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134화 (134/166)

# 002. 메가론테스 신전의 생존자들

또 다른 궁금증에 샤크론은 아크론에게 질문을 건넸다. 태어나자마자 이 곳으로 왔다면, 그 많은 비밀들과 자신의 탄생은 어떻게 알았을 것인지가 궁금했다.

“부모님과 대화를 할 수 있는 통신석이 두 개 있었지. 정말 구하기 힘든 거잖아. 지금은 통신석이라는 것 자체가 사라진지 오래 되었고…. 그것을 이용했어.

한 번은 북대륙의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사용했고, 한 번은 네가 태어나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사용했지. 물론 하나는 아버지가 가지고 계셨었으니, 두 번째에 아버지가 그 통신석을 쓰신 셈이야.”

“그랬던 거구나….”

“아직도 궁금한 게 많을 거다. 휴! 만남의 기쁨보다 네게 해 주어야 할 비참한 현실이 많다는 것. 나도 그게 너무 안타까워. 서대륙에서 수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을 널 생각하니, 첫 만남에서 어색해 했던 것이 이해가 가는 것 같다.”

“테스타노 미라보… 그리고 테스타노 구스타프. 그렇다면 놈은 테스타노라는 몸이 아니라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아무도 알지 못해. 다만 확실한 것은 시모스의 죽음 이후로, 테스타노의 악몽이 시작되었다는 것. 그것은 분명해. 대대로 이어지는 저주받은 악몽이지.”

“으음… 테스타노는… 무엇을 노리는 걸까….”

“샤크론, 이제 비밀을 알았으니 예전에 부모님이 내게 강조했듯이 난 네가 힘을 어떻게든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

“고마워요, 형. 그리고 미안해요. 감정 표현에 서툴러서… 형에게 이렇다 할 기쁨을 주지 못한 것 같아요.”

“괜찮아. 이해하니까. 그리고 넌 언젠가 북대륙으로 오게 될 날이 있을 거야. 아마 ‘그 날’이 되겠지. 그 날이 되기 전까지 난 북대륙의 모든 세력들을 하나로 모아 놓을게. 지금도 불투명한 미래지만, 생존자들은 대부분이 마법사나 기사야. 충분히 가능할 지도 몰라.”

“북대륙에 있으면 안 되는 건가요?”

샤크론은 북대륙에서 힘을 키울 생각이었다. 책에 적힌 대로 마물들과의 싸움은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네게는 연합의 미래가 달려있잖아. 테스타노가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루었는지는 모르지만, 하루라도 연합의 힘을 기르지 못한다면 네 목숨도 위태로워 질 거야. 연합에는 유능한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많아. 그들의 힘으로도 충분히 강해질 수 있어.

이 곳의 마물들은 기습과 위장에 능하고, 때로는 자폭하는 놈들까지 있어서 연합의 미래가 달린 네가 움직이기에는 결코 좋지 않아.”

“그렇다면 두 번째 거점으로 가야 하는 건가?”

샤크론이 책을 펴서 지워진 듯한 흔적이 있는 책장을 펼쳤다. 메르시아와 함께 연합의 거점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적혀 있는 부분이었다.

“아니, 그건 ‘그 날’에 네가 써야 할 부분일거야. 이건 흑해의 해류를 하루 동안 잠잠하게 만들 수 있는 억제 마법이 적혀 있는 스크롤이니까. 이건 무척이나 까다로운 수식 때문에,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님이 만들고 계셨다고 하지.”

“그 이야기는 서대륙의 연합을 이끌고 내가 북대륙으로 와야 한다는 소리인가요?”

“그래. 어떻게든 넌 북대륙으로 와야 하는 이유가 생길 거야. 샤크론, 어서 서대륙으로 돌아가서 네 힘을 키워. 그리고 다시 돌아와. 운명은 거스를 수 없고, 우리 힘을 합쳐도 테스타노가 벌려놓은 마물들조차 제거하기 힘들어. 네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생이별을….”

내색하지 않던 샤크론이었지만,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괜한 눈물을 글썽였다. 유일한 혈육을 발견한 기쁨에 속으로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단 샤크론이었다.

“이별은 언젠가 다시 만나기 위한 절차일 뿐이야. 물론 만남은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하겠지만….”

“형! 그 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죠?”

“하하하, 그나저나 저 세 사람은 잘 지내네. 다크 엘프와 흑기사 둘은 그다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닌 데 말이야. 물론 나도 출신이 그렇다보니 흑기사가 되어버렸지만.”

샤크론의 위로에 아크론이 멋쩍은 듯 활짝 웃어 보이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만남은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한다. 그 말이 유난히도 마음에 걸리는 샤크론이었다.

‘샤크론… 살아있었구나.  정말 다행이다. 만약을 위해 북대륙으로 와 있었던 나에게 또 다른 힘이 생겨났으니. 어떻게 보면 우리 가족은 참 불행한 건지도 몰라. 이유도 모른 채, 왜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혼돈의 운명으로 빠져들었으니 말이야.

갑자기 불쑥 등장한 내 자신이 어색하겠지. 마치 짜맞춘 것처럼 날 만났으니까. 휴! 이젠 안심이다. 네가 죽지 않고 여기로 왔다는 것은 우리 연합을 이끌기 위한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겠지. 아니, 적어도 샤크론 네가 안전하다는 증거는 될 테니 말이다.

세월의 피바람에 감정을 잃어 나도 20년의 세월이 무덤덤하게 느껴지지만, 누가 뭐라해도 난 기쁘다. 샤크론… 우리의 마지막 이별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챕터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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