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4. 경쟁자들의 도전
“하하하, 에슈 장로님. 맹주의 권리로서 명령하지요. 이전의 모든 약속은 없었던 걸로 하겠습니다.”
“아, 아니 왜 그러시는 겁니까?”
언제나 눈엣가시였던 카스크였다. 마침 제거할 기회가 생겼는데, 샤크론이 나서서 그것을 가로막자 에슈는 이해할 수 없었다.
“카스크 장로의 눈빛에서 저는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단결을 위한 카스크 장로의 의도적인 행동이었다면…?”
“그럴 리가 없습니다. 카스크는 세상의 사람들로 따지면 패륜아나 다름 없습니다. 1세대 장로들에게 정면으로 반항한 사람은 카스크와 메츠가 처음이었습니다!”
“무미건조하게 흘러가는 연합은 결속력이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이렇게라도 긴장이 유지되었으니, 그 단결이 갈라져서나마 유지 된 게 아닐까요? 그렇다고 해서 카스크 장로가 자신의 본분을 잊고 지낸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실이 그러했다. 비록 1세대 장로와 2세대 장로가 외형상으로는 엄청난 대립 상태로 지냈지만, 카스크가 자신의 할 일을 잊은 건 절대 아니었다.
샤크론이 처음으로 보았던 아이언 골렘도 카스크의 지휘 아래, 완성되어져 가고 있는 병기였다. 이번 아이언 골렘은 지라노 공국에서 생산 된 5호기째 아이언 골렘으로 가장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평가받고 있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중요성이 커져가는 어쌔신 부대도 카스크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부대였다. 내부 대립을 제외하고는 카스크가 잘못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 공언한 이야기가 아닙니까?”
“맹주에게 도전한 카스크 장로의 용기를 높이 사서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자, 다른 장로분들 중에서도 저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실 분이 계십니까?”
끊기지 않는 샤크론의 미소 공세와 말에 장로들은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저 부드러운 미소 뒤에는 8서클의 힘이 숨겨져있다지 않은가. 에슈라고 해도 고작 6서클에 불과한 마법사다. 검술은 꿈도 못 꿔본 그였다.
“없습니다. 맹주님에게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에슈 장로님과 카스크, 메츠 장로님은 저를 따라서… 회의실이던가요? 그 곳으로 가죠. 나머지 장로분들은 각자 맡은 바 일에 충실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내부 사정을 잘 알지 못해서, 구체적인 지시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파악이 되는대로 바빠지실 각오는 해두는 게 좋을 겁니다.”
“예, 맹주님!”
“해산입니다.”
샤크론의 한 마디에 장로들은 절대적인 복종의 의지를 드러냈다. 단 한번이었지만 샤크론이 보여준 카리스마는 상당한 것이었다. 나이가 어린 맹주라고 아니꼽게 보는 장로는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부모의 그림자를 지워버린 듯한 샤크론의 모습에서 대견스러움만이 느껴졌을 뿐.
회의실 안으로는 총 일곱 사람이 들어갔다. 샤크론, 에슈, 카스크, 메츠, 아리온, 제로스, 그리고 리나.
에슈는 그림자처럼 샤크론을 따라다니는 아리온과 리나가 영 어색한 듯 했지만, 샤크론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들을 두고 어디를 간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서로 해야하는 데 못한 이야기가 많을 겁니다. 말해보시죠. 직감상 카스크 장로의 반목은 의도 된 행동이라 보여지는 데.”
“카스크와는 이야기하기 싫습니다.”
“맹주의 명령을 무시하겠다는 건가요?”
“아, 그건 아닙니다.”
샤크론의 미소와 명령공세에 에슈는 알지 못할 압박을 느끼고는 고개를 숙였다. 샤크론은 맹주였다!
“소식을 들었습니다. 샤크론이라는 흑마법사 연합 맹주의 후계자가 카다르를 탈출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카다르 제국에서 대대적으로 공문을 발송해서 각 왕국과 공국에 알린 모양입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은 카스크였다. 예상했던 대로 그의 행동에는 어떠한 내막이 있는 듯 했다.
“당연히 그랬겠지요. 계속 말해보세요.”
“샤크론 님이 맹주님의 후계자라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맹주님의 언급도 있으셨던 만큼, 샤크론 님이 빠른 시일내로 연합으로 오시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 짓거리를….”
에슈가 열이 올라 이야기를 꺼내려다 말 끝을 흐렸다.
“어느 집단이든 지도자의 부재는 결속력의 약화를 불러오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단결을 외쳐봤자, 핵심이 없으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2세대 장로들은 서로 의논을 했습니다.
맹주의 부재로 내부가 허물어져가는 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고 말입니다. 1세대 장로님들은 원로로서의 힘을 가지긴 했지만, 모두가 뒤로 물러나 있는 관망적인 입장이었습니다. 누가 나서서 내부 단결을 외치기가 곤란한 상황이었지요.”
“의도적인 연기였군요.”
