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3. 테스타노의 약점
Chapter 2
서대륙은 다섯 개의 제국과 일곱 개의 왕국, 삼십 개의 공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제국이라 하면 거대한 영토를 가진 국가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카다르 제국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개의 제국은 오히려 다른 왕국보다 규모나 전력에서 뒤떨어지는 국가다.
이것은 카다르 제국의 융성에 따른 영토 확장에 인한 결과로 수많은 전투에서 타 제국군이 패배함으로써, 만들어진 상황이었다. 이름만 있는 제국이라 함이 옳겠다.
그렇다면 공국을 제외하고 일곱 개의 왕국이 남는다.
일곱 개의 왕국 중,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단연 달란도르 왕국이다. 카다르 제국을 능가하는 마법사 전력을 가지고 있으며, 타란트를 상대로 비록 졌지만 전쟁을 벌일 정도로 호전적인 국가이기도 하다.
소국으로 전락한 제국 중, 미스란 제국과 스카렌 제국은 달란도르 왕국에 의해 북쪽으로 내몰린 국가이다.
달란도르 왕국은 대륙 중심에 있는 카다르 제국의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타란트 오크 족에 의해 간접적인 국경대치만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카다르 제국의 서쪽에는 엘켄 왕국과 조르웬 왕국이 있다. 두 왕국은 엘켄 왕자와 조르웬 공주의 결혼으로 ‘영원한 동맹’을 서약했는데, 워낙 두 왕국간의 우호도가 높아 카다르 제국이 경계하는 주적들 중 하나다.
아직까지 두 나라의 왕이 죽지 않아 합쳐지지 않고 있지만, 엘켄의 왕자가 즉위하게 되면 합방이 이루어져, 달란도르 왕국을 능가하는 힘을 가지리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곳이다.
이번에는 남쪽을 살펴보자. 남쪽에는 과거 흑마법사들의 주요 활동지였으며, 아직도 지하 흑마법사 연합이 몰래 거점을 마련하고 있는 프렌디 왕국이 있다.
프렌디 왕국의 왕은 데니스 1세로 유일하게 흑마법사들에게 관대한 왕이다. 데니스 1세는 타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왕궁의 특별한 제재 관리 속에서 흑마법사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몬스터 소탕에 일조하고 있다.
덕분에 프렌디 왕국의 백성들은 그를 일컬어 ‘흑마법과 덕치를 조화롭게 섞은 왕’이라 칭송하며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다. 그 덕분에 흑마법사들에 대한 인식이 프렌디 왕국에서는 통상적인 편이다.
동쪽에는 제론, 드론, 마론 왕국이라고 해서 삼국이 치열한 내전을 벌이고 있는 국가가 있다. 과거에는 딜라트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뭉쳐 있었지만, 자식들의 내분으로 인해 나라가 삼분 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든 국가이다.
워낙 국고의 출혈이 심한 전투가 낭자하게 벌어지는 터라 사람들은 셋 모두 알아서 자멸할 것이라는 의견에 만장일치로 손을 드는 실정이다.
이 중에서 지하 흑마법사 연합이 있는 곳은 프렌디 왕국에 종속되어 있는 지라노 공국과 투카르 공국, 그리고 마론 왕국에 종속되어 있는 엔트라 공국이다.
지라노 공국과 투카르 공국의 경우, 필요에 의해 흑마법사 연합이 총독에게 정신마법을 걸었다. 덕분에 두 공국은 대외적으로는 총독 피첸스가 관리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흑마법사 연합이 공국 전체를 관리하는 셈이다. 물론 이것은 비밀이다.
엔트라 공국의 경우에는 총독이 흑마법사 연합 소속인 상황으로 요원 9에 해당하는 에치스가 총독의 자리를 관리하고 있다. 그가 유일한 흑마법사 연합 소속의 고위관리이기 때문에, 소공국의 총독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제국과 그 곁의 왕국, 그리고 조심스레 상황을 지켜보는 공국들 속에 아직 흑마법사들이 살아남아, 투쟁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자신들에 대한 잘못 된 인식과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만든 테스타노를 제거하기 위해.
Chapter 3
내 이름은 아르펜 구스타프. 테스타노 구스타프의 두 번째 양아들이다.
오늘은 그의 명령을 받아 베토스의 저주받은 집을 살폈다. 그 결과, 놈이 살던 집을 발견했고 우연스럽게 창고를 위장한 비밀통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우리가 벌인 일은 모두가 잠들어 있던 새벽에 이루어진 일이다. 우린 살아도 살아있는 자들이 아니니 말이다.
“아르펜 도련님. 통로만 있고 어떤 함정이나 비밀무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들어가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 집이 샤크론이 머물던 집이 확실한가?”
“근처의 이웃을 데려다가 정신계 마법으로 사실을 불게 한 결과, 확실합니다. 몇 년 전까지는 유모도 살았다 합니다.”
“뒤처리는 깔끔히 했겠지?”
“일도 아니지요. 당연합니다.”
샤크론, 제까짓 놈이 뭔데 날 이렇게 귀찮게 만든단 말인가. 난 그 놈처럼 비겁하게 부모로부터 힘을 얻은 흑마법사가 아니다.
오로지 나의 힘으로 어둠의 힘을 키웠으며, 테스타노도 날 도와주지 않았다. 그는 내 양아버지이지만 나에게는 어떠한 힘도 주지 않았다. 내가 가진 5서클의 힘도 내가 이루어낸 계약으로 공급되는 마나이며, 일반 기사들을 능가하는 검술도 나만의 검술이다.
어느 누구도 날 도와주지 않았다. 그래서 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테스타노. 그는 절대로 강한 자가 아니다.
내가 교단의 실정을 살피게 되면서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그의 무시무시한 힘의 원천이었다.
수 백 의 흑마법사들을 상대로 버서커 웜과 마법을 동원해 싸울 수 있는 건 9서클의 대마법사라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얻는 힘의 원천이 상당히 방대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그는 교단의 손을 빌어 어둠의 힘을 끌어모은다. 그게 안 되면 힘겹게 신도들이 모아 온 어둠의 마나를 빨아 먹는다. 신도는 영광스러운 죽음이라 생각하겠지만, 테스타노에게 그 신도는 어디까지나 한 잔의 음료수일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지금은 그를 아버지로 섬기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그의 밑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교단의 사람들도 그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들은 오히려 편하게 대해주는 나를 좋아하고 있으며, 몇몇 장로들은 은근한 나의 반항을 부추기고 있다.
재미있다. 너무 재미있다.
그야말로 하극상을 내게 보여 달라는 것이다. 그까짓 예절이야 오래 전에 집어 던진 지 오래이긴 하다만, 영 찝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