휩쓸어버렸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다. 비명이 대지에 흩날리고, 붉은 피가 하늘에서 내리는 비 만큼이나 땅을 적셨다. 이유조차 알 수 없는 죽음에 한으로 가득 찬 원혼들이 대륙을 휘감았고, 정확히 6개월 만에. 6개월 만에 북대륙은 완벽히 마물들의 세상이 되었다.
이것이 북대륙이 죽음의 땅이 된 것에 대한 진실이었다.
이후, 테스타노 미라보는 미라보라는 성에 치를 떨고, 자신의 성을 앞에다 먼저 쓰겠다고 공언했다. 그 결과 테스타노 가문이 생겨났고, 미라보 가문은 테스타노에 의해 끝이 났다.
살아있는 가족들은 모두 테스타노에 의해 죽었고, 오로지 테스타노 미라보만이 가문의 창시자이자 마지막 사람이 되었다.
“샤크론… 이게 북대륙 몰락의 전말이야. 살아남은 자들은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고….”
“형, 많이 힘들지 않았어요? 그것도 서대륙에서 홀로 건너와서….”
“홀로 건너온 것은 아니야. 지금 신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서대륙에서 온 우리와 동료들을 중심으로 뭉쳐있어. 북대륙에서 오르네스 가문은 이름이 높아. 그래봤자 몇 안 되는 생존자들에 국한 된 거지만.”
샤크론이 부드러운 손길로 아크론의 뺨을 어루만지며 한번도 만나볼 수 없었던 형과의 재회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느꼈다. 군데군데 깊게 패인 상처와 날카로움으로 가득 찬 두 눈, 일반인은 들기 조차 힘들 롱 소드는 강인한 아크론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였다.
“그런데 왜… 왜 북대륙으로 왔죠?”
“부모님이 날 태어나자마자 이 곳으로 보내셨어. 우리가 너희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무사히 북대륙으로 넘어 온 사람이야. 이름을 날린답시고 넘어왔던 서대륙의 마법사와 기사들은 모두 죽었지.”
“그게 아니라.”
“아, 그래. 왜 북대륙으로 오게 됐냐면, 바로 테스타노 때문이야. 그가 어떤 이유로 그래야 했는지는 모르지만, 30년 전이던가? 생존자들과의 전투에서 테스타노가 위기에 몰렸던 적이 있어. 바로 그 때 테스타노가 궁지에 몰리자, 한 소리를 외치며 사라졌었지.”
‘북대륙에서의 준비는 끝났다. 나는 서대륙에서 다시 힘을 키워, 그 분의 대리자로서 역할을 마칠 것이다.’ 라고 말이야.”
그 분이라면 지카론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다시 힘을 키우겠다고 한 것은 대륙과 대륙 사이를 넘나드는 엄청난 텔레포트로 발생할 마나의 손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확실하진 않지만, 마법사들의 시체가 피가 빨린 채 발견 된 것은 초기의 테스타노가 흡성 방식을 직접적인 방법으로 해결했기 때문일 터였다. 물론 호위병들은 정신 금제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시모스 미라보 공작에게 ‘그 날’은 무슨 일이 생겼던 날일까? 그것이 바로 생존자와 샤크론의 공통 된 의문이었다.
“그렇다면 형이 북대륙으로 오게 된 것은….”
“내가 넘어왔을 때, 테스타노는 서대륙의 카다르 제국의 핵심 인물이 되어 있었지. 테스타노 구스타프라는 이름으로 말이야. 내가 북대륙으로 온 건, 지금 보면 강제나 다름 없지만 두 분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되려나? 어쩌면 내가 위험해 질 것을 아셨는지도 몰라.”
“테스타노에 관한 북대륙의 내막을 알기 위해서?”
“그렇기도 하겠지. 하지만 샤크론도 이 쪽으로 올 수 있도록 유도하신 것을 보면, 언젠가 벌어질 것이라는 북대륙의 전쟁에 대해 대비하게 하신 게 아닌가 싶다. 이건 오로지 형의 추측일 뿐이야.”
“북대륙의 전쟁이라면….”
“테스타노가 말했던 ‘그 분’과의 전쟁이겠지.”
“…….”
“결과적으로 부모님의 선택은 옳았어. 덕분에 이 곳에 자리를 잡았고,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으며, 주변의 수 많은 마물들을 죽였으니까. 테스타노가 여기에 없는 한, 마물들의 수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고.”
아크론은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그의 말처럼, 수 십 년 동안 매일 같이 전투에 나서서 마물들을 해치웠고, 그 결과 메가론테스 신전 근처의 마물들은 눈에 띄게 줄었다.
게다가 몇 일 후면, 이웃 신전의 세력과 합류할 예정인 만큼 그 만족은 더 했다. 과거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것이다.
“형은 부모님과 어떻게 연락 했죠?”
또 다른 궁금증에 샤크론은 아크론에게 질문을 건넸다. 태어나자마자 이 곳으로 왔다면, 그 많은 비밀들과 자신의 탄생은 어떻게 알았을 것인지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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