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3. 테스타노의 약점
아직 재미보긴 너무 이르다. 난 좀 더 힘을 키워야 한다. 테스타노 그에게 흡성에 관한 마법을 더 알아내기 전까지, 난 그를 좀 더 이용할 필요가 있다.
“그럼 들어갈까.”
나는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혹시나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지 않을까 고민했으나, 괜한 걱정이었다. 마나의 기척은 아주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 탐색조가 먼저 들어간다. 빠르게 진입하여 내부를 탐색한다.”
“…….”
어쌔신들은 말이 없다. 그들은 조용히 눈빛만을 건네고는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이어 내가 들어가려고 하자, 날 항상 도련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심복 마이어가 앞을 막았다.
“뭐지, 마이어?”
“이런 위험한 곳에 먼저 들어가게 하실 수는 없습니다. 제가 먼저 살피겠습니다.”
“어쌔신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갔는데 왜 그러나. 너무 의심이 많아도 좋을 건 없어. 들어가지.”
“하지만….”
내가 창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주변이 환해졌다. 그와 동시에 수 십 개의 악마상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갑자기 나를 죄어오는 강력한 힘에 압도되어 몸이 굳었다.
“으으으… 뭐지?”
“도련님, 피하십시오!”
[찌이이이이… 빠가가각! 빠각! 츄르르륵!]
살점이 찢기고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통로 깊은 곳에서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내 눈 앞을 스쳐가는 엄청난 어둠의 힘! 그제서야 나는 이것이 공간 왜곡 마법진이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악마상으로 하여금 마나를 숨겨놓고 있었던 것이다. 마이어가 필사적으로 날 끌어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최소한 몸의 절반이 날아갔을 것이다.
마법진 덕분에 어쌔신 10명을 모두 잃었다. 보기 좋게 함정 하나에 당한 내가 한심스러웠지만, 다시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후우, 어쨌든 테스타노의 명령에 따라 베토스의 샤크론 집을 알아내는 것에는 성공했다. 이제 이대로 보고만 하면, 내가 할 일은 끝나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나는 더 무한한 힘을 얻기 위해 수련할 것이다. 비겁한 내 아버지와 샤크론과는 다른 방식으로.
Chapter 4
아크론과의 어색했던 만남과 또 어색한 이별. 제로스는 그렇게 쉽게 형이라고 믿을 수 있냐며 의문을 던졌지만, 샤크론의 생각은 달랐다. 가족들마다 성격이 비슷하고 얼굴이 비슷하듯, 흑마법의 힘이 갖는 성질도 가족마다 다르다.
하나의 가족이 갖는 공동체적인 특징이라고 할까? 샤크론은 아크론에게부터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는 분명 샤크론과 같은 어둠의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생긴 것도 얼굴의 상처를 제외하면 똑같았다.
안타깝게도 아크론이 흑기사의 길을 걷고는 있었지만, 검술의 스타일만 비교해도 두 사람의 특징이 비슷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야?”
아리온이 궁금한 표정으로 샤크론에게 물었다. 나름대로 기대했던 북대륙의 수행이 지금으로서는 무산된 거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샤크론 만큼이나 강한 힘을 원하고 있는 아리온으로서는 다음 행보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연합으로 가야지.”
“하지만 넌 힘을 얻기 전에는 가지 않겠다고….”
“아니야, 연합의 흑마법사들이 맹주의 자리가 비었음에도 열심히 투쟁을 준비해왔다는 것은… 맹주라는 이름에 이끌려 모든 것을 잃을 나약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 일거야.
나에게 필요한 것은 힘이 아니라 그들을 이끌 수 있는 지도력과 강한 힘이야. 부모님이 비록 8서클이었지만, 이에 준하는 힘을 가진 마법사들도 부모님을 믿고 따랐던 것은 ‘힘’이 아닌 ‘강한 지도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어.”
얼마 전, 아크론은 떠나길 원하지 않는 샤크론의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질문과 함께, 잠시동안 만나지 않겠다고 말해주었었다. 샤크론은 왜 아크론이 그렇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유가 있을거라 믿었기에 조심스럽게 그의 질문을 되뇌었다.
샤크론. 힘에만 집착한다고 해서 모든 게 이루어지지 않아.
게다가 넌 연합의 맹주야. 누가 뭐래도 넌 맹주라구. 그런 네가 이런 곳에서 혼자를 위한 수련에 몰두하겠다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부모님은 이러지 않았어. 부모님의 서재가 왜 있었는지 알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연합의 단결력을 강화시키고, 마법사들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지 연구하기 위해서였어.
개인의 힘에 집중할 생각이셨다면, 맹주의 자리는 맡지도 않으셨을 거야.
샤크론! 다시 생각해 봐. 지금의 네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며, 네가 이러는 동안 수많은 흑마법사들이 고통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말이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준비해 두고도 정작 자신의 목숨은 구하지 못한 부모님의 입장이 되어보란 말이다. 넌 운명을 거스를 수 없어. 그게 순리야.
샤크론은 여러 번 이 말을 떠올리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그러나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치 메르헨과 카렌이 자신이 이렇게 움직일 것이라는 것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모든 경우의 수를 만들어 놓고 자신을 조종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운명이라는 이유 만으로 부모를 위해야 한단 이유만으로, 자신의 꿈을 접은 채 돌아가야 하는 걸까?
샤크론의 솔직한 심정으로는 더 강한 힘을 키우고 싶었다. 강해지고 나면, 그 때 연합을 맡아도 상관없는 것이다. 그 동안 자신을 기다려 준 사람들이라면 몇 년 더 기다리는 게 대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