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5. 홀로서기
Chapter 2
움직임은 빨랐다. 아르펜은 주저하지 않고, 교단을 통해 명령을 내린 다음 라칸과 일부 어쌔신들을 데리고 곧장 엔트라 공국을 향해 달렸다.
최대한 산과 골짜기를 이용해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이동한 아르펜은 교단 사람들과 합류하기로 한 지점이자, 엔트라 공국으로부터 서쪽으로 30km 떨어진 에브릴 산까지 도착했다.
카다르에서 에브릴 산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약 5일. 텔레포트 공식 좌표를 적절히 사용한 덕분에 상당한 단기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르펜 도련님. 전투는 이 라칸에게 맡겨주십시오. 제가 모두 죽여버리겠습니다.”
라칸의 눈에는 벌써부터 핏발이 올라 있었다. 한동안 억제 되어 있던 살인의 욕구가 치솟아 오르자,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몸이 반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라칸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피를 주는 영양분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 수도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테스타노의 관리가 있었기 때문이지, 본능을 따랐다면 수도의 사람들은 모두 죽었을 것이다.
라칸은 테스타노에게 생명력을 공급해주는 존재였다. 라칸이 사람들을 죽이고, 그들로부터 피를 빨아들여 생명력을 높이면 테스타노가 라칸으로부터 그 힘들을 다시 거둬들인다. 라칸은 어디까지나 테스타노의 종속 된 병기인 만큼, 당연히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에 라칸은 개의치 않았다. 단지 죽이고, 뜯고, 찢어버리는 것. 그것이 생체병기 라칸의 쾌락이자 목표였다.
“나서지 마라, 라칸. 너에게만 이 전투가 중요한 줄 아느냐? 나에게도 이건 매우 중요하다. 아버님에게 인정받을 기회이자, 샤크론을 이끌어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만약 엔트라 공국의 기지가 흑마법사 연합의 거점이 맞다면, 아르펜의 공격이 시작됨과 동시에 샤크론의 귀에 소식이 전달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샤크론은 맹주로서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아르펜은 그것을 유인하여 놈을 처치할 생각이었다.
제 아무리 8서클의 힘을 가졌다고 한들, 고도의 훈련을 거친 흑마법사들의 방해 마법진과 어쌔신들의 신들린 공격에 걸려든다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오오! 그런 생각이 있으셨던 겁니다! 아르펜 도련님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아르펜 도련님, 예정대로 병력이 합류했습니다. 오는 도중에 저희들의 이동을 발견한 목격자가 있어 모두 처치했습니다.”
철저한 비밀을 유지하려 하는 교단의 존재가 알려지는 건, 테스타노가 매우 꺼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교단의 규칙 몇 가지 중에는 자신들의 존재를 파악한 목격자를 모두 제거해버려야 한다는 규칙이 의무로 규정되어 있었다.
애꿎은 목격자들만 목숨을 잃었을 뿐이다.
“잘 했다. 위치 파악은 확실히 끝났겠지?”
“그렇습니다. 경비병 70명 정도가 방책을 둘러치고, 경계를 하고 있는데 그 정도 병력이면 라칸님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출구와 입구는?”
“입구는 확실하게 파악했습니다. 그 곳에서 검은 로브의 흑마법사들이 나오는 것까지 확인했으니, 틀림 없을 겁니다.”
“좋아, 가자! 정말 좋은 기회를 잡았다. 이번 기회에 많은 흑마법사들을 죽여 놓아야, 우리에게도 유리하다. 자, 출발!”
“예! 출발!”
아르펜의 뒤로 정렬한 흑마법사와 흑기사, 어쌔신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복창했다. 그러자 아르펜이 승리의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비소를 흘렸다.
“후후후… 교단의 일부분만 차출한 병력에 거점 하나를 잃을 정도의 흑마법사들이라면, 나머지도 별 볼 일 없겠지. 이번 전투가 놈들의 힘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며, 또 다른 비밀 거점을 알아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켄트. 담배 한 대 피겠나? 이거 너무 추워서 담배라도 없으면 정말이지 얼어 죽겠군, 얼어 죽겠어. 총독이 경비를 하루 서 있을 때마다 5일치 봉급을 추가로 준다고 했으니, 한 달만 참아낸다면 다섯 달 치 봉급을 받을 수 있어. 힘내자구.”
