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4. 경쟁자들의 도전
# 004. 경쟁자들의 도전
Chapter 1
“자, 장로님! 에슈 장로님! 저, 저길 보십시오! 저기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어디서 호들갑이냐!”
흑마법사 연합, 지라노 공국령 제 1장로 에슈가 깜짝 놀라 달려온 병사의 보고에 호통을 쳤다.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에슈에게 병사의 이러한 경망스런 행동은 못마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마시고 저길 보십시오! 정말 놀라셔야 할 일이란 말입니다!”
“대체 뭐길래 그러느… 아앗!”
혹시나 장난을 치는 거라면 1개월 간 근신을 시켜주리라 마음먹은 에슈는 조심스레 병사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그 순간, 몸 속 깊은 곳 까지 뻗치는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보십시오! 정말이잖습니까!”
병사의 신경질적인 말이 귀에 거슬릴만도 한데, 에슈는 그것보다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광경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왕의 귀환. 그토록 기다리던 맹주의 귀환이었다.
저 자리는 메르헨과 카렌, 발데스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사용할 수 없는 신성한 자리였다. 맹주만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1세대 장로들을 소집해라! 샤크론 맹주님이 돌아오셨다! 어서! 어서!”
저 자리에 생기가 돌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아무리 제 1장로라고 하지만 맹주와는 지위부터가 달랐다. 게다가 다른 장로의 반대에 부딪치면 의견이 묵살되기도 일쑤였다.
그래서 자신의 힘이 위축될 것을 알면서도 얼마나 맹주의 귀환을 기다렸던가. 메르헨과 카렌이 죽고 난 후의 맹주 자리의 부재는 하루하루가 에슈에게 고난의 연속이었다.
“도착한 것인가. 나를 반겨주는 듯한 이 분위기는 뭘까? 지하에 흐르는 어둠의 힘들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 마치 날 기다린 것 같은 기분이야.”
텔레포트를 마친 샤크론은 눈 앞에 펼쳐진 지하 거점의 광경과 자신을 둘러싸는 마나의 친숙함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제로스나 리나는 오히려 태연한 듯한 표정이었다. 제로스야 그렇다 치고 리나는 좀 이상했지만 말이다.
아리온은 샤크론과 함께 신기한 모습으로 계속 주변을 돌아보았다.
무엇보다 샤크론의 이목을 끄는 것은 거대한 청동 동상처럼 보이는 이상한 건축물이었다. 마치 조각상을 만들어 놓은 듯한데, 윤기가 흐르고 멀리서도 강한 마력이 느껴지는 것이 심상치 않는 건축물인 듯 했다.
“제로스, 저게 뭐죠?”
“아, 모르셨습니까? 아이언 골렘이라는 것입니다. 마나석을 깊게 박아 온 몸에 원활하게 힘이 분배되도록 하고, 주인을 인식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면 파괴될 때까지 주인의 말만 듣는 충실한 부하가 되죠.”
“아이언 골렘?”
“수도에만 계셨으니 골렘은 처음 보시겠군요. 차차 알게 되실 겁니다.”
신기한 것들의 연속이었다. 아이언 골렘은 물론이고 스톤 골렘도 보였다. 그리고 저 멀리서는 어쌔신으로 보이는 수 십 명의 사람들이 열심히 무엇인가를 연습하고 있었다.
“드디어 돌아오셨습니까! 기다렸습니다. ‘왕의 귀환’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 때, 갑자기 눈 앞을 가리며 큰 절을 올리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있었다. 저마다 작은 보석이 박힌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한 개부터 열 개까지 다양했다.
“누, 누구죠?”
“맹주님과 함께 있는 바람에 저까지 절을 받는 실례를 저질렀군요. 우선 옆으로 나와서 제가 이야기 하겠습니다. 장로님, 아시다시피 저는 제로스입니다. 샤크론 님, 이 분들은 지라노 거점의 장로분들로 맹주님의 빈 자리를 단결로 지켜오신 분들입니다.”
“아아…. 안녕하세요.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아아, 맹주님을 이렇게 뵙게 될 줄이야! 헌데 생각보다 매우 어려보이십니다만….”
“우선 일어들 나세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군요.”
나이가 세 배는 더 먹었을 듯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큰 절을 올리고 있으니, 여러 가지로 난감한 샤크론이었다. 생전 초면으로 보는 사람들이 대뜸 절부터 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로스는 요원이었으니 알겠지만, 뒤에 두 분은 누구신지?”
“앞으로 제 옆에서 저를 도와 줄 동료입니다. 의심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 알겠습니다. 우선 이쪽으로.”
약 20년 만의 귀환이었다.
발데스는 한 번도 이 쪽으로 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발데스는 비록 2대 맹주이긴 했지만, 북쪽에서 따로 활동했던 맹주였다. 게다가 거점도 전쟁과 동시에 파괴하여, 지금으로서는 그를 따르던 세력들이 남긴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니 메르헨과 카렌 이후로 샤크론이 처음이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