“그렇습니다. 반 맹주, 친 맹주? 아직도 메르헨 맹주님과 카렌 맹주님, 발데스 맹주님의 힘이 남아있는 연합에 대항한단 말입니까. 저희는 그렇게나마 내부의 긴장을 유지하고자 했던 것이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물론 그 대가로 1세대 장로님들의 원망은 제가 뒤집어써야 했지만 말입니다.”
“카스크, 그건 변명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 그렇게 의도적으로까지 내부의 분열을 유도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 연합에는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모든 게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다 보면 긴장은 사라지고, 어느덧 지루함이 몰려오기 마련입니다. 에슈 장로님께는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악의가 담긴 뜻은 절대 아니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으으으음….”
일부러 자처해서 악역이 되고자 했던 카스크와 메츠. 샤크론은 충분히 두 사람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장로의 위치에 있으면서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자신들이 일부러 사건의 발단을 만들었던 것이다.
“에슈 장로님도 이제 노여움을 푸시지요. 이 사실을 연합의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좋겠군요. 장로들이 단순히 자기 잇속 차리기에 바쁜 줄 알고 있는 몰지각한 일원들에게 충격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저야 상관 없습니다. 이미 악인으로 찍힌 이상,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습니다.”
“저도 상관 없습니다만… 카스크, 네 행동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겠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내게 무례하게 굴었던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좋을대로 하십시오. 장로의 직위는 반납하라면 하겠습니다. 사태가 진정된 만큼 저는 이제 만족합니다. 대련에서도 졌으니, 부하들도 아무 말 없을 겁니다. 제 부하들은 했던 말은 반드시 지킬테니까요.”
에슈는 카스크의 말을 들었음에도 영 찝찝한 표정이었다. 그 동안 자신이 성을 내고 열을 받았던 것이 전부 의도 된 행동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니, 나름대로 씁쓸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판단은 내가 한다. 다시는 경거망동 하지 말아라. 알겠느냐?”
“걱정 마십시오.”
“자, 이제 화해가 된 것 같으니 몇 가지 부탁을 해야겠습니다. 우선 에슈 장로님은 직접 나서서 1세대 장로와 2세대 장로간의 화해를 주선하도록 하십시오. 의도 된 행동이라고 해도, 이것을 오해해서 잘못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걸 막아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카스크 장로와 메츠 장로님은 당분간 제 곁에서 내부의 돌아가는 사정과 지라노 공국 일대의 지형, 그리고 지하 기지 전부를 그린 내부 지도를 알려주십시오.”
“걱정 마시기 바랍니다. 아참, 일전의 무례한 행동은 사과드립니다. 맹주님인 것을 몰랐던 것은 절대 아닙니다. 가슴은 괜찮으십니까?”
“조금 아프긴 합니다만, 그럭저럭요.”
“하하하하, 기회가 되면 나중에 꼭 한 수 부탁드립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자, 샤크론은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모두 생각이 있어 벌였던 일들이었고, 결과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이로써 맹주의 힘을 입증한 셈도 되었고 말이다.
“아참, 그런데 카스크 장로가 사용한 검술은 어떤 검술입니까?”
“일종의 흑검술입니다. 흑기사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검술에 독창적인 내용을 추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부탁을 더 해도 되겠습니까?”
“맹주님의 말씀이신데, 당연합니다.”
“아리온, 이 분에게 흑검술을 배워보는 게 어때?”
“좋아!”
굴러들어온 복을 거절할 리는 없었다. 제로스를 스승으로 두고 있긴 했지만, 제로스는 어디까지나 요원이었다. 그는 연합에 오래 정착하고 있기 힘든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다.
“어떻습니까, 제 동료에게 검술 스승이 되어주시는 게?”
“좋습니다. 무례함에 대한 사죄라 생각하고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카스크가 흔쾌히 승낙했다. 마령의 검을 가진 아리온이다. 아마도 그의 성취 속도는 이전보다 분명히 빠를 것이다.
“그럼 회의는 여기까지 하지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챕터 종료]
---- 잡담 ----
지금까지의 이벤트와 당첨자 분 총 발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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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님 : 마지막 흑마법사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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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가디언, 즉사필생, Karl[Styner]님 세 분의 비평문이 경합을 벌인 가운데 제가 힘들게 내린 결정의 주인공은 Karl[Styner]님이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주소/ 본명/ 우편번호를 냉큼 저에게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Karl[Styner]님 께서는 비평 란이나 추천 란 등에 이 비평문을 올려주시면 더더욱 감사하겠습니다 ^-^ [소장용]
마지막 흑마법사가 2월 3일이나 2월 5일에 출간 된다고 합니다. 조만간 표지도 나올 듯 싶으니, 나오는 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대해주시구요, 추천 고기 푸짐하게 부탁드립니다. 지금 몸 상태는 열은 많이 가라 앉았고, 속만 조금 안 좋네요. 그 이외에는 괜찮습니다 ^-^.
여러분의 추천 고기 공세가 제 몸을 낫게 합니다. 많은 추천 고기 부탁드립니다. 아픈 와중에도 연참 준비를 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 ㅠ_ㅠ 고무판이 항상 5KB 정도 빠른 연재가 될 겁니다. 질주 때문에 어쩔 수가 없군요. ^-^
그럼 100개 이상의 고기 투척을 기대하면서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 잡담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