“그래, 이런 돈 벌이가 없지. 총독이 왜 그러는지는 몰라도 우리야 돈만 받으면 그만 아닌가? 뭐 수상한 낌새가 보이긴 하지만, 알 바 아니지. 높으신 분들이 하는 것이니 신경쓰지 말고 돈이나 벌자고!”
[툭툭툭]
엔트라 공국령, 통제구역을 지키고 있는 병사인 켄트와 마렌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총독이 때 아닌 파격적인 봉급 지불과 함께 경비를 맡겨, 이 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워낙 대우가 좋아, 다른 병사들이 부러워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추위를 이기려 안간힘을 쓰던 그 때, 갑자기 풀숲의 갈대들이 일렁이며 인기척이 느껴졌다.
“웬 놈이냐?”
켄트가 장창을 앞으로 내민 채,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총독이 공인한 통제구역인 만큼, 어떻게든 외부인 출입을 막아내지 못하면 공국의 법으로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대우도 좋고, 봉급도 미리 얼마를 받아놓은 만큼 임무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크크크크….”
대답 대신 들려온 것은 음침한 목소리였다. 뭔가를 비웃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 들었을 때, 썩 기분이 좋지 않은 아주 이상한 소리였다.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돌아간다면 용서해줄 수 있지만, 계속 얼쩡거린다면 체포하겠다.”
“네 놈이 날 체포한 다고 했나?”
갈대 사이로 불쑥 모습을 드러낸 정체는 겉보기에도 우람한 체격에 비정상적인 근육을 가진 이상한 남자였다. 얼굴은 일반적인 호남형의 얼굴이었지만, 몸은 거인을 연상시킬 정도로 매우 컸다.
“그렇다. 경고한다. 물러가라.”
“재미있군. 이래도 경고할 테냐?”
“으크크크큭! 크크큭! 놔… 크큭! 큭!”
남자의 정체는 라칸이었다. 라칸이 오른손을 들어 켄트의 목을 쥐어 올리자, 켄트가 아주 가볍게 들려졌다. 목을 터뜨릴 것만 같은 힘에 켄트는 얼굴이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대롱대롱 매달려 어쩌지 못하게 되었다.
“케, 켄트! 침입자다! 침입자다!”
마렌이 갑작스레 펼쳐진 의외의 상황에 놀라, 동료들을 부르며 켄트에게 달려갔다. 단순한 외부인과 켄트의 대화인 줄 알았건만, 눈을 감았다 떠보니 상황이 뒤바뀌어져 있었던 것이다.
“크흐흐, 동료들을 부르기 시작했군. 자, 시작해 볼까! 후후.”
[파직]
라칸이 오른손에 힘을 주자, 켄트의 머리가 수박이 박살나듯 터지며 허공에 뇌수와 붉은 피를 뿌렸다. 라칸은 아주 살짝 힘을 준 것 뿐이지만, 결과는 한 사람의 목숨을 거둔 일이었다.
“우와악! 켄트! 침입자가 공격을 시작했다! 어서 잡아야 해!”
마렌을 위시한 수 십명의 경비병들이 그의 말을 알아듣고는 일제히 달려오기 시작했다. 상대는 단 하나, 게다가 장창으로 무장하고 있는 만큼 경비병들은 라칸을 제압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하하, 창 따위로 내 살을 뚫을 거라 생각했나? 모두 죽어라! 피의 잔치를 벌여보자!”
라칸의 주먹이 얼굴을 스쳐지나갈 때마다 경비병들의 목이 360도 이상으로 꺾이며 목숨을 잃었고, 무릎과 팔꿈치에 몸을 가격 당하는 병사들은 모두 뼈가 으스러졌다.
기세 좋게 정면으로 달려들던 경비병은 라칸의 펀치에 목이 통째로 날아가버렸고, 마렌도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었던 터라 두 다리가 분질러지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상황은 아주 빠르게, 순식간에 정리가 됐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50명이 넘는 경비병들이 목숨을 잃거나, 움직일 수 없는 중상을 입었다. 눈 깜짝할 새의 일이었다.
[휘이이익]
라칸이 휘파람을 불자, 갈대 뒤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아르펜과 그의 부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흑마법사들은 검은 로브를, 흑기사들은 흑갑주를 입고 있었으며, 어쌔신들 역시 검은 망토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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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이 2200 이하로 추락하네요.
연참 의지가 팍팍 꺾입니다.
제 글이 재미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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