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143화 (143/166)

# 004. 경쟁자들의 도전

샤크론이 패기에 가득 찬 목소리로 카스크에게 외쳤다. 여기서 카스크의 힘을 꺾지 못하면, 맹주로서의 인정조차 물거품이 된다. 아니, 맹주가 된다고 해도 연합을 이끌지 못할 것이다.

“각오하는 게 좋을 걸! 하앗!”

“후후. 하압!”

카스크가 사선으로 검을 든 채, 샤크론에게 달려들었다. 질풍과도 같은 빠른 움직임. 마치 텔레포트를 하는 기분마저 들 정도의 속도였다.

이에 질세라 샤크론도 사선베기 자세를 취한 채로 달려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마법을 시전 하고 싶었으나, 기사를 상대로 마법은 무리다 싶어 검술로 승부하기로 마음 먹었다.

[채챙! 챙! 깡! 채챙!]

허공에서 두 사람의 검날이 어지러이 교차하며 짙은 쇳소리를 뿜어냈다. 허공을 가르는 파공음. 이어지는 쇳소리. 그리고 아주 잠깐의 고요.

온 힘을 쏟아 맞부딪친 네 번의 공격은 서로의 생각에 읽혀 모두 가로막혔다. 기선제압 차원에서 내뿜은 맹공이었지만, 결과는 무승부였다.

“급소를 노린 네 번의 공격을 모두 받아치다니. 예상이라도 했다는 건가?”

“카스크 장로는 급소를 지키지, 그럼 어딜 지키십니까? 후후.”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야!”

카스크가 재차 검을 내지르며 샤크론의 머리를 공격해왔다. 일반적으로 위를 향하는 검술은 상대적으로 아래의 방어가 취약해질 수 있는 약점이 있어, 보통 수준의 기사들은 절대 구사하지 않는 검술이다.

서로의 실력이 대등한데 빈틈을 일부러 보여준다는 것은 일격을 허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하압, 웃차!”

샤크론이 유연한 몸동작으로 고개를 젖히며, 검날을 얼굴 위로 흘려보냈다. 그와 동시에 오른손을 쭉 뻗어, 카스크의 가슴을 노렸다. 이 정도로 죽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충격은 줄 수 있을 터였다.

“뻔한 검술에 뻔한 공격. 이런 대련은 재미없지. 파이어 볼!”

“파이어 볼?”

순간 들려온 카스크의 말에 샤크론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파이어 볼이라면 기사들의 호신용 마법이 절대 아니다. 마법사들이 쓸 수 있는 마법이다.

[화르륵, 퍼억]

“크으으윽!”

이것은 정확한 일격이었다. 카스크의 검날을 피하는 대신, 몸을 비틀어 카스크의 몸통을 노렸던 샤크론이었다. 덕분에 동선이 좁아져 행동의 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샤크론의 이러한 대응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그 틈을 파이어 볼이 파고 들었다. 샤크론은 이것을 어쩌지 못하고 그대로 몸통을 가격 당해야 했다.

“미안, 미안. 나… 마법도 좀 쓸 줄 알거든. 물론 1서클 이런 걸로 끄적이는 정도는 아니고….”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카스크가 가장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는 샤크론의 클래스를 모른다는 것이다. 아주 중요한 것인데… 애석하게도 그것은 모르고 있었다.

“으윽…! 예상을 넘어선 공격이었군. 윽, 제대로 당했는걸?”

순간적으로 피했지만, 그 한계로 인해 충격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샤크론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일반적인 파이어 볼은 분명 약하다. 그러나 카스크의 파이어 볼은 단순한 파이어 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강력한 충격이었다.

“마법을 쓸 줄 아나? 마법을 쓸 줄 알면, 나랑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내가 지금 4서클인가 그렇거든. 부럽지?”

‘멍청한 녀석… 8서클의 상대를 두고 별 짓을 다하는 군. 호랑이 새끼 앞에서 까부는 강아지 꼴이라니… 차라리 조용히 있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

제로스가 검지손가락으로 덤비라는 제스쳐를 해 보이며, 그야말로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카스크를 보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렇게 되면, 녀석은 엄청난 난타를 온 몸으로 받아내게 될 것이다. 샤크론은 단순한 기사도 아니고, 마법사도 아닌 흑마검사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샤크론에게 저렇게 멍청한 짓거리를 하다니! 하지만 따지고 보면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녀석에게 이번 대련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아… 부럽군요. 부러워요. 근데… 마법을 써도 괜찮은겁니까? 난 단순한 기사들끼리의 대련으로만 생각했는데.”

“왜 두려운 거야? 맹주의 자리는 그럼 내가?”

정말 애석하다 싶을 정도로 샤크론에 대해서는 무지한 카스크였다. 하긴 장로들은 수하들을 관리하고, 연합의 돌아가는 사정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정보에 눈이 어두운 건 사실이다.

대부분의 정보들은 요원이 수집하며, 얼마 전까지도 요원 관리를 따로 관리부를 부어 맡아왔으므로 충분히 카스크가 샤크론의 정보를 모를 수도 있었다. 아니, 요원과는 거리가 좀 멀었던 카스크인만큼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마법도… 대련에 추가하는 겁니다?”

“그러면 더더욱 좋지. 자, 덤벼라! 그까짓 맹주는 내가 해주마!”

“후후후.”

샤크론이 아직도 쓰라려오는 가슴을 어루만지며 알지 못할 미소를 지었다. 아리온, 리나, 제로스의 입가에도 역시 미소가 걸렸다.

“와라!”

“그럼, 다시 시작하죠. 우선 한번 쓰러졌으니, 그것을 1점으로 계산합시다. 5점을 내기로 하죠. 서로 죽일 것은 아니니까.”

“좋아.”

카스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불행이 시작 될 것은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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