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4. 경쟁자들의 도전
Chapter 3
“하앗! 타앗! 핫!”
[채챙, 챙, 챙!]
“후후, 맹주의 실력 치고는 어설픈 검술이군.”
카스크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가소롭다는 듯이 비소를 흘렸다. 지극히 평범한 검술에다가 방금 전에는 일격까지 허용했던 샤크론이었다. 보아하니 마법도 쓸 줄 모르는 것 같은데, 괜히 호승심이 일어 마법까지 대련에 넣자고 한 것 같았다.
한마디로 제 무덤 제가 판 셈이다.
다른 장로들은 숨을 죽이고 두 사람의 대련(겉으로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서 만약에라도 샤크론이 지게 되면, 말에 책임을 지고 맹주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물론 샤크론에게는 다 생각이 있어서 벌인 행동이었지만, 그 내막을 모르는 장로들로서는 가슴이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었다.
“파이어 볼! 타앗!”
잠깐의 여유가 생긴 틈을 타, 카스크가 파이어 볼을 시전 했다. 샤크론과 달리 그는 왼손을 이용해서 마법을 캐스팅했는데, 장갑을 끼고 있는 것으로 보아 따로 무슨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카스크는 소양팔과 양발, 머리를 한번에 노리는 오점 공격술을 전개해 샤크론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아마도 파이어 볼에 이은 신속한 검술이 펼쳐지면 제 아무리 샤크론이라 한들 쉽게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었다.
“훗.”
파이어 볼과 함께 카스크가 달려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샤크론은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알지 못할 웃음만 흘렸다.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것처럼, 샤크론의 표정은 매우 태연했다.
‘저 행동은 뭐지? 상관 없다는 건가?’
카스크는 당당해 보이는 샤크론의 행동이 괜히 거슬렸다. 그러나 이미 공격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따로 물릴 수도 없었다.
“아앗! 맹주님이 위험하다!”
샤크론의 코 앞까지 날아든 파이어 볼과 카스크의 공격. 이것은 확실한 일격이었다. 예전에 몇몇 요원들이 카스크와의 대련에서 당한 적이 있던 공격 패턴이었기 때문이다.
“장로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맹주님이 이렇게 쉽게 당하실 분이 아니잖습니까. 다 생각이 있으셔서 그런 것이니, 지켜보기만 하시면 됩니다.”
제로스가 흥분하여 일어 선 에슈를 진정시켰다. 제 3자의 입장인 제로스가 볼 때, 이 대련은 샤크론이 카스크를 두고 즐기기(?) 위한 자리밖에 되지 않는 것이었다.
[콰아앙]
바로 그 때,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왔다. 다만 화학적인 개념의 폭발이 아닌, 기의 폭발이라고 할까? 순식간에 장내를 압도하는 기의 분출이 한 번 느껴졌다.
“아니?”
기의 분출, 그리고 갑자기 뜬 먼지들이 주변을 어둡게 만들었다. 장로들은 갑작스런 사태에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고, 조마조마한 가슴을 애써 진정시켰다.
“이, 이런….”
누군가의 알지 못한 탄식이 흘러 나왔다. 카스크 아니면 샤크론이 꺼낸 말일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누가 꺼낸 말인지 쉽게 알아채기 어려웠다.
분명히 두 사람은 부딪혔다. 여유있는 샤크론과 일격을 가하던 카스크의 모습.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났을지 모든 장로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투르르 툭]
시간이 지나고, 먼지의 장벽이 갇히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무릎을 꿇은 채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고, 한 사람은 당당하게 선 채로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카, 카스크!”
2세대 장로이자 카스크의 동료인 메츠의 표정이 변했다. 기세 좋게 달려들던 카스크가 무릎을 꿇은 채, 힘조차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역시… 마나 쇼크였던가?”
제로스가 예상했던 대로 공격을 펼친 샤크론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에슈가 물었다.
“마나 쇼크? 그건 8서클의 마법이 아닌가?”
“예, 8서클의 마법이지요.”
“그, 그렇다면 마나 체인지를 맹주님께서 시전 받으셨다는 것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제가 보건대, 샤크론 맹주님은 전 맹주님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계신다고 봅니다. 샤크론 맹주님은 전의 맹주님이 가지지 않았던 한 가지 이점을 더 가지고 계십니다.”
“무엇을?”
“바로 검술입니다. 게다가 맹주님은 검을 이용한 마법 전개도 가능하십니다. 어쩌면 마검사가 되실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오오!”
에슈의 표정이 환해졌다. 역시 샤크론은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으윽… 그 마법은….”
“마나 쇼크. 순식간에 상대의 혼을 빼놓을 정도의 충격을 줄 수 있는 마법.”
“내가 졌다, 아니 제가 졌습니다….”
“아직 1대 1입니다. 4점이 더 남았어요.”
“아닙니다. 진심으로 맹주님을 인정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카스크가 고개를 숙이고, 샤크론에게 두 무릎을 꿇었다. 절대 복종의 의미였다.
그 때, 에슈가 일어섰다. 카스크가 약속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카스크! 장로로서 한 말에는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넌 분명 맹주님에게 지면, 장로의 지위를 반납하고 목숨을 끊겠다고 했다. 설마 장난으로 뱉은 말은 아니겠지?”
“에슈 장로! 그 말을 지키란 말이요?”
옆에 있던 메츠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메츠 장로는 빠져 있으라. 맹주님과의 약속이다. 카스크, 어서 그 약속을 지키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