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5. 홀로서기
“간단하군. 들어가자.”
“으으으으… 이 놈들.”
[빠직]
아르펜을 선두로 걸어오는 한 떼의 검은 존재들을 향해 마렌은 신음으로 가득 찬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러나 그 한마디는 아르펜이 짓뭉개버린 자신의 머리에 의해, 마지막 유언이 되고 말았다.
“크크큭, 시작이다. 최대한 빠르게, 눈치 채기 전에 모두 죽여 버려라!”
아르펜과 라칸의 두 눈에 광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코를 찔러오기 시작한 피 냄새 때문일까? 특히 라칸은 참을 수 없이 솟아오르는 살기에 온 몸이 부르르 떨리기까지 했다.
“아르펜 도련님. 도저히 못 참겠습니다. 먼저 가겠습니다!”
“후후, 마음껏 즐겨라. 간만에 찾아온 파티가 아니냐?”
“감사합니다!”
라칸은 어린아이처럼 싱글벙글 웃으며, 어쌔신들을 따라 입구로 보이는 지점으로 달려갔다. 이렇게 교단과 연합의 서전(緖戰)의 막이 오르고 있었다.
“크로스 파이어!”
“마나 실드… 크아아아악!”
“치, 침입자다! 어서 이 사실을….”
[푸욱푸욱 쫘악]
경비병들이 잘 지켜주고 있으리라 믿었던 연합의 흑마법사들은 예상치 못한 외부인의 급습에 공황상태에 빠졌다. 엔트라 공국령의 흑마법사 연합은 두 곳에 비해 기사의 비중이 적고, 흑마법사의 비중이 높은 곳이었다.
그래서 마법 대 마법의 방어라면 초반에 다소 밀리더라도 효과적인 반격이 가능하겠지만, 지금의 경우대로라면 상대 흑기사들의 공격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 될 수밖에 없었다.
“크크크, 마법은 막아도 날카로운 검날은 막지 못하는 흑마법사들이라니! 하하하!”
교단 소속의 흑기사들이 피를 뒤집어 쓴 채, 희열에 가득 찬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리며 우왕좌왕하는 흑마법사들을 가차 없이 베었다.
교단 흑마법사들의 공격은 엄호의 성격이 강할 뿐, 직접적인 공격은 기사들이 도맡아 했다. 게다가 어쌔신들의 신속함은 연합 흑마법사들이 반격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그들의 숨통을 끊어놓음으로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통로를 봉쇄해라! 통로를 봉쇄하라고 말….”
[빠가각 빠각]
“시끄럽군.”
라칸이었다. 라칸의 단순한 주먹 지르기 두 방에 연합 흑마법사의 목이 90도 가까이 꺾여버렸다. 매우 기묘한 몸 형태를 가지게 된 연합의 흑마법사는 뒤이어 달려든 어쌔신들에 의해, 다져진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끼기기기]
위험을 느낀 연합의 흑마법사들이 준비해 두었던 장치를 이용해 통로를 봉쇄하려 했지만, 그 속도는 어쌔신들과 라칸의 무지막지한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한 채 여지없이 무너졌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핵심 장로들에게까지 소식이 전달되지도 못했고, 백 명이 넘는 흑마법사들이 목숨을 잃고 나서야 장로 한 명에게 소식이 전달 되었다.
Chapter 3
“맹주님! 비상사태입니다! 비상입니다!”
개인실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 샤크론에게 카스크의 목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어지간해서는 저렇게 급한 카스크가 아닌데, 비상사태라고 하는 것까지 보면 무언가 일이 터져도 크게 터진 듯 했다.
[철컹]
철문을 열고 샤크론이 밖을 보았다. 그러자 카스크가 손에 들린 종이 한 장을 건네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큰일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카스크 장로님?”
“엔트라 공국 령의 연합 거점이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테스타노의 교단이 몇 시간 전에 거점을 기습했다고 합니다! 지금 500명이 넘는 흑마법사들이 목숨을 잃고, 남은 1300명의 흑마법사들이 다섯 개의 대피소로 이동해 통로를 차단하고 버티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생체병기 라칸의 공격에 의해 무너질 공산이 크다고 합니다. 방금 전, 통신마법을 통해 전달 된 소식을 재빨리 적어 맹주님께 가져 온 것입니다!”
교단 세력의 기습입니다.
집계 된 피해자만 해도 흑마법사 동지 501명이 죽고, 흑기사 동지 전원이 죽은 것 같습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대피소의 통로는 붕괴 직전이고, 마지막 반격을 준비하고 있지만 상대가 어쌔신과 기사 위주의 병력이라 너무 막막합니다.
도와주십시오.
- 엔트라 공국 령, 총 책임 장로 세티잔 -
“방법은 있습니까?”
“예?”
“도울 방법이 있냐는 것입니다. 그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 하니, 텔레포트 등의 차선책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있습니다. 100명 정도의 인원을 이동시킬 수 있는 대형 연결 마법진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합의 병력 모두를 그리로 보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앞장 서겠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한 번 밖에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마법진을 이용해서 계속 전력을 보강할 생각이었던 샤크론은 하루에 한 번 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엔트라 공국의 흑마법사들은 기사 전력이 적어 효과적으로 근접적 방어를 해내지 못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마법사 전력 보다는 어쌔신과 기사들을 위주로 편성한 전력이 그 쪽으로 가야 하는데, 하루에 고작 100명이라니! 하루면 모든 전투의 승패가 판가름 날 것이다.
“낭패로군요. 라칸이라면 엄청나게 버거운 상대가 될 텐데, 겨우 100명이라니. 하루면 모든 상황은 정리 됩니다.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입니다.”
“저도 너무 난감한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방법은 그것 뿐입니다.”
“그렇다면 카스크 장로께서는 일단 저와 함께 그 쪽으로 가주셔야 겠습니다. 카스크 장로를 포함해서 정예 흑기사 병력 40명과 어쌔신 57명을 선발해 주십시오.”
“나머지 셋은?”
“저와 아리온, 리나가 갈 겁니다. 어서 서둘러 준비해주십시오. 시간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상대가 흑기사와 어쌔신을 중점적으로 편성했다면, 응당 맞대응도 그렇게 해야 했다. 다만, 수적인 열세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였다. 잘못하면 도리어 샤크론이 위험해 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동료들을 구해야 하는 건, 맹주로서의 도리이자,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복수를 향해 하나라도 더 많은 동료들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복수의 성공을 보지 못한 채, 헛되이 피를 흘리게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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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고기 부탁드립니다.
이야기가 질질 끄는 것 같고 통쾌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이 파트가 끝나고
내용상 3년후의 이야기로 넘길 생각입니다.
고민이 늘어가